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회계사 – 생명보험 캐쉬벨류가 정말 100프로 내 돈일까

모든 생명체는 언젠가는 세상을 떠나야 하는 숙명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사망 확률은 나이를 먹을 수록 점점 더 높아집니다.

그래서 나이 든 사람들의 생명보험 보험료는 젊은 사람들이 내는 것보다 훨씬 더 높습니다.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내줘야 할 확률은 가입자의 나이가 많아지는 것과 비례해서 더 높아지니까요.

그런데 종신보험은 나이에 상관없이 매달 똑같은 보험료를 받는다고 합니다. 어떤 식으로 계산을 맞췄길래 그게 가능하다는 걸까요?

보험회사들이 찾아 낸 묘책은 나이가 들었을 때 내야 하는 보험료를 젊었을 때 미리 많이 받는 방식으로 메꾸는 겁니다. 가입하겠다는 사람의 건강상태를 살핀 후 이 사람이 과연 얼마까지 살 수 있을지 예측해 본 후 이 사람한테 받아야 하는 평생 보험료를 계산해 가지고 그걸 전체 가입기간으로 나누는 거지요.

처음 10년간 기본 보험료가 일년에 1200 달러이지만 그 다음 10년은 나이가 더 들었으니까 일년에 3600 달러, 그리고 다음 10년은 보험료가 껑충 뛰어서 1만800 달러 이렇게 올랐다면 30년간 보험회사가 받는 총 보험료는 1만2000 달러 더하기 3만6000 달러 더하기 10만8000 달러 해서 총 15만6000 달러가 되겠죠.

이걸 30년으로 나누면 연 5만2000 달러가 되니까 가입 첫해부터 5만2000 달러를 받는 식으로 말입니다. 기한보험에 들었다면 처음 10년 간은 일년에 1만2000 달러만 내도 되지만 종신보험에 든다면 처음부터 5만2000 달러를 내는 식이지요.

하지만 이 계산법 만으론 종신보험의 균일 보험료를 다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기한보험에 비해 종신 보험료는 최소 10배에서 15배까지 비싼게 현실인데 평균 보험료 계산법으론 그런 액수는 나오지 않으니까요.

그럼 뭐냐? 바로 캐쉬벨류, 가입자로부터 추가로 돈을 받아서 일종의 적립금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가입자의 사망으로 보험금을 내줘야 할 때 전액 회사가 부담하는 대신 캐쉬벨류란 명목의 적립금으로 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추가로 받은 돈과 또 이 돈을 굴려서 생긴 수익으로 보험료 상승분을 맞추는 건 물론 사망 보험금 부담까지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니까 보험회사 입장에선 정말 일석이조 꿩 먹고 알 먹는 셈이죠.

물론 가입자들한테 돈을 미리 더 내라고 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추가로 더 낸 돈은

보험회사 우리가 아니라 가입자 당신들을 위해서 저축이 되고 투자가 된다, 이렇게 착각하도록 유도를 합니다.

유도를 한다는 말을 쓴 이유는 캐쉬벨류의 돈은 필요할 때 아무 조건없이 꺼내 쓸 수 있는 그런 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캐쉬벨류에 있는 돈을 꺼내 쓰려면 보험을 취소하거나 아니면 캐쉬벨류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방법 밖에는 없으니까요.

보험을 취소해야 한다면 생각해 볼 문제가 하나 더 생깁니다. 애당초 종신보험에 가입했던 이유는 나이가 든 다음에도 생명보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들었던 것 아닙니까? 그런데 해지를 하게 되면 보험 카버리지를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되니까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거나 마찬가지가 되고 맙니다.

이렇게 불평을 하면 그럼 해지를 하는 대신 빌리라고 합니다. 뭐라고요? 빌린다는 얘기는 이자를 줘야 한다는 뜻 아닙니까. 게다가 5%에서 9% 이자까지 줘야 한다니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얘기입니다.

​은행에 예금했던 돈을 꺼내 쓰려니까 계좌를 닫거나 아니면 이자를 내고 빌려 쓰는 방법 밖에 없다고 은행 측에서 나온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걸 상상해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돈을 추가로 냈다고 해서 그 돈이 모두 저축이나 투자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Cost of Insurance, 그러니까 기본 보험료를 빼고 사업비와 관리비도 제한 나머지 금액만 투자가 될 뿐입니다.

그래서 캐쉬벨류에 돈이 쌓이는 속도는 아주 느릴 수 밖에 없습니다. 수익률을 계산해 보면 은행 이자보다는 낫지만 다른 일반적인 투자들, 예컨대 채권이나 부동산, 주식에 투자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참 떨어집니다. 10년, 12년을 부었는 데도 그동안 낸 원금에 미치지 못한다고 불평하시는 분들이 많은 이유입니다.

세상을 떠나더라도 보험회사가 약속한 사망보험금에 캐쉬벨류를 얹어서 내준다면 얘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캐쉬벨류가 만들어진 진짜 이유는 보험회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입니다. 절대 가입자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캐쉬벨류가 자동적으로 사망보험금에 추가되는 일은 없습니다. 예컨데 100만불 보험에 가입했고 그동안 캐쉬벨류가 60만불이나 쌓였다 해도 세상을 떠났을 때 남은 가족이 받을 수 있는 돈은 100만불 뿐입니다.

​그러니까 보험회사가 책임지는 돈은 사실 40만달러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60만달러는 가입자로부터 추가로 걷은 돈을 굴려 만든 캐쉬벨류에서 나온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사망보험금에 캐쉬벨류가 가산되는 걸 허락하는 보험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공짜로 해주는 법은 없습니다. 그건 특약 사항이니까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고 할 겁니다.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캐쉬벨류를 100프로 내 돈이라고 생각했다간 크게 실망할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캐쉬벨류란 말 대신 우리나라에서처럼 해지환급금이라고 불러야 하는게 더 맞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듭니다.

​해약을 하게 되면 그동안 낸 보험료 중 얼마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이해를 하고 가입을 할 테니까 투자가 된다, 저축이 된다, 그리고 캐쉬벨류는 필요할 때 언제나 쉽게 꺼내 쓸 수 있는 100프로 내 돈이다, 적어도 이런 오해는 하지 않을 테니까 말입니다.

[출처] 생명보험 캐쉬벨류가 정말 100프로 내 돈일까|작성자 시원 톡톡


글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