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과 잇몸 질환

당뇨병과 잇몸 질환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병은 무엇입니까?”

이런 질문과 맞닥뜨렸을 때, 많은 의사들은 ‘당뇨병’을 가장 무서운 병의 하나로 꼽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당뇨병이란 과연 무엇인가?
우리가 식사를 하고 나면, 몸속에 섭취된 음식물의 대부분이 포도당으로 바뀌고, 혈액은 이런 포도당을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 곳곳으로 운반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포도당을 세포속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인슐린(Insulin)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슐린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거나, 올바르게 작용하지 않게 되면, 혈중 포도당의 농도가 높아지게 되고 (고혈당), 이로 인해 여러가지 증상이 나타나고 포도당이 몸 속에 흡수되지 않고 소변에 고스란히 배출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을 우리는 당뇨병이라 부른다.
일단 당뇨병의 정의만 살펴보면, 왜 의사들이 당뇨를 무서운 병이라 부르는지 알 수가 없다. 당뇨병이 그 무섭다는 암도 아니고, 불치병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당뇨병’을 가장 무서운 병의 하나로 꼽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1. 제 6의 당뇨 합병증, 풍치 (잇몸 질환)
당뇨병은 그 자체보다는 당뇨로 인한 치명적인 합병증 때문에 더 무서운 병으로 인식되고 있는 병이다.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으로는, 1) 망막증 2)신증 3)신경장애 4)말초혈관장애 5)대혈관장애를 들 수 있는데, 최근 미국 당뇨학회에서는 풍치를 당뇨의 여섯번째 합병증으로 정할만큼 당뇨가 잇몸질환 발생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일반적으로 당뇨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치주 질환에 걸릴 확률이 3배가량 더 높다고 한다. 당뇨가 있으면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고 미세혈과 합병증이 유발돼 치주염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미국 질병 통제예방센터 (CDCP)에 따르면 당뇨가 있으면 치아가 손실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약 1.46배 높다고 한다.

2. 잇몸질환이 당뇨를 부른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최근에 계속 발표되고 있는 연구들에 의하면, ‘잇몸 질환 또한, 당뇨를 유발하는 원인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처음에 잇몸병이 당뇨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을 때는, 의학계와 치과학계에서는 반신반의하는 입장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잇몸 질환이 본래 만성염증성 질환으로 특정인자의 분비 촉진을 통해 당뇨병의 혈당치를 악화시킨다는 것이 밝혀짐에 따라, 당뇨가 잇몸 질환의 시작및 진행에 관여하고, 잇몸질환은 혈당치를 악화시키는데 관여한다는 것이 여러 연구 결과에서 밝혀지고 있다.
특히, 영국 에든버러 대학 치의학 연구소의 테리 심슨(Terry Simpson)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성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제2형 당뇨병의 경우, 잇몸 질환을 치료하면 혈당이 내려가 혈당 조절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1형 당뇨병인 ‘소아당뇨병’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제2형 ‘성인당뇨병’의 경우 잇몸 질환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당뇨병과는 전혀 상관이 없어보이는 ‘잇몸질환’이 혈당치 조절에 관여를 하고, ‘잇몸질환’을 치료함으로써 당뇨병 환자의 혈당치가 개선된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3. 당뇨 환자의 잇몸 치료
일반적으로 당뇨 환자의 경우 잇몸 질환이 시작되면, 일반인보다 가속화 현상을 보임에 따라, 단시간내에 치아를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당뇨 환자가 치아를 잃는다는 것은 식이 요법이 필수적인 당뇨 환자에게 매우 치명적인 상황을 의미하므로, 지금 현재 당뇨를 앓고 계시거나 초기 당뇨의 기미가 보이는 분이 계시다면 평소에 특별한 신경을 써서 구강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당뇨 환자들께서 치과에 잇몸 치료를 위해 내원하시는 경우에는 다음 사항을 권해드린다.

1. 치과 치료전 반드시 전신적 질환을 치과 의사에게 알린다.
2. 치과 치료전 반드시 혈당을 검사하여, 혈당치가 정상 범위에 있는지 확인한다.
3. 혈당관리가 가장 잘 되는 오전에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하며, 저혈당으로 인한 쇼크방지를 위해 식사를 거르지 말고 당뇨약/인슐린을 복용하도록 한다.
4. 석달에 한번, 일반인보다 더 자주 치과 검진을 받도록 한다.
5. 평소 식후 5분 이내에 칫솔질을 하며 (부드러운 칫솔 사용) 치실과 치간 칫솔을 사용하도록 한다.

당뇨병은 평생을 까다롭게 관리해야 하는 난치병이다. 하지만, 철저하게 관리만 잘 한다면 평생 일반인처럼 건강하게 지내는 경우도 많다. 당뇨병과 같은 질환이 있다는 것은, 마치 마라톤과 같은 장거리 레이스에서 남들보다 100미터 이상 뒤쳐져서 출발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분명 남들보다 불리한 조건인 것은 확실하지만, 꾸준히 관리하다보면 일반인 못지 않게, 아니 어쩌면 꾸준한 관리 덕분에 일반인보다 더 건강하게 지낼 수도 있다. 관리를 잘하고 계시는 당뇨 환자분들에게서는 ‘충치’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 바로 그러한 경우라고 할 수있다.

혹시라도 당뇨 환자분들께서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지금부터라도 잇몸 질환에 꾸준히 신경을 쓰셔서 당뇨와 잇몸 질환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건강을 지키셨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