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or ACT

SAT or ACT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세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유명한 질문처럼, 이맘때가 되면, 막 고등 학교 10, 11학년이 된 많은 학생들이 SAT와 ACT를 놓고 심각한 저울질을 한다.
12학년 선배들이 몇 번 기회가 남지 않은 SAT나 ACT 시험 준비에 심각하게 임하며 고민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기 때문이리라.

“ACT는 수학 시험에서 비교적 꼬인 문제들이 없이 단순하다고 하던데.”라는 말을 친구로부터 들은 어제는 그 추가 ACT쪽으로 기울더니, “넌 영어 어휘에 강하니까 SAT가 더 맞지 않을까?”라는 카운슬러의 조언에 오늘은 SAT 쪽으로 무게가 더해진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SAT나 ACT 두 시험중에서 하나의 성적만 제출하면 되도록 요구하기 때문에 어떤 것을 택해도 상관은 없지만, 둘 중에 어떤 것이 자신의 능력이나 특성에 더 맞는지 궁금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SAT를 택하는 학생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몇년전과는 달리, 이제는 SAT를 보는 학생들만큼이나 ACT를 치르는 학생들의 수가 늘어난 요즘에는 선택의 가늠자가 더 복잡해진 것이 사실이다. 물론 두가지 시험을 다 치르고 더 좋은 성적이 나온 시험의 결과를 지원 대학에 보내면 간단하지만, 시간에 쫏기는 수험생들이 두 시험을 다 준비하는 것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닌지라 선택에 장고를 거듭하게 된다.

이런 자녀들을 두신 부모님들을 위해 이번 주부터 몇회 동안 SAT와 ACT 두 시험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설명을 드리도록 한다. 지금까지 계속해 오던 대학 전공에 관한 시리즈는 이후에 계속할 것을 약속드린다.

미국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 과히 식견이 없으신 독자들도 이해를 할 수 있도록 기초부터 자세히 소개한다. SAT와 ACT는 아주 간단히 말해,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수학 능력 (수능) 시험의 미국판이라고 보면 과히 틀린 말이 아니다.

먼저 SAT를 보면, 한국의 수능 시험과 비교할 때 이름 자체를 놓고 보아도 유사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의 수학 능력 시험을 영어로 번역하면, Scholastic Aptitude Test 정도가 될 것이다.

SAT는1901년에 이 시험이 처음 생겼을 당시에는 명칭이 Scholastic Achievement Test (학업 성취도 시험)였지만, 1941년에Scholastic Aptitude Test (학업 능력 시험)으로, 다시 1990년에는Scholastic Assessment Test (학력 평가 시험)으로 바뀌고 마지막으로 1994년부터는 단순히 SAT 또는 SAT Reasoning Test로 부르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정식 이름은 SAT이고 이 이름은 어떤 것의 약자가 아니라 그 자체가 이름이 된다.

이 SAT 명칭 변화들의 이유는 각 시대에 따라 시험의 성격을 학업 성취의 평가에 두느냐 또는 학생의 지적 능력 (또는 IQ) 평가에 두느냐에 따른 것인데, 어쨌건 수능과 SAT 시험들의 명칭에 있어서의 유사성은 분명한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 시험이 생긴 초기에는 동부의 아이비 리그 대학에 유태인 학생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지는 것을 저지하게 위한 수단의 하나로 사용된 적도 있었다 (20세기 초반에는 하버드를 비롯한 유수의 대학들에 유태인의 입학을 제한하는 유태인 quota가 있을 정도로 유태인의 입학을 견제했지만, 현재는 아이비 리그 대학 전체 학생 중 유태인이 약 6분의 1 정도가 될만큼 차별이 없어졌다).

ACT는 원래 American College Test의 약자로서, 미국 대학 입학 시험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이 시험의 이름도 1996년부터는 단순히 어느 것의 약자가 아닌 ACT가 됨).

중부의 아이오와에서 시작된 이 시험은 2차 세계 대전 이후에 대학 교육을 위한 재정 지원이 늘어나면서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의 숫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당시에 엘리트 학교의 입학 시험으로만 주로 사용되어 오던 SAT를 대체하여 많은 주립 대학이나 소규모 사립 대학들이 신입생을 선발하는데 있어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험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1959년에 생겨났다.

SAT가 동부와 서부 지역의 대학들에서 전통적으로 편애를 받아 온 것과 비견될만큼, ACT는 중부 대학들에서 강세를 보여 온 바 있는데, 최근에는 지역 구분없이 두 시험이 어느 대학들에서나 공평하게 받아들여 지는 추세이다. 두 시험의 상이점에 대해 다음호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