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회계사 – 보험도 되고 투자도 되고… 일석이조라고요?

한 몫 챙기겠다고 생명보험에 드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아마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죽은 다음에 천만금을 받아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그런 이유 보다는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보험에 든다, 이렇게 보는게 맞을 듯 싶습니다.

생계를 책임 진 가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기라도 한다면 남은 가족들은 당장 길바닥에 나가 앉아야 될 수도 있는 상황이 걱정된다면 그런 분들에겐 생명보험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일 겁니다.

보험 그러면 자동차 보험이나 주택 보험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다 이런 보험이 필요한 걸까요? 자동차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자동차 보험은 필요 없을 겁니다. 주택이 없는 사람이라면 주택 보험 또한 필요가 없겠지요.

그러나 자동차를 몰고 다니면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그런 분에겐 자동차 보험은 필수일 겁니다. 만에 하나 날 수도 있는 사고에 대비하려면 말입니다. 하지만 자동차를 처분하고 나서 버스나 지하철, 이런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기 시작했다면 어떨까요. 그때도 자동차 보험이 필수일까요?

생명보험도 마찬가집니다. 필요한 기간 동안만 가입하고 있으면 됩니다. 필요한 기간이란 아직 재산을 충분히 모아 놓지 못한 기간 그리고 자녀들이 아직 나이가 어릴 때… 뭐 이런 기간이 되겠죠. 그러니까 생명보험도 필요로 하는 동안에만 이용하면 되는 거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가지고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런 뜻입니다.

이런 필요를 충족 시켜 줄 수 있는 생명보험은 Term Life, 즉 기한보험입니다. 약속한 기간, 그게 10년이 되었든 아니면 20년이 되었든 그 기간 동안만 프로텍션 받으면 되니까요.

기한보험의 고객층은 나이가 젊은 사람들입니다. 이 그룹의 사람들은 재산도 많이 모아놓지 못했을 거고 자녀들 또한 나이가 어릴 테니까요.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날 가능성은 어떨까요. 확률적으로 아주 낮습니다. 그래서 보험료가 아주 쌉니다. 35살 남자가 20년 기간의 50만달러 짜리 보험에 들었을 때 보험료는 한달에 25달러 정도에 불과한 정도니까요.

그러나 종신보험, Whole Life나 Universal Life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회사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아마 10배에서 15배는 더 내야 할 겁니다. 종신보험은 왜 이렇게 비싼 걸까요? 그건 두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죽을 때까지 보험 카버리지를 제공하겠다는 거니까 보험료가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나이를 먹을 수록 세상을 떠날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지니까 보험회사가 짊어져야 하는 부담 또한 늘어날 테니까요.

두번째 이유는 기본 보험료 외에 다른 명목의 가욋돈을 얹어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명목이냐?

추가로 낸 돈은 저축이 된다, 이렇게 이유를 대고 있습니다. 보험도 되고 저축도 된다니까 꼭 꿩 먹고 알 먹고, 일석이조 같이 들립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일정기간만 카버를 해주는 보험이 낭비라고 한다면 보험회사들은 왜 그럼

저축성 자동차보험이나 저축성 화재보험은 팔지 않는 걸까요?

이렇게 얘기를 해도 보험회사 쪽에선 그래도 종신보험이 낫다, 기한보험에 들었다가 만기가 되어서 갱신하려고 했을 때 보험료가 얼만지 아느냐? 껑충 뛴다. 그걸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느냐, 차라리 젊었을 때 종신보험을 들어 놓으면 보험료는 변하지 않고 평생 똑같이 낼 수 있으니 그게 훨씬 낫다, 이렇게 설득을 합니다.

하지만 여기엔 큰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생명보험이 꼭 필요하다, 그걸 기정사실화하고 얘기하고 있다는게 바로 그겁니다.

나이가 들어서까지 생명보험을 가지고 있어야만 할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그동안 재산도 꽤 많이 모았을 거고 자녀들 또한 다 성장한 다음 제 몫을 하고 있을 가능성 또한 높으니까요. 그러니까 50세, 60세를 훌쩍 넘은 다음에도 보험에 기대서 가족들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거의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게 합리적이지 않겠습니까?

보험료는 기한보험이든 종신보험이든 기본적으로 똑같습니다. 나이가 얼마냐가 보험료를 결정하는 요소지 어떤 보험이냐에 따라 달라지는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0년짜리 기한보험을 10년마다 한번씩 세번 갱신해서 내야하는480개월치 보험료나 종신보험료를 40년동안 내는 거나 기본 보험료엔 차이가 없다, 이렇게 봐도 무방합니다.

그래서 종신보험이 자랑하는 평생 똑같은 보험료, 이건 장점이라 할 수 없단 생각입니다. 물론 기한보험에 들었다가 갱신을 하려고 했을 때 꼭 갱신을 할 수 있는건 아닙니다.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거나 한다면 보험회사에서 가입을 거부할 수 있으니까요.

