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회계사 – IRA 전도사를 하라던 노의사

회계사무실 업무에 파이넨셜 어드바이스를 추가시킨지 얼마 안되었을 때니까 벌써 20년도 더 된 얘깁니다. 중부에 있는 어떤 주에서 30여년을 의사로 일하시다가 막 은퇴를 하신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재정 관리 일도 하고 있다 이렇게 제 소개를 하니까 갑자기 제 손을 꽉 잡으시면서 미스터 박, IRA 전도사를 하세요, 그러시는 거 아닙니까? 무슨 말씀이십니까 하고 되물었더니 이렇게 얘기를 하시더군요.

은퇴를 하게 되면 권리금을 받고 클리닉을 넘겨 줄 수 있을거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워낙 시골 마을이라서 그런지 권리금 주고 하겠다는 의사가 없더라, 그래서 그냥 환자들 잘 take care 해 줄 만한 의사한테 넘기고 몸만 달랑 빠져 나왔다.

다행히 1975년인가 76년인가 IRA 가 나왔길래 그때부터 해마다 꼬박꼬박 넣었다, 시작할 때는 은퇴자금을 모으겠다는 것 보다는 세금을 줄이겠다, 이 생각이 더 컸던게 사실이지만 은퇴를 하고 보니 이 IRA가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이 IRA 돈에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모아놨던 돈과 소셜연금을 보태니 돈 걱정은 안하고 살 만큼은 되더라, 그래서 요새는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IRA는 꼭 하세요 하는 당부를 한다, 그러니 미스터 박도 우리 동포 분들에게 IRA 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걸 꼭 잊지말고 알리세요, 그러시는 겁니다.

이런 당부를 받았는데도 제가 IRA 전도를 열심히 한 건 아닙니다. 제 사무실 고객분들 중심으로 IRA를 권했을 뿐 한인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아마 톡톡 블로그를 시작한 것도 그런 후회 때문이 아닌지 그런 생각도 드네요.

지금은 물론 IRA를 모르는 분들은 만나기 힘듭니다. 하지만 IRA 얘기를 꺼내면 회계사가 왜 그런 애기를 하느냐는 분들을 가끔 계십니다. IRA 는 투자 분야다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IRA는 택스 플래닝이란 측면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입니다. 그리고 회계사들의 업무 영역이 파이넨셜 어드바이스 분야로 확장된 지도 아주 오래 되었습니다. 그래서 회계사들이 IRA 에 대해서 얘기하는 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택스 차원이 아니라 IRA 돈을 어디다 투자를 할 것이냐, 고객들과 그 얘기를 하겠다면 투자 분야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어야 하겠지요.

아뭏든 노후 생활을 하면서 돈 걱정을 줄여 보고 싶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IRA는 필수입니다. 세금혜택을 받으면서 노후자금을 만들 수 있는 건 IRA 밖에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IRA 가 아닌 다른 방법, 예컨대 개인적으로 저축을 하거나 투자를 해서 노후자금을 준비하는 것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할 때는 아무런 세금 혜택이 없습니다. 그냥 After tax money로 저축이나 투자를 하는 것이고 이자나 배당 이런 걸 받을 때마다 세금을 내야 합니다.

그래서 수익율이란 측면에서 본다면 IRA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훨씬 뒤쳐진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25% 택스브라켓에 있는 분이 6천달러를 IRA에 넣었다면 자기 돈은 4천5백달러 그리고 나머지 1천5백달러는 엉클 샘의 보조를 받아서 IRA에 넣었단 뜻이니까 수익율이 높지 않겠습니까?

IRA는 1975년에 처음 나왔습니다. 그리고 불입할 수 있는 액수도 천5백달러가 전부였습니다. 이 상한선은 82년도부터 5백달러를 더 할 수 있도록 그러니까 2천달러로 바뀌었고 그 후 몇차례 조금씩 인상이 되어서 2019년 부터는 6천달러까지 할 수 있도록 되었습니다.

그런 푼돈을 넣어서 언제 목돈을 만드고 코웃음을 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생각해선 안됩니다. 적은 돈이라도 장기간 꾸준히 넣는다면 복리의 법칙이 본인을 위해서 일할 수 있도록 이용하는게 가능해지니까요.

눈덩이를 조그맣게 뭉쳐 가지고 높은 언덕 위에서 아래로 굴리면 어떻게 될까요. 언덕이 길면 길 수록 그리고 언덕의 슬로프 경사가 심할 수록 아래로 굴러 떨어진 눈덩어리는 더욱 커질 겁니다.

복리의 법칙도 마찬가지입니다.원금에 더해진 이자에다 다시 이자 이런 식으로 플러스 되니까 높은 데서 아래로 눈덩이를 굴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별 볼 일 없어 보이지만 시간과 수익율이 충분하다면 엄청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단순 이자와 복리의 차이는 72의 공식이란 걸 통해서 쉽게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돈이 두배로 자라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간단히 구하려 할 떄 쓰는 공식인데 72를 수익률로 나누면 됩니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연 6% 수익이 나오는 곳에 투자한다면 200만원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72÷6=12년, 이렇게 계산을 할 수 있습니다. 단순 이자 6%라면 100만원이 200만원으로 자라려면 16.67년이 걸립니다만 복리로 자라난다면 12년이면 되니까 4.67년 기간을 줄인다는 얘깁니다.

