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회계사 – 4 퍼센트 법칙과 은퇴자금 모으기

[출처] 4 퍼센트 법칙과 은퇴자금 모으기|작성자 시원 톡톡

은퇴한 다음 돈 걱정을 않겠다면 일년 생활비의 스물 다섯배 정도는 있어야 한다, 그런 얘기가 있습니다. 일년에 6만달러가 필요하다면 6만달러 곱하기 25, 그래서 150만달러는 준비해야 놘다 그런 얘기입니다.

이 얘기가 어떻게 나왔냐, 그건 William Bengen 이란 사람이 1994년에 만든 4% 룰 때문입니다.

​25란 멀티플라이어 즉 승수는 4%를 역산한 결과입니다. 그럼 4% 법칙이 뭐냐 그걸 알아야겠죠. 골자만 간단히 말씀 드리면 은퇴 시점에 주식 50%, 채권 50% 이런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가지고 해마다 4% 플러스 인플레이션이 오른 만큼 꺼내 쓴다면 최소한 30년은 돈 걱정을 안하고 살 수 있다 그런 얘기입니다.

Bengen이 아무 근거없이 이런 주장을 한 건 아닙니다. 1926년부터 76년까지 50년 동안 증권시장의 데이타를 가지고 포트폴리오 밸런스가 어떻게 됐는지 검증을 했으니까 절대 헛소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 룰을 맹목적으로 믿는 건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학문적으로 입증된 이론이 아니라 경험적으로 보니까 그렇다는 Rule of Thumb 일 뿐이니까요.

4% 법칙을 그냥 문자 그대로 믿어 버리면 은퇴 준비를 할 때 오히려 방해가 될 지도 모릅니다. 그 많은 돈을 어떻게 모으지? 이러면서 동동 발을 구르다가 포기를 할 수도 있으니까요. 게다가 4% 법칙에서 얘기하는 주식과 채권 50 대 50 포트폴리오가 누구에게나 다 맞는 것도 아니고 과거엔 이랬으니 미래도 그럴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은퇴자금을 준비하겠다면 은퇴 후 생활비는 얼마나 들까, 이걸 먼저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얼마를 준비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조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은퇴 예산을 짜 보는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습니다. 예산을 짜려면 수입과 지출 모두 살펴 봐야 되겠죠.

​은퇴수입으로 기대할 수 있는 건 우선 소셜연금 또 IRA 나 401K 같은 은퇴기금입니다. 그러니까 첫번째로 할 일은 한달에 얼마나 이런 데서 수입이 나올 지 따져 보는 일이겠죠. 그 다음 할 일은 지출 쪽을 살펴보는 일입니다. 사람마다 생활 패턴이나 씀씀이는 다른 법이니까 은퇴 전 생활비의 70%다 뭐다 이런 식으로 잡지 말고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려면 얼마가 드는지 이걸 짚어 보는게 좋을 겁니다. 이렇게 따져 보면 수입이 충분할 지 아니면 모자랄 지 짐작이 가능하겠죠. 충분하다면 다행입니다만 모자란다고 낙담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메꿀 수 있을까 그걸 궁리해 보려고 예산을 짜본 것이니까요. 모자란다고 계산이 나왔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그럼 뭘까요. 생활비 중에서 줄일 수 있는 게 있는지 제일 먼저 그걸 따져봐야 할 겁니다. 따져 봤는데 줄일게 없다, 그렇다면 수입을 늘리는 방법은 없을까 그걸 모색해 봐야겠죠. 은퇴를 늦추거나 아니면 파트타임 일을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여의치 않으면 자녀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긴 한데 그건 별로 바람직해 보이진 않습니다. 그럼 어떡해야 할까요? 지금부터라도 돈을 모으기 시작해야겠지요. 얼마만큼 모아야 하는지 그걸 알고 싶다 그럴 때 이용할 수 있는게 4% 법칙입니다. 필요한 생활비가 연 6만달러 그리고 소셜연금에서 받는 돈이 월 2천달러, IRA나 401K에서 월 1천 정도는 꺼내 쓸 수 있다 이렇게 가정하면 일년에 $24,000 정도 부족하다는 셈이 나오겠죠. 그렇다면 $24,000 나누기 4% 해서 은퇴자금으로 모아야 할 돈은 60만달러 쯤 되겠네 이렇게 추산할 수 있을 겁니다.

60만달러도 물론 적은 금액은 아닙니다. 하지만 은퇴 후 수입을 하나도 고려하지 않았을 때 계산했던 150만달러와 비교한다면 결코 넘을 수 없는 장벽은 아닐 겁니다. 해 볼 만하다 그런 자신감이 생기겠죠. 물론 한 푼이라도 더 모을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습니다. 다다익선이니까요.

​하지만 금수저도 아니고 돈벼락 맞는 재주도 없다면 모을 수 있는건 아무래도 한도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아주 다행스럽게도 기댈 수 있는 법칙이 있습니다. 바로 복리의 법칙입니다. 원금에 이자가 붙고 거기에 다시 이자가 붙고 해서 돈이 돈을 벌어 준다는 그 법칙 말입니다.

​문제는 이 복리의 법칙이 제대로 일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눈덩이를 뭉쳐서 아래로 굴릴 때 더 크게 만들고 싶다면 경사가 어느 정도 있는 긴 언덕을 찾아가야 하는 것 처럼 은퇴자금을 모으겠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은퇴기금을 모아야겠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면 바로 그때 시작해야 합니다. 이게 걸리고 저게 걸리니까 그걸 해결한 다음 하겠다 이렇게 미루면 돈을 모으는 일은 아마 영영 불가능할 겁니다. 하루라도 일찍 시작하는게 왜 중요한지 한번 살펴 보겠습니다. ​4% 법칙으로 65세 때까지 60만달러를 모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면 30대 초반의 사람은 얼마씩 투자를 해야 할까요. 연 소득을 5만달러라면 수입의 15% 정도를 떼어내서 투자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10년 늦게 그러니까 40대 초반에 시작했다면 수입의 25%는 투자를 해야 합니다. 65세가 될 때까지 남은 시간이 30대 사람보다는 10년이 짧으니까요. 50대 때 시작했다면 액수를 더 늘려야 합니다. 소득의 35% 정도는 투자를 해야만 가능할 겁니다.

​어째서 그러냐? 그건 늦게 시작할 수록 복리의 법칙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익율도 목표 달성에 영향을 끼칩니다. 수익율이 높은 곳에 투자를 하면 목표를 달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단축되니까요. 언덕의 경사가 급할 수록 눈덩이가 더 커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수익율과 투자 위험은 정비례 합니다. 높은 수익율을 원한다면 위험부담을 더 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연 수익 8% 이상 얻겠다면 100프로 주식 위주로 가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위엔 주식이라면 펄쩍 뛰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 분들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돈을 더 떼어 내서 투자를 하는 수 밖엔 없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따져봐도 그럴 여유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목표를 낮춰 잡을 수 밖엔 딴 도리가 없습니다. 60만달러가 아니라 30만달러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이렇게 하면 은퇴 생활비가 부족해지겠죠.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하루라도 일찍 시작하는게 최선이다, 그렇게 말씀 드린 겁니다. 4% 룰을 통해 목표를 확인한 다음 좀 힘이 들더라도 복리의 법칙을 믿고 지금부터라도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글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