가외로 걷어가서 저축이 되고 있다는 돈, 즉 캐쉬벨류는 그럼 가입자 마음대로 언제나 꺼내 쓸 수 있는 그런 돈일까요? 물론 아닙니다. 이걸 꺼내 쓰겠다면 보험을 해약하거나 아니면 회사에서 돈을 빌려야 합니다.

해약 한다는 건 말 그대로 보험이 없어진다는 뜻, 보험 카버를 받아야 할 이유가 아직도 남아 있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아주 고약해진다는 뜻이죠. 돈을 빌려 써야 한다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긴 마찬가지입니다. 캐쉬벨류, 이건 가입자, 고객님들 돈이라고 하면서 꺼내 쓰겠다니까 왜 이자를 내라는 겁니까?

고약한 건 또 있습니다. 캐쉬벨류가 진짜 내 돈이라면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보험회사는 보험금 플러스 캐쉬벨류, 이렇게 내줘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가입자가 세상을 떠났을 때 보험회사가 내주는 돈은 기본적으로 보험금이 전부입니다. 30만달러짜리 보험에 들었다면 그 30만달러를 내줄 뿐이지 캐쉬벨류가 얼마나 쌓였든 상관없이 그 돈은 내주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그러니까 캐쉬벨류가 아주 적을 때 가입자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보험회사의 손해가 막심하지만

캐쉬벨류가 충분히 쌓인 다음이라면 보험회사는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캐쉬벨류는 내 돈이 아니고 나쁘게 말한다면 보험회사가 인질로 잡고 있는 돈,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만약 빌린 돈을 갚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럴 땐 갚지 않은 돈을 보험금에서 제한 다음 내줍니다. 30만달러 짜리 보험에 들었는데 빌린 돈이 10만 달러고 한다면 이걸 갚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면 보험회사는 20만달러만 내준다, 그런 뜻입니다.

물론 폴리시에 따라서 캐쉬벨류를 얹어서 내주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그런데 그게 자동적으로 그렇게 되는건 아니고 꼭 옵션 사항 그러니까라이더로 추가를 해야 합니다. 보험료를 더 내야만 해 주겠다, 그런 뜻이죠.

종신보험이라고 하니까 보험 카버리지가 평생 제공되는 걸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아닙니다. 종신보험도 만기가 있습니다. 예전엔 80세 만기가 보통이였지만 요샌 평균 수명이 늘어났다고 해서 100세를 만기로 하는게 대부분이지요.

이게 무슨 뜻이냐? 만기가 되는 해에 보험회사는 캐쉬벨류를 내주고 보험을 캔슬시킨다는 뜻입니다. 원래 약속했던 보험금은 슬쩍 자취를 감추는 거죠.

보험을 가지고 있는 동안 어쨌든 추가로 냈던 돈을 종자로 해서 캐쉬벨류가 늘어난 걸 찾을 수 있다면 다행 아니냐, 게다가 그때까지 죽지 않고 살아 있어서 돈을 받는 건데 왜 그걸 문제 삼느냐 그러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이유는 세금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험이 만기가 되어서 캔슬되고 돈을 받게 되면 그동안 냈던 보험금보다 더 많은 돈을 받게 되는 건 맞습니다.

문제는 이 차액에 대해선 뜻하지 않게 세금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Long Term Capital Gain Tax Rate 이 적용되는 대신 Ordinary Income 세율이 적용되니까요. 보험 가입자가 사망해서 수혜인이 보험금을 받을 땐 한푼의 세금도 내지 않지만 만기가 되어 캐쉬벨류를 받을 땐 얘기가 다르다, 그런 뜻입니다.

물론 종신보험이라고 해서 다 나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장점들도 있습니다. 보험을 통해 증식된 캐쉬벨류에 대해서는 인출할 때까지 과세연기란 혜택이 주어지니까 특히 소득세를 많이 내는 고소득층들에겐 유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저같은 평범한 일반 사람들은 꼭 생명보험을 이용해서 절세를 해야 할 정도로 돈이 많지 않다 그거겠죠.

저축이나 정기적 투자 습관이 몸에 배지 않은 분들에게도 종신보험은 유용할 수 있습니다. 빠트리지 않고 보험료만 꼬박꼬박 낸다면 반강제적으로 투자가 된다는 효과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보험료를 내듯이 정기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그런 분들에겐 해당 사항이 없는 얘깁니다.

이렇게까지 말씀드렸는데도 기한보험은 돈 낭비라는 의견에 동의하는 분들이 아직 계실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기한보험에 가입한 뒤 보험료의 차액을 직접 투자하는 옵션은 어떨까요.

보험 카버리지는 기한보험을 통해 받고 투자는 보험회사라는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고 직접 하니까 투자 비용도 절감하고 투자도 자신의 상황에 맞춰 할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필요하다면 언제든 돈을 마음대로 찾아 쓸 수 있을 거고 Ordinary tax 세율 걱정도 안해도 되겠죠. 종신보험 가입을 권유 받더라도 정말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 꼼꼼히 따져 본 후에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기고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출처] 보험도 되고 투자도 되고… 일석이조라고요?|작성자 시원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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