하버드의 아시아계 학생 차별?

지난 주 60개 이상의 아시안 단체들이 합동으로 연방 정부에 하버드 대학이 입학 사정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을 다른 소수계에 비해 차별한다는 소장을 접수시켰다. 미 공공 라디오 방송 (NPR) 등을 비롯한 많은 언론들에 의하면, 중국계, 인도계등이 주축이 되고 한국계 단체도 소수 포함된 이 그룹의 주장은 “하버드 대학측이 캠퍼스 내의 아시아계 학생 숫자를 일정 수준에 묶어 두기 위해 아시아 학생의 일정 숫자만을 합격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하버드는 많은 대학들의 입학 정책등을 선도하는 위치에 있기에, 이 대학의 정책은 아주 중요하며, 차제에 미 교육부와 법무부는 하버드 대학의 입학 사정 과정을 철저히 조사해 아시아 학생들에 대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의 근거가 되는 한 연구는 지난 2005년에 프린스톤 대학의 학자들이 12만 4천 여명의 명문대 지원자들의 자료를 분석 연구해 발표한 논문이다. 이 논문에 의하면, 연구의 대상이 된 명문대(어느 대학들이 대상인지는 밝히지 않았음)들은 입학 사정에서 소수계 학생, 레거시 지원자, 그리고 체육 특기자들에게 일반 지원자들과는 다른 사정 기준을 사용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SAT 성적은 수치로 나타나는데, 흑인 학생들에게는 지원자의 SAT 성적(그 당시는 1600 점 만점이었음)에 230점의 추가점을 부여했고, 히스패닉 지원자들에게는 185점을 더해 사정한 반면에, 아시아 계 학생들은 제출한 점수에서 50점을 감해서 사정했다는 대단히 차별적이고 불공정한 결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하버드 대학측은 이러한 차별 정책을 입학 사정에 사용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정책은 합법적인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 대학이 발표한 성명에 의하면, 소장을 제출한 이들의 설명과는 달리, 하버드 대학에 합격해 입학한 아시아계 학생들의 전체 학생 대비 숫자는 지난 10년 전의 17%에서 급격히 상승해 올 해 21%를 차지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이 숫자는 미국에서 아시아계 인구가 차지하는 6%라는 비율을 고려하면, 상당한 숫자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아시아계 학생들이 미국 전체 인구 비율 보다 훨씬 높은 숫자를 보인다는 주장도 유대계 학생들의 아이비 리그 대학 점유율을 고려하면 그 빛을 바랜다. 미국 전체 인구의 단지 2.1%만이 유태계이고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비율은 그보다 적은 1.8%인데, 아이비 리그 전 대학에서 거의 25%에 달하는 점유율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니 부럽기도 하고, 뭔가 좀 석연찮은 점이 있는 것같기도 한 그런 좀 찜찜한 감정을 갖게 된다.

이에 비해, 사회학자나 교육학자들이 신유태계로 이름지은 아시아계 학생들의 현황은 어떨지 살펴 보자. 미국 전체 인구 수로 보면 유태계의 두 배가 넘는 5~6% 가량을 차지하는 아시아계 학생들의 숫자가 아이비 리그 대학들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1993년에 하버드 대학에 재학했던 아시안 학생들은 20% 정도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바로 그 비율은 감소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 감소추세가 계속 이어져왔다. 그 결과, 20%를 기록했던 최고치보다 3-5%가 줄어든 10%대 중반에서 십여년간 거의 정체된 상태를 보인 바 있고, 지난 2011년에는 17% 정도의 비율을 보였는데, 올 해는 21%로 대폭 상승했다. 다른 아이비 리그 대학들의 경우에도 이 경향은 거의 비슷한데, 1993년에 콜럼비아 대학에 재학중이었인 아시안 학생은 22.7%였는데, 2011년에는 15.6%로 줄었고, 금년에는 29%로 대폭 늘어났다. 예일의 경우는 2011년에16.8%로 최정점을 찍은 뒤, 계속 그 보다 3% 가량 낮은 비율을 유지하다가 최근들어서는 20% 대를 기록하고 있다. 정리하면, 1990년대 초에 극점에 올랐다가 2010년대 초반에 많이 하락한 명문대 캠퍼스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의 숫자가 최근 들어서는 또 대폭 늘어나고 있는 경향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그러면 무엇이 이런 롤러코스터와 같은 숫자의 변화를 가능하게 했을까? 유태계는 머리가 뛰어난데다 계속 자녀 교육에 전력을 다해 투자하는 반면, 아시아계는 1990년대 초반을 정점으로 더 이상 자녀들의 명문대 진학에 대한 관심을 접었다가 최근에 다시 교육열에 불을 붙인 것일까? 몇 해 전 발표된 룬즈의 논문에 의하면, 2010년대 초까지 명문대에서 차지하는 아사아계 학생수의 침체는, 그 원인이 단적으로 아시아계가 정치적인 힘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모의 교육열이나 학생들의 지적 능력은 오히려 유태계를 능가하지만, 대입 학생 선발에서 받는 차별에 항거하여 이것을 고치도록 요구할 만한 힘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는 다른 근거는 지난 몇 년간 산발적으로 제기된 명문대학에 대한 고소들, 그리고 위에 언급한 아시아계 단체들의 집단적인 움직임 등이 최근들어 아시아계 학생들의 숫자가 상당한 수준으로 늘어나는 현상에 대한 이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 아시아계 부모들과 학생들이 앞으로는 더욱 분발하여 힘을 모아야하는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