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 과연 일석이조?

어린 자녀들이 있다면 생명보험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입니다. 가장이 불의에 세상을 떠나는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자녀들이 학업을 중단한다든지 아니면 생업전선에 뛰어 들어야 하는 일은 막아야 하니까요. 기한보험(Term Life)이냐 아니면 종신보험이냐를 선택하는 문제도 그래서 바로 이런 관점에서부터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투자가 되느냐 아니냐는 그 다음 문제일 뿐이란 생각입니다.

가족 보호를 목적으로 생명보험을 구입하고 싶다면 종신보험보다는 기한보험을 구입하는게 경제적입니다. 보험료가 훨씬 싸기 때문입니다.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기한보험은 돈 낭비가 아니냐는 분들도 종종 보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일정기간까지만 카버를 해주는 보험이 낭비라고 한다면 왜 보험회사들은 저축성 자동차보험이나 저축성 화재보험 등은 팔지 않는 것일까요?

종신보험의 보험료가 높은 이유는 이 상품의 가격구조 때문입니다. 보험료로 낸 돈 중에서 먼저 순수 보험료 명목이 공제되고 나머지 돈이 투자가 되는 구조입니다. 그러니까 순수하게 보험을 구입하는게 아니라 보험과 투자가 병합된 상품을 사는 것입니다.

이렇게 두가지 기능, 보험과 투자가 한 상품을 통해 이루어지니까 편리한 점도 있습니다. 그런데 의문이 생깁니다. 한가지 기능만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도 이런 다기능 상품이 유용한 것일까요? 필요가 없는 기능들을 비싼 값을 치루면서 구입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인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종신보험에 들어있는 돈을 꺼내 쓰는 방법에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 방법은 보험을 해약하고 그동안 투자가 된 돈을 돌려받는 방법입니다. 두번째 방법은 보험을 담보로 회사에서 돈을 빌리는 방법입니다. 두가지 다 가입자에겐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들입니다.

정해진 기간 전에 해약을 하게되면 해약금(Surrender Charge)을 내야 합니다. 게다가 보험 혜택마저 상실되고 맙니다. 보험 카버리지의 필요성이 아직도 남아 있다면 아주 곤란한 상황이 되고 맙니다. 돈을 빌려 쓴다는 방법도 좀 어처구니가 없어 보입니다. 보험 내에 쌓여있는 돈, 캐쉬벨류라고 하는 것은 내 돈이 아닙니까? 그런데 내 돈을 담보로 이자까지 내면서 빌려 써야한다면 뭔가 좀 이상합니다. 하지만 종신보험의 구조는 그렇게 짜여져 있고 그렇게 계약이 맺어져 있습니다.

물론 종신보험이라고 해서 다 나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장점들도 있습니다. 특히 종신 변액보험은 소득세를 많이 내는 고소득층에게 유리합니다. 보험을 통해 증식된 캐쉬벨류에 대해서는 인출할 때까지 과세가 연기됩니다. 따라서 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연기 혜택이 목적이라면 변액보험도 좋은 옵션입니다. 그리고 저축이나 정기적 투자 습관이 아직 몸에 배지 않은 분들에게도 유용합니다. 보험료를 빠트리지 않고 꼬박꼬박 낸다면 반강제적으로 투자가 되는 효과가 있으니까요.

이렇게까지 말씀드렸는데도 기한보험은 돈 낭비라는 의견에 동의하는 분들이 아직 계실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기한보험에 가입한 뒤 보험료의 차액을 직접 투자하는 옵션은 어떨까요. 보험회사라는 중간 상인이 없어지니까 투자비용은 절감되고 보험 카버리지도 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필요하다면 언제든 마음대로 찾아 쓸 수 있는 장점도 생깁니다.

결국 생명보험도 구입 목적과 상황에 맞춰서 선택하는게 중요합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은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결코 장점만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종신보험을 구입하면 투자도 되고 보험도 되기는 하겠지만 비싼 값을 치뤄야 합니다. 그리고 투자된 돈이라고 해도 보험에 묶여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꺼내 쓰는게 불가능합니다. 보험 구입을 고려하고 계시다면 왜 보험을 구입하려 하는지 다시 한번 짚어본 후 목적에 부합하는 보험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