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회계사 – 여러분의 재정 건강은 안녕하십니까

코로나 19가 펜데믹으로 발전하면서 금융시장이 전전긍긍 하고 있습니다. 연방 준비은행이 선제적으로 0% 대까지 금리를 인하했고 미국 정부도 펜스 부통령을 정점으로 대응팀을 꾸렸지만 시장의 불안감을 덜어 주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덕분에 주가는 매일 널뛰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다우지수만 보더라도 어느 날은 2천 포인트 넘게 빠졌다가 다음 날은 또 1천 포인트 이상 뛰어 오르는 등 갈피를 못 잡고 있습니다. 물론 전체적인 흐름은 급락세입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는 식으로 기름 값마저 곤두박질 치고 있는 것도 좋지 않은 소식입니다. 유가 하락은 러시아와 사우디 아라비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한 탓이지만 어쨌든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점에선 매 한가지입니다.

사정이 이러니 주식이고 뭐고 다 손 빼고 그냥 현금이나 움켜쥐고 있어야 되겠다 하는 분들도 보입니다. 좁고 깊은 계곡 속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기분일 테니 이해가 되긴 합니다만 현금을 쥐고 있다 해서 안심이 될까, 그건 의문입니다. 쥐꼬리만한 은행 이자로 만족하자니 한심스럽기도 하고 그렇다고 어디 다른 데 투자할 곳이 또 마땅히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주식에서 손을 떼겠다, 그렇게 마음 먹기 전에 ‘왜 주식 투자를 하는거지?’ 하는 질문을 먼저 해 보는게 순서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온 답이 은퇴자금 마련과 같은 장기적 목적 때문이라면 주식에서 손 떼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닐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면 주식 투자는 선택이 아닙니다. 필수입니다. 왜냐고요? 갖고만 있어도 돈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투자 수단은 주식 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투자금의 일부는 언제나 주식에 투자되어 있어야 합니다. 주식이란 말이 거슬린다면 에퀴티 투자, 이렇게 바꿔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금은 누구나 안전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런 안전자산을 아무리 오랫동안 갖고 있다 해도 돈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금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경우는 샀던 값보다 더 높이 쳐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서 실제로 팔았을 때 뿐입니다.

채권은 조금 낫긴 합니다. 갖고 있는 동안에도 돈이 생기긴 하니까요. 돈을 빌려주고 받은 증서, 채권에는 돈을 빌린 사람이 이자를 얼마씩 쳐서 주겠다는 약속도 적혀 있습니다. 이 약속이 지켜지는 한 이자는 꼬박꼬박 들어 옵니다. 그러나 그 뿐입니다. 돈을 빌린 사람이 그 돈을 잘 굴려 가지고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처음에 약속한 이자 이상을 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주식은 다릅니다. 주식에 투자했다는건 그 회사의 오너가 됐다는 뜻이기 때문에 회사 실적이 좋다면 실적에 따라 이익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실적이 매년 오르고 있다면 배당 수익 또한 해마다 늘어 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럼 주식 값은 어떻게 될까요.

배당이 해마다 늘어나니까 그 회사의 주식을 사겠다는 사람들도 늘어날 겁니다. 그 결과 수요 공급의 원칙에 따라 주식 값도 올라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고정된 이자만을 받는 채권보다 수익이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물론 사업이 언제나 잘 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큰 손실을 보기도 합니다. 주식 투자가 위험하다는건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이렇게 적자가 날 수도 있고 또 적자가 누적되면 파산까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파산을 하게되면 주주는 한푼도 못 건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파산 시 주주의 권리는 법적으로 채권자보다 하위 순위로 밀리기 때문입니다.

주가가 많이 빠졌을 때 돈을 빌려서 사면 좋다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좋은 아이디어 같지는 않습니다. 레버리지 효과를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가가 반등을 못하고 계속 하락한다면 그냥 패가망신하기 딱 좋을 뿐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 모텔 투자했던 분들이 어떤 결과를 맛봤던지를 기억해 보시기 바랍니다.

빚 내서 투자하는 건 부동산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주식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마진 투자가 바로 그겁니다. 그런데 요즘처럼 널뛰기를 하는 장세에서 그런 마진을 썼다면 아마 밤에 잠 자기가 편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조기상환을 요구하는 마진 콜이 언제 들어올지 불안해서 말입니다.

주식 값의 변동 추세를 점치고 옵션 트레이딩을 즐기는 사람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일겁니다. 주가가 더 빠질 거라고 보고 콜 옵션 아니면 반대로 오른다고 점치고 풋 옵션을 샀는데 급락과 반등을 하고 있으니 정신차리기가 힘들지 않겠습니까? 옵션같은 파생상품에는 애초부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일반 투자자라면 물론 아무 관계없는 얘기입니다.

코로나19가 준 또 하나의 교훈은 주식투자는 도박이 아니란 걸 일깨워 준 점입니다. 자고 일어나면 주식 값이 오르는 세월을 무려 11년 가까이 경험하다 보니 주식을 손쉽게 돈 벌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한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사실입니다.

그 바람에 3-4개월 후면 쓸 곳이 있는 돈을 잠깐 굴린 다음 몫돈을 쥐어 보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주식에 뛰어 든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런 분들은 지금 물론 가슴을 치면서 후회하고 있겠지요. 하지만 애당초 주식에 넣으면 안되는 돈을 도박판에서 배팅하듯 굴렸으니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말씀드린대로 주식은 지난 2009년부터 계속 올랐습니다. 그것도 아주 큰 폭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사실 떨어질 때도 되었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19는 그래서 울고 싶던 참에 뺨 한대 때려준 셈인지도 모릅니다.

우리 모두 다 잘 알고 있듯이 이 세상 모든 건 돌고 돕니다. 달도 차면 기울고 밀려 들어온 바닷물도 때가 되면 쓸려 나갑니다. 일어난 것은 사라지기 마련이니 코로나19 도 때가 되면 사라질 겁니다.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주식은 다시 상승 행진을 계속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해서는 안됩니다. 아무리 즐거운 파티라도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주식, 아니 이건 다른 투자를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가격 변동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기 보다는 자신의 투자 목적과 타임 프레임을 살펴 보는게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목적이 달라졌거나 아니면 돈을 쓸 때가 가까워졌다면 전략을 바꿔야 하니까요. 시장을 점치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목적과 상황에 맞춰 대처 방법을 준비하는 거지요. 그게 유비무환의 본질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변동사항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리밸런싱을 하고 투자 대상을 여러 곳으로 나누어 놓는 것은 좋은 방법입니다. 종목 별, 업종 별, 지역 별… 입맛에 맞춰 이렇게 여러군데 나눠 놓은 다음 적어도 1년에 한번은 생각대로 자라고 있는지 살펴 보는 것이지요.

어떻게 나눌 것이냐, 그건 물론 자신의 투자 목적과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위험부담 수준에 맞춰 결정할 문제입니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같은 어떤 정형화된 틀에 억지로 끼워 맞췄다간 십중팔구 낭패를 보게 될 테니까요.

투자는 갖고 있는 돈을 오늘 써버리는 대신 내일을 위해 모아놓는 것입니다. 그래서 투자와 투기를 혼동해선 안됩니다. 시간을 믿고 자신에게 맞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게 재정 건강을 지키는 올바른 코로나 19 대처법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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