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갈 때 생긴 일
발리에 다녀 왔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아는 그 발리는 아닙니다. 타이완 북서쪽에 있는 조그마한 마을, 그 발리입니다.
사실 여긴 유명한 곳은 아닙니다. 요즘 레저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곤 하지만 강 건너에 있는 담수이와 비교하면 특별한 볼거리는 없는 곳입니다. 그냥 일몰이나 철새 구경, 이렇게 자연을 감상하는게 전부라고 하니까요.
그런데 왜 들렸느냐? 타이페이에서 레이오버를 했기 때문입니다. 인천에서 말레이시아 코타 키나발루로 가려면 진에어나 에어 제주 같은 저가 항공편을 타는게 보통이죠. 하지만 몇년 전 처음 KK 에 갔을 때 진 에어를 타고 갔다가 아주 실망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래서 다른 옵션을 알아봤는데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제법 남아 있더군요. 그래서 그 마일리지를 이용해서 타이페이에 일박했다가 가자 이렇게 일정을 잡았습니다.
물론 타이페이 KK 구간은 저가 항공사인 에어아시아 비행기를 타야 합니다. 하지만 3시간 남짓 비행기를 타면 되고 게다가 낮 비행기니까 그쯤은 견딜 만 합니다.
타이페이는 초행은 아닙니다. 세번 째 들리는 길입니다. 그리고 스톱오버 일정이니까 시내로 들어가는 것 보다는 조용한 포구 분위기를 느껴 보고 싶어서 발리에 들려 보기로 한거죠.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한 건 오후 3시 쯤입니다. 입국 수속을 끝내고 택시 스탠드로 갑니다. 공항 택시를 타면 바가지 쓸 걱정은 안 해도 될 거다 싶어셔였죠. 그런데 이게 오판이였습니다.
구글 맵을 찾아 보면 공항에서 발리 타운까진 한 30분 거리 라고 나옵니다. 그리고 해변 고속도로를 타고 가니까 트래픽 잼도 없을 것 같았고요. 그런데 갑자기 엉뚱한 곳으로 택시가 가고 있는거 아니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트래픽이 없어야 하는데 길은 차들로 꽉 막혀있기 때문입니다 .
차창 밖 경치도 낯설지가 않습니다. 몇년 전 일반 버스를 타고 공항에서 시내로 갔을 때 봤던 그 경치와 비슷해 보입니다. 위치 확인을 할 수 있으면 좋은데 타이완 유심카드를 사지 않았으니 그것도 가능한 얘기가 아닙니다.
어느새 날이 저물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발리 마을에서 저녁 노을을 즐기는 건 물 건너 간 얘기 같습니다. 호텔에 도착하니 거의 6시가 다 됐습니다. 호텔까지 2시간 가까이 걸린 셈이죠. 요금은 얼마나 나왔을까요? 미터에 찍힌 숫자가 1450 이니 미국 달러론 45달러가 조금 넘습니다.
체크인을 하고 호텔 밖으로 나가 봅니다. 인적도 뜸하고 식당들도 문을 연 곳이 없네요. 바람도 장난이 아닙니다. 타이완 발리는 초겨을엔 들릴 데가 아닌가 봅니다.
갑자기 택시를 배정 받을 때 스탠드에서 뭐 하나 받은게 생각나네요. 서비스가 어땠는지 평가를 해달라는 안내서입니다. 그래서 QR 코드를 찍어 봤는데 유효 시간이 지났다는 메시지가 뜹니다. 아마 하차 후 얼마 짧은 시간 동안만 유효한 모양입니다. 휴지 조각이란 뜻이죠.
발리의 아침입니다. 하지만 아침이라고 해서 발리 타운의 을씨년한 분위기가 달라진 건 아닙니다. 차라리 공항으로 돌아가서 공항 상점들을 둘러 보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호텔에서 불러준 택시는 해변 도로를 타고 가네요. 공항까지 30분이 채 안 걸렸습니다. 요금도 1000 대만 달러 나왔으니까 어제 바가지를 썼다는 건 분명합니다. 어제 그 택시 기사가 다시 한번 괘씸하게 느껴집니다.
여행할 때 바가지 쓰지 않겠다 그러는 것도 사실 바람직한 건 아닙니다. 바가지 쓰는 것도 그냥 하나의 재미, 이렇게 치부하면서 다니는게 차라리 마음 편합니다. 그러나 어제의 경우는 돈을 떠나서 아까운 시간을 길에서 낭비하게 만들었다는게 아주 불쾌합니다.
타이완 발리 여행은 그러니까 건진 게 없는 셈입니다. 아니 없다고 할 순 없겠죠. 공항 택시를 타도 바가지를 쓸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셈이니까요. 동남아에선 아무래도 그랩 택시를 불러 가지고 타고 다니는게 제일 속 편할 듯 합니다.
| 박현철 회계사 Tel.206-949-2867 e-mail: [email protected]
글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출처] 메디케어로 갈까 그냥 회사보험에 남아 있을까 | 작성자 시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