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자금 vs. 자녀 학자금, 무엇부터 준비할까

은퇴 자금부터 모아야 하는지 아니면 자녀들의 학자금 준비부터 해야 하는지. 이 문제로 고민을 하는 분들이 제법 계신 듯 합니다. 돈에 여유가 있다면 학자금도 대주고 노후자금까지 만들면 좋겠지만 그렇게 여유 있는 가정은 많지가 않습니다.

그래선지 이 질문도 CPATalkTalk 모임의 단골 질문 중 하나입니다.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자신의 상황과 목적 그리고 인생관에 따라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는 점입니다.

노후를 자식들에게 의존하겠다는 정서는 우리 동양 문화권에서 특히 강합니다. 이런 정서를 가지고 있다면 자녀들의 학자금 준비부터 시작하는 것도 나쁜 생각은 아닙니다.

자녀들을 교육시켜서 경제적 안정을 이루게 해 준다면 부모들의 노후를 뒷바라지 해줄 수 있는 여유 또한 생기게 될 테니까요. 이런 생각에 동의를 하는 분들에게는 학자금 준비가 곧 노후 자금 준비가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종종 우리의 꿈을 배반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이는 데도 나이 드신 부모 부양을 소홀히 하는 경우도 종종 보이니까요.

나이 드신 부모를 소홀히 하는게 반드시 효심 부족으로 생기는 문제는 아닙니다. 자녀들의 우선 순위가 부모의 우선 순위가 다르기 때문일 지도 모릅니다. 사람이란 모두 자신들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그런 존재 아닙니까.

자녀들에게 기대야 하는 기간이 짧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런데 평균수명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70대는 노인 축에도 못낀다는 우숫개 소리가 나돈 지도 이미 모래 되었습니다.

나이를 먹을 수록 병고에 시달릴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게다가 대부분은 장기간병을 요할 때가 많습니다. 누군가의 수발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간병비로 나가는 돈은 많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돈은 둘째라 쳐도 병수발 3년에 효자 없는 법 아닙니까. 결국 노후 생활을 여유롭게 보내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능동적으로 준비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

학자금 준비는 부모가 꼭 해주지 않더라도 다른 방법들이 많습니다. 장학금을 받을 수도 있고 낮은 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공부를 하겠다는 자세이지 돈 때문에 공부를 못하는 그런 세상은 이젠 아닙니다.

자기 교육비를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것은 자녀들의 자립심을 키워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자립심이 크다면 사회에 나갔을 때 성공 가능성은 더욱 높아 질 수도 있습니다.

노년기에 자녀들의 부양해 줄 것이란 기대감 보다는 사랑 때문에 학자금 준비부터 챙기는 분들도 물론 계실 겁니다. 그런 분들이라도 오늘 칼럼에 대해 너무 언짢아 하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노후 부양 부담을 자녀들에게 주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자녀들을 돕는 길일 수도 있으니까요. 부양 걱정이 줄어들면 들수록 마음놓고 하고 싶은 일들을 과감하게 추진해 나갈 수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어쨌든 이 칼럼의 목적은 노후자금과 학자금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것부터 준비해야 하느냐를 함께 짚어 보자는 것 입니다. 선택은 언제나 본인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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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철 CPA / cpatalktalk@hcparkcp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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