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상식 생활상식 – 대학 학자금 사전 설계 필수…안이한 대처로 큰 부담을 지는 가정 많아

각 대학의 합격자 발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합격 학생들에 대한 학자금 지원 내역서도 속속 그 내용이 발표되고 있다. 원하는 대학에 합격함과 동시에 그 대학에서 충분한 학자금 지원을 받게 되는 학생들의 기쁨은 몇 배로 커지는 반면, 대학에 합격했어도 학자금 지원이 부족하거나 지원금이 매우 작아서 큰 고민에 빠지는 가정도 주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학자금을 조달할 방법을 찾기 어려워 원하는 대학을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립대학이나 2순위, 3순위 대학으로 진로를 돌리는 학생들을 볼 때면 마음이 착잡할 수 밖에 없다. 대학 진학을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12년 이상을 노력해 온 결과가 학자금이라는 장애물에 부딪혀 제약을 받게 되고 더 나아가 자녀의 진로가 변경되는 결과를 빚는다면 그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학부모들이 일찍부터 충분히 정보를 수집하고 사전 준비를 했다면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를 정보 부족이나 지나친 낙관, 안이함, 게으름 등으로 인해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수습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게 된다면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주변을 보면 비슷한 경제적인 조건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도 대학으로부터 제공받는 학자금 지원 금액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소득이나 자산의 규모가 큰 차이가 없는데 학자금 지원 액수가 심지어 수 만달러가 넘게 차이가 나기도 한다. 이 같은 차이는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역시 가장 큰 차이는 학자금 지원 시점보다 최소한 1~2년 앞서서 사전 설계를 제대로 했느냐에서 기인한다.

대학이 특정 학생에 대한 학자금 지원 내역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가정의 소득과 자산의 크기다. 소득은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기 최소한 2년 전부터의 소득이 영향을 미치며, 투자나 부동산, 비즈니스 등 대부분 소유하고 있는 자산이 큰 영향을 준다. 그런데 소득과 자산의 상태는 하루 아침에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어도 1~2년 이상의 준비 기간을 갖고 학자금 신청 시점에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최적화 시켜 놓아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과정에 대한 무지나 안이함 때문에 시점을 놓친다면 원하지 않는 결과를 얻기 쉬우며 그 결과는 길게는 학생의 평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근 필자와 상담을 했던 A학생과 그 부모는 사전 설계가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고등학교 내내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SAT에서도 좋은 점수를 얻은 A는 원하는 대학 5~6곳 모두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다. 어떤 학교를 선택할 것인지 즐거운 고민에 빠졌던 마음도 잠시, A학생과 부모는 학자금 문제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다.
A학생의 가정은 재정적인 여유가 많은 집안은 아니다. 5년 이상 작은 비즈니스를 운영하던 A학생의 부모는 비즈니스가 잘 되지 않자 2년전 가게를 정리하고 적은 월급을 받는 직장으로 옮겼다. 생활비가 충분하지 않았던 부모는 생활비 충당을 위해 오래전에 사 두었던 콘도를 팔아서 앞으로 수 년간의 생활비를 보충하려고 마음 먹고 이 부동산을 정리했다. 별 생각없이 생활하던 이들 부모는 2017년 세금 보고 때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부모가 받는 월급은 몇 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콘도를 팔면서 발생한 양도소득 (capital gain)이 20만 달러 이상 발생했고 그 때문에 세금 폭탄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먹기로 몇 만 달러의 세금을 내고 그래도 목돈이 생겨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부모는 A의 학자금 지원 신청 과정에서 자신들의 생각이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양도소득이 총 소득에 합산돼 학자금 지원 기준이 되는 2017년 소득이 25만 달러를 넘었고, 그 결과 FAFSA 상의 가정분담금(EFC)이 무려 8만이 넘게 나왔기 때문이다. EFC가 이 정도로 높게 나왔다면 전국 어느 대학에서도 학자금 지원을 받기 어렵다. A 부모의 현재 연 소득은 5만 달러 내외다. 소득보다 많은 EFC를 부담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콘도를 정리하고 남은 돈도 A의 4년 등록금으로 모두 사라질 것이다.
대학 학자금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안이하게 대처했다가 A학생과 같은 결과를 빚기 십상이다. 부모님들과 학생들의 각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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