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는게 나을까 아니면 임대가 좋을까

집을 구입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임대해서 사는 게 나은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나 중국에서라면 이미 답이 나와 있을 것 같네요. 사는 게 낫다는 의견이 절대 다수 아니겠습니까? 구입이 낫다고 보는 가장 이유는 투자 측면에서 우월하다는 생각 때문인 같습니다. 집값은 오르면 오르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대부분 사람들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예컨대 은행 에서 돈을 빌려 가지고 집을 사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오히려 유리하다고까지 생각합니다. 지렛대 효과 (leverage effect) 까지 누릴 수 있어서 투자 수익율을 훨씬 높힐 수 있다고 보는 거지요. 틀린 생각은 아닙니다. 집값이 계속 오르는 환경에선 100퍼센트 이해가 되고 지극히 합리적인 경제적 행위입니다.

하지만 집값이라고 오르기만 하고 떨어지지는 않을까요? 부동산 불패 신화도 미국이나 일본에선 이미 깨진 지 오래고 최근엔 우리나라나 중국에서조차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 않습니까?

주택 구입이 투자로서 가치가 있다는 의견은 주택 시장이 계속 호황일 때만 성립합니다. 반대일 경우에는 투자로서의 주택의 매력은 크게 줄어 듭니다. 아무리 오래 가지고 있어도 계속 그 값이거나 오히려 값이 떨어지는데 투자를 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구입 vs.임대” 를 비교할 때도 투자 측면만 보지말고 어느 쪽으로 했을 때 비용이 덜 들 까를 따져 보는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도 듭니다. 집을 사겠다면 다운페이 명목으로 몫돈을 넣어야 하니까 기회비용이 발생합니다. 융자조건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집값의 20% 이상은 다운페이로 준비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0억원 짜리 아파트를 사면서 8억을 빌렸다면 내 돈 2억을 잠겨 놓아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2억을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포기해야 합니다. 월 1%의 수익을 가정한다면 2백만원 벌 기회를 놓친 셈입니다. 집 구입 비용으로 월 200만원의 비용이 발생했다는 뜻도 됩니다.

집을 구입했다면 임대해서 살 때는 부담하지 않았던 여러가지 비용들도 지불해야 합니다. 재산세 및 집 보험료, 유틸리티 비용을 포함한 각종 공과금 등이 좋은 예입니다. 그리고 집 수리비나 보수 유지비 또한 잊어선 안 될 비용들입니다.

하지만 임대를 하면 대부분 이런 비용들은 거의 치루지 않습니다. 일괄적으로 한 달에 얼마 씩을 내면 그만입니다. 임대 보증금이라 해도 한 두달치 임대료 정도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 기회비용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전세 세입자라면 기회비용이 임대 세입자보다는아무래도 많이 들겠지요. 전세 보증금 액수가 집값 대비 상당히 큰 게 현실이니까요. 여기까지 얘기를 하다 보니까 구입을 말리고 싶어하는 어떤 속내가 있는 아니냐고 혹시 오해하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절대 그런 뜻은 아닙니다.

집값이 오를 지 내릴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집 구입과 임대 문제는 투자 문제 대신 보유 비용 문제로 바꿔서 비교해 보시는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그런 뜻에서 말씀드리는 것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