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시험의 장단점

고등학교 주니어인 아들 녀석이 저녁 늦게까지 AP 시험 공부를 하다가 지겨웠던지 올 해 보는 과목의 문제집들을 모두 한군데 모아서 쌓아 놓고는 장난삼아 사진을 찍어 자신의 페이스 북에 올렸다.

순식간에 그 사진밑에 50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야, 무슨 시험을 그렇게 많이 보냐”와 같은 야유에서 시작해서 “넌 참 불쌍하다”는 측은함의 표시가 있는가하면, “나랑 같이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공부하자”는 등의 긍정적인 코멘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글들이 올라왔다. 많은 고교생들이 AP시험을 준비하느라 진을 빼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 시리즈를 시작한 뒤, AP 시험의 긍정적인 면을 주로 다뤄왔다. 이번 주에는 ‘AP 시험 성적이 좋은 학생은 과연 대학에서도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지,’ 또는 ‘AP 합격점을 받으면 모든 대학들이 학점으로 인정을 해주는 지’ 등의 문제 제기와 AP에 대한 과신풍조에 대한 전문가들의 경고를 살펴 본다.

대학 입학 사정에 있어 AP 과목 수강자를 우대하는 이유는 고등학교에서 대학 수준의 과목을 듣고 좋은 성적을 받은 경우 대학에서도 학업을 순조롭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AP 시험에서 3분의 2정도의 문제를 맞추면 최고점인5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자녀들에게 AP 시험이 어렵기는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면 만점인 5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는 것이 그리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 자신감을 고양시키는 것도 좋을 것이라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것을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AP 시험에서 5점을 받아도 대학에서의 좋은 학점을 보증하는 것은 아닐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 실제로, 하버드 대학의 천체 물리학과 교수인 필립 새들러의 연구에 의하면 이염려가 사실로 드러 난다. 새들러 교수와 동료들이 미 전국의 대학생 중 기초 생물학, 화학과 물리 과목을 수강한 18,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AP 시험 성적과 대학에서의 과학 과목 성적이 꼭 비례하지는 않음을 보여 준다. 즉, AP 시험에서 5점을 획득한 학생들이라도 대학에서 같은 과목의 입문 과목을 수강할 경우, 같은 과목을 두번 수강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평균적으로 A 학점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필립 새들러의 연구이외에도 많은 연구결과들은 다수의 명문 대학들이 AP 성적을 미더워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예를 들어 예일 대학의 윌리엄 리히텐 교수에 의하면, AP 시험에서 받은 3점을 대학의 학점으로 인정하는 학교는 전체의 55%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4점 이상이어야 학점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시험을 보는 학생들의 3분의 2 이상이 칼리지 보드가 대학 학점으로 충분히 인정받을만 하다고 주장하는 3점 이상을 획득하지만 단지 전체 학생의 49%만이 대학 학점으로 인정받는 점수를 얻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탠포드 대학의 경우에는 독일어, 미적분 BC, 물리를 제외한 모든 과목의 AP 시험들에서 4점 이상을 받은 과목에서만 학점으로 인정을 받는다. 또한, 예일 대학의 경우에는 영문학 과목에서 5점을 받아야만 학점으로 인정될 수 있다. 이 이외에 AP 시험의 3점을 학점으로 인정하지 않는 대표적인 대학들의 리스트를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Auburn University, Carnegie Mellon University, College of William and Mary, Cornell University, George Mason University, James Madison University,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 Stanford University, Tulane University,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 University of Virginia, Yale University.

여기에 덛붙여, 리히텐 교수는 칼리지 보드가 주장하는 충분한 점수(3점 이상)과 대학들이 인정하는 충분한 점수 (4점 이상) 사이의 차이는 1999년 기준으로 학생 숫자를 따지면 30만명의 차이인데, 이것을 시험 응시료로 환산하면 $20밀리언이라는 엄청난 액수가 된다고 지적한다 (그 당시 시험 응시료는 과목당 $77이었다). 그러므로, AP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칼리지 보드가 호도된 정보로 거액을 벌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는 형편이며, 이 비난이 결코 너무 치우친 주장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 이외에도 시카고 대학의 전 입학처장인 데오도르 오닐과 같은 이는 교육의 상업화에 대해 우려하면서, “(AP를 주관하는) 칼리지 보드가 우리 나라에서의 (고등 학교) 교육이 AP 수업이면 다 되는 것처럼 주장한다”고 일침을 가한다. AP 시험의 입학 사정에 있어서의 비중을 약화시킬 수 있는 증거와 주장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은 이 시험을 대체할만한 대안이 없기에 우리 자녀들이 이 시험에 잘 대비해야 하도록 격려해야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대학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자만하지 말고 보다 더 심도 깊은 공부가 필요함을 또한 일깨워 줄 것을 잊지말아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시리즈에서 지금까지 살펴 본 AP 프로그램의 장점을 분명히 인정하긴 하지만, 동시에 데오도르 오닐과 그의 동료들이 칼리지 보드가 행하고 있는 교육의 상업화에 대해 우려하는 점 역시 일리가 있음을 결론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