앞의 그 의사 분의 경우로 돌아가서 한번 살펴 볼까요? 이 분은아마 Roth IRA 는 이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Roth는 1997년이나 되어서야 시작되었으니까요. 어쨌든 이 분이 1975년부터 2000년까지 법에서 정한 맥시멈을 매년 IRA 에 넣었다면 26년 동안 넣은 원금 총액은 4만8500달러일 겁입다.

1975년부터 81년까지는 1500달러 씩, 82년부터 2000년까지는 2천달러 씩 넣었을 테니까요. 이 돈을 매년 8% 수익이 나오는 곳에 투자했다면 2000년 말에는 계좌가 얼마로 자라났을까요. 15만 1천907달러라는 계산이 나오네요. 하지만 그 의사의 부인도 IRA를 하셨을 가능성이 큽니다. 엉클 샘이 보조를 해주는데 왜 마다를 합니까?

그래서 그렇게 했다고 가정하면 30만 3천814달러를 모을 수 있었을 겁니다. 이걸 2021년 돈 가치로 환산해 보니까 46만달러가 조금 넘네요. 백만장자 기분을 내기엔 물론 모자랍니다. 하지만 소셜연금 그리고 개인적으로 부동산이다 주식이다 해서 투자해 놓은 것들과 합친다면 노후 생활을 해 나가는 데는 큰 어려움은 없겠다, 그런 생각이 드네요.

여기서 한가지 주의 말씀을 드려야 하겠습니다. 매년 8% 수익, 이렇게 설명을 드렸지만 현실적으로 꼭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주식 쪽 비중을 높여서 투자를 했을 때 그리고 적어도 10년 이상은 했을때 연 평균 8%는 기대할 수 있다는 거지 실제로는 매년 들쑥날쑥 하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주식이 아닌 다른 데 투자를 했다면 8% 수익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은행에 맡겼다면 2-3%, 회사 채권 이런 데 투자를 했다면 5-6% 정도가 고작입니다. 그래서 IRA에다 돈을 넣으면 다 똑같은 수익율을 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해선 안됩니다.

계좌를 열어 놓고 그냥 기다렸다간 쥐꼬리만한 이자를 주는 머니마켓 이자만 몇푼 챙기고 말 겁니다. IRA는 노후 자금을 준비하라고 정부가 세금혜택을 부여한 바구니일 뿐 그 자체가 투자수단은 아니니까요. IRA 바구니가 커지길 바란다면 머니마켓이 아닌 다른 곳에 투자를 해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어느 곳이냐, 그건 주식일 수도 있고 아니면 채권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말 빙빙 돌리지 말고 어디다 투자하는게 좋은지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해라, 그러실 수도 있지만 아닙니다. 선택은 스스로 하셔야 합니다.왜냐? 얼마만큼의 수익을 원하는지 그리고 그런 수익을 얻기 위해 감수할 수 있는 위험도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모 아니면 도다, 이런 분들이라면 백프로 주식 위주로 가도 괜찮을 겁니다만 주식 시장이 요동을 치면 밤잠을 설친다, 이런 분들은 절대 주식으로 가선 안됩니다. 채권이나 은행 CD 이런 것 위주로 가야 합니다.젊은 분들이라면 수익률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쪽으로 가도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중간에 설령 반토막이 나더라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은퇴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 분들에겐 만회의 기회가 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수익은 좀 떨어지더라도 덜 위험한 쪽 그러니까 가격 변동이 심하지 않은 쪽으로 가는게 좋을 겁니다.

어쨌든 노후 자금을 준비하겠다면 IRA부터 시작하는게 좋습니다. 세금혜택이 있으니까 다른 어떤 방법들보다 유리하다는 건 누구도 부인 못합니다.트레디셔널로 할 거냐 Roth로 할 거냐, 이걸로 고민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어떤 걸 하든 큰 문제는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결정하면 됩니다. 한 해는 트레디셔널로 가고 그 다음 해엔 Roth를 하고… 이래도 상관없습니다. 바구니만 달라질 뿐 그 안에 담긴 내용물, 우리가 투자를 한 것들이 우리를 위해 일한다는 건 달라지지 않으니까요.

사업을 하는 분들이라면 SEP IRA 나 SIMPLE IRA 이런 걸 이용하면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훨씬 더 많은 액수를 넣을 수 있으니까요.

401k를 제공하는 직장에 다니는 분들이라면 이것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Roth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또 회사에서 매칭을 해주는 경우도 많으니까 일석이조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상황에 비춰 봤을 때 어떤 방법들이 좋은지 살펴 본 다음 적극 이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출처] IRA 전도사를 하라던 노의사|작성자 시원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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