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은퇴이민,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요즘 장 보러 가는게 겁이 난다는 분들 많이 계시죠. 산 것도 없는데 3-400 달러나 썼다고 말입니다. 외식도 그렇습니다. 얼마전 맥도날드에서 쿼터파운드 버거와 피시버거 그리고 손녀를 위해 해피 밀 하나를 샀더니 세금 포함해서 31 달러가 나왔더군요.

코로나 이전하고 비교하면 음식 값은 거의 배 이상, 거기다 팁까지 올랐으니까 식당 가는게 무서울 정도입니다. 게다가 팁은 왜 그렇게 많이 달라고 하는지요. 종전처럼 15% 팁을 줬다간 레이저 눈총을 받을 각오는 해야 할 겁니다.

인플레이션은 고삐가 잡혔다던데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고정 수입에 의존하는 은퇴자들 입장에선 반갑지 않은 현실이란 것 만큼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물가가 싼 동남아 나라로 이민을 가면 어떨까, 고민을 하는 분들도 계신다고 합니다.

물가가 싼 덕분에 같은 돈을 가지고서도 가성비 좋게 그리고 만족스럽게 쓰는게 가능하다고 하니까요. 정말 동남아 물가가 싼지 한번 살펴 보겠습니다.

넘베오라고 전세계 도시들의 생활비를 비교해 주는 사이트가 있지요. 그곳 자료에 따르면 LA 에서
8천3백 달러 정도 드는 라이프 스타일을 방콕에선 그 절반도 안되는 3천 4백 달러 정도를 가지고도 누릴 수가 있다고 하네요.

먼저 그로서리 비용을 가지고 비교를 해보죠. 방콕에선 식료품 구입비로 월 $240 정도면 충분하지만 LA 에서는 $475 정도 든다고 합니다. 딱 절반 수준이네요.

식당 외식은 어떨까요. 조금 괜찮다 싶은 식당에서 두 사람이 외식을 한다면 LA 에선 미니멈 $100, Fine Dining 레스토랑이라면 못줘도 오육백 달러는 들겁니다. 하지만 방콕에선 일반적인 식당이라면 $30 에서 $40 그리고 고급 식당이라고 해도 $150 에서 $200 이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집 값도 쌉니다. 원 베드룸 아파트 렌트비가 LA 에선 한달에 $2,161, 투베드룸이라면 평균 $2,992 정도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방콕에선 수영장에 Gym 과 오락시설을 갖춘 원 베드룸 아파트를 시내 중심가 부근에선 6-700 달러 정도면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건 평균 가격이 그렇다는 거지 로케이션에 따라 더 비싼 곳도 있을 거고 싼 곳들도 있겠죠.

말레이시아는 어떨까요. 월 생활비는 쿠알라룸프가 방콕보다 더 적게 들거라는게 눔베오 쪽 얘깁니다. LA에서 8천3백 달러 드는 라이프스타일을 쿠알라룸프르에선 2천 8백 달러 정도면 가능하다고 하니까요. 방콕보다도 600 달러나 적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말레이시아는 일인 당 GDP 가 태국보다 훨씬 높은 나라입니다. World Bank 의 2023년 자료를 보면 일인 당 말레이시아 GDP 는 $11,648 이지만 태국은 $7,171 에 불과하다고 하니까요. 그렇다면 물가가 더 비싸다는 얘기일 텐데 왜 쿠알라룸프 생활비가 방콕보다 적게 들까요?

그건 아마 돈이 방콕에 몰려 있기 때문 아닌가 싶네요. 나라 전체 평균보다 방콕 소득 수준이 훨씬 높고 그래서 생활비도 더 높은 것 아닐까 그거죠.

물론 쿠알라룸프르도 말레이시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 겁니다. 하지만 GDP 가 태국보다 높은 데도 물가가 방콕보다 싸다는 건 쿠알라룸프와 지방 간의 경제력 차이가 태국만큼은 크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물론 이건 제 사견일 뿐입니다.

동남아 의료 수준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네요. 하지만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두 나라 모두 의료 관광으로 유명한 나라들입니다. 의료 수준이 형편없다 그러면 절대로 얻을 수 없는 평판이죠. 그래서 의료 수준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미국에선 메디케어 커버를 받지만 동남아로 간다면 그 혜택이 없어지지 않느냐, 그래서 돈이 많이 들지 않겠느냐 이걸 걱정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큰 문제는 아니란 생각입니다.

메디케어 커버를 받는다 해도 파트 B 프리미엄이다 코페이다 해서 본인이 부담을 해야 하는 금액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그걸 세이브해 가지고 현지 보험을 드는 방법도 있고 아니면 무보험으로 살다가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그때 본인 부담으로 처리할 수도 있을 겁니다.

병원비 자체가 미국하고 비교하면 워낙 껌값 수준이니까 무리한 대안은 아닙니다. 저도 태국에서 백내장 수술도 받아 보고 치과 치료도 받아 봤는데 미국에서 제가 내야 했던 금액의 1/3 수준 정도밖에는 안 되었으니까요.

물론 한국에서 살다가 동남아로 건너간 분들이라면 얘기가 다를 겁니다. 한국은 건강보험이 워낙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병원비나 약값 이런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래서 동남아 의료비가 부담이 된다고 하실 수 있습니다.

교통비도 저렴합니다. 택시비도 싸고 미국의 우버같은 그랩, 이것도 아주 쌉니다. 미국에서라면 우버를 부르면 얼마나 나올까 그 생각부터 하게 되지만 동남아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돈 걱정없이 그냥 부르는게 습관화 되어 있습니다.

대중교통도 아주 편하게 되어 있습니다. 지상철이나 지하철도 잘 되어 있고 익숙해지면 버스도 타고 다닐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방콕이나 쿠알라룸프르 같은 대도시 경우이고 지방으로 간다면 얘기는 조금 달라 질 겁니다.

그러나 정말 저렴한건 인건비입니다. 미국의 1/4 또는 1/5 수준이니까요. 청소나 빨래 같은 가사 일을 하기 싫다 아니면 직접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 가사 도우미를 고용해도 무리가 없다는 얘깁니다.

미용실에 간다거나 맛사지 서비스 같은 것도 당연히 돈 걱정 않고 편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 즐기고 싶은 것들을 돈 걱정하지 않고 할 수 있다 그러면 그게 바로 황제 이민 아니겠습니까? 물론 생활비라는 건 사람마다 다 다를 수 밖엔 없습니다. 라이프 스타일도 다르고 어떤 물건을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가격 차이도 많이 날 테니까요.

그래서 동남아에 살면서도 먹거리는 대부분 수입 식품 그리고 외식도 양식이나 한식 위주로 한다면 생활비는 훨씬 더 많이 들 겁니다. 그리고 자녀들이나 친구들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것과 느지막한 나이에 낯선 곳에서 새로 적응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다만 전반적인 생활비는 동남아가 적게 들 거라는 건 분명합니다. 그래서 수입이 고정되어 있는 은퇴자라면 동남아 이주가 현실적인 대안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말씀 드린 것 뿐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박현철 회계사 Tel.206-949-2867 e-mail: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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