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회계사 – 전세금, 미국 세금 문제 없을까

한국에 있는 아파트를 전세 주고 받은 돈도 미국 세금보고를 해야 하느냐, 많이들 궁금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일년에 몇 분씩이나 계시는 걸 보면 말입니다.

일단 답변은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하고 있지만 조금 뒤가 캥깁니다. 왜냐고요?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라서 미국 세법에선 가타부타 전혀 언급이 없기 때문입니다.

전세는 입주자가 집주인에게 목돈을 건네주고 집을 빌려쓰는 계약입니다. 입주자는 약속한 기간이 끝나면 건네 준 돈을 백프로 돌려 받고 퇴거합니다. 집주인은 입주자가 전셋돈을 빼달라고 하면 받았던 돈을 전액 돌려줍니다.

그러나 전세를 채권 채무 관계로 파악하는건 무리란 생각입니다. 전세란 계약 구조엔 전세금을 받는 댓가로 입주를 허락하니까 분명히 댓가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정상적인 채권 채무 관계에서라면 채권자가 갑, 채무자가 을이여야 합니다. 그런데 전세돈을 건넨 입주자가 갑이란 얘긴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어쨌든 전세 계약을 맺고 전세금을 받았을 때는 미국 세금문제는 일단 없다는 것이 대부분 회계사들의 의견입니다.

이런 입장을 취하는 건 전세금은 계약 기간이 끝나면 돌려줘야 할 의무가 있는 Security deposit 즉 보증금 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미국 세법에선 보증금은 돌려줘야 할 의무가 소멸된 경우가 아니라면 소득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몇가지 걸리는 점들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백프로 보증금이라고 보기엔 액수가 너무 크다는 부분입니다. 집값의 70-80% 에 달하는 전세금을 요구했다면 그 속엔 순수한 보증금 말고도 다른 경제적 목적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합니다.

뭔지는 몰라도 집주인 입장에선 어떤 경제적 이익을 얻는 구조가 전세다 이런 해석도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IRS는 이렇게 나올 지도 모릅니다. 전세금 받은 건 입주를 허락해 준 댓가로 돈을 무이자로 빌린 계약 따라서 집주인은 ‘법정이자’ 만큼의 이득을 봤다고 말입니다.

이렇게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미국 세법에 있는 imputed interest 란 규정 때문입니다. 이 규정에 따라 IRS는 일종의 법정이자 격인 AFR, Applicable Federal Rates를 분기 별로 발표하고 있는데 그그렇다면 적어도 이 이자 만큼을 소득으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비슷한 주택을 월세로 임대해 줬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만큼을 한꺼번에 계산해서  전세금에 포함됐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Fair Market Value 논리지요.

아뭏든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건 한결같은 IRS의 입장입니다. 그리고 이 원칙은 미국 밖에서 발생한 경제적 이익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그러니까 이슈는 전세금 받은게 경제적 이익을 올린거냐 아니냐 그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경제적 이익을 봤다 하더라도 세법에 비과세 소득이라고 되어 있다면 세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만 전세돈은 비과세다, 그런 조항은 미국 세법 어디에도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진 IRS가 전세금 문제를 가지고 우리 교포 분들을 괴롭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나마나 한 얘기를 하느냐고 나무라실 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미국엔 전세란 제도가 없어서 IRS의 입장도 나와 있지 않다. 그래서 명쾌한 답변을 드리기가 어렵다, 이렇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세와 관련된 소득세 문제는 없다 쳐도 주의할 점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전세금을 굴려서 다른 소득을 얻었다면 그 소득도 IRS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과 FBAR 해외 금융소득 신고 문제입니다.

전세금을 목돈으로 받은 다음 그걸 현금으로 갖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어떻게 해서든 그 돈을 굴려가지고 더 큰 이익을 얻으려 하겠죠.

주식에 투자할 수도 있고 다른 부동산을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은행에 맡겨놓고 이자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방법을 쓰던지 그렇게 해서 추가 소득이 발생했다면 그 소득도 미국 세금신고 대상이 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됩니다.    

해외금융계좌  FBAR 신고 대상이 아닌지도 확실히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일년 중 하루라도 은행이나 증권계좌에 넣어 둔 돈이 1만달러가 넘는다면 FBAR 신고를 반드시 해야 합니다. 잊어 버리고 안했다가 적발이 된다면 계좌의 절반 또는 1만달러 중 더 많은 금액을 페널티로 뺏길 지도 모르니까요.

FBAR와 FATCA 에 대해선 이미 톡톡 블로그에서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내용을 좀 더 알아 봐야겠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관련 칼럼들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전세금, 미국 세금 문제 없을까|작성자 시원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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