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체류 학생과 코리언 커뮤니티

불법 체류 학생과 코리언 커뮤니티

“금년에 열 아홉이된 Anthony는 한국에서 태어났다. 열 두살 때, 그의 부모가 이혼을 했고, 어머니가 가계를 책임지는 상황이 길어 지자 사채업자들로부터 빚을 지게 되었고, 마침내 드라마 ‘쩐의 전쟁’에서나 본 모리배 빚쟁이들에게 쫒겨 다니는 상황이 되었다. 아무런 대책이 없이 숨어다니다가 우연히 미국에 밀입국을 주선하는 사람을 통해 미국으로 도망치듯이 도피하게 되었다. 미국에서의 생활은 빚쟁이에 쫒겨 고통을 당하던 한국 생활에 비해 훨씬 평화로웠다. 그러나 운전 면허를 받아야 하는 나이가 되고, 대학에 진학할 생각을 하게 되면서 자신의 처지가 다른 친구들과는 다른 불법 체류자라는 상황을 깨닫게 되었다.”

보통 불법 체류자라는 단어를 들으면 미국에 접경한 멕시코 국경을 몰래 넘어 미국으로 입국한 라티노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조금 더 이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다 보면, 이것은 라티노들만의 문제가 전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르헨티나, 방글라데쉬, 브라질, 캐나다, 칠레, 콜럼비아, 코스타리카, 크로아티아, 에쿠아도르, 잉글랜드, 피지, 프랑스, 가나, 과테말라, 헝가리, 인도네시아, 이란, 이스라엘, 레바논, 멕시코, 몽고, 니카라과, 나이제리아, 파키스탄, 페루, 필리핀, 세네갈, 한국, 대만, 통가, 그리고 베네수엘라. 위의 리스트는 불체학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네트워크인 DreamActivist.org가 밝히는 불체 학생들의 출신 국가들이다. 즉, 세계의 이곳 저곳, 빈국과 부국을 망라하는 지역으로 부터 온 학생들이 서류미비라는 신분상의 결함을 갖고 마음을 졸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한인들에게 더욱 관심이 가는 것은 2007년도에 이민 정책 연구소 (Migration Policy Institute)가 발표한 통계이다. 이것에 의하면, 필리핀 출신의 미국 이민자 중에서 6명중 하나는 불체자 신분이며, 네명의 한국 출신 이민자 중 한 명이 같은 처지에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수의 불법 이민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안 학생들을 불체 학생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미국 사회에서나 우리 아시안 커뮤니티에서 흔치 않고, 이 문제가 라티노만의 문제로 치부되는 것은 몇가지 문제점을 야기한다.

첫째, 어떤면에서는 다행스럽게도 볼 수 있는 문제로, 아시안 불체 학생들은 라티노 학생들에 비해 미국 사회에서 불체자로 인식되는 경우가 드물기에 아시안 학생들이 심적인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라티노 학생들에 비해 덜하다는 조사가 나와있다 (Not Just a Latino Issue by Beleza Chan).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아시안 이민자를 불심 검문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둘째, 이러한 경향 때문에 아시안 커뮤니티의 불체 학생을 위한 구제 노력이 라티노 커뮤니티만큼 활발하지 않고 아시안 불체 학생들을 위한 범 아시안 커뮤니티의 노력이 미약하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 아시안 불체 학생들이 도움이 필요할 경우에 도움을 청하거나 어떤 도움이 있는 지 리서치를 할 때에 막막한 경우가 다반사라는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셋째, 특히 우리 한인 불체 학생들의 경우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고 도움을 청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는 사실이다. 위에 예를 든 Anthony의 경우에도 자신이 불체 학생이라는 사실을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카운슬러에게까지 숨겼다고 한다. 물론 이런 신분상의 비밀을 남에게 말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학교의 카운슬러가 이 사실을 알고 조언을 하는 것과 이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조언을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음은 자명한 것이다.

Anthony의 고백을 들어 보면, “난 우리 학교의 카운슬러나 대학 카운슬러에게 내 신분에 대해서 한번도 이야기 한 적이 없다. 그 이유는 그 당시에 나는 아무도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카운슬러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기가 두려웠던 것이다. 첫째, 그 당시엔 안전이 가장 큰 관심사였다. 나같은 불체 학생에게는 내 개인 정보가 비밀이 보장되는지, 그로인해 어떤 해가 미치지 않을런지가 가장 큰 문제였다. 대학에 가기 위한 정보를 얻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었다. 둘째, 카운슬러가 학생들이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깊은 유대감이 생기면, 불체 학생들도 자신을 드러내고 도움을 청할 것이다.”

우리 커뮤니티에도 이렇게 자신이 범하지 않은 잘못으로 인해 곤란한 서류 미비의 상황에 처한 많은 학생들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는 우리 퓨젯 사운드 지역의 한인 지도자들도 이런 서류미비 학생들이 마음을 열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을 아는 변호사, 교육을 아는 교육자, 사랑을 실천하는 교계 지도자, 마음이 따뜻한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십시일반 마음을 모아 우리 아이들을 위한 도움의 손길을 펼쳐야 한다. 마음이 통하시는 분들은 필자에게 연락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벨뷰 재능교육 민명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