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경부 마모증(Cervical Abrasion)

지나친 칫솔질이 치아를 망친다 –

치경부 마모증(Cervical Abrasion)

“저는 평소에 양치질도 열심히 하는데, 왜 치아가 좋지 않을까요?”

치과 검진을 위해 방문하신 상당수의 환자분께서 흔히 하시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하시는 환자분의 공통점은 주로 40대 이상의 연령층으로 특별히 충치와 같은 질환도 없고 구강 청결 상태도 매우 양호한 반면, 찬물 한잔에도 이가 시리다거나 종종 칫솔질 중에 찌릿찌릿한 증상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자분들의 치아를 살펴보면 종종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부분(치경부)이 V자 모양으로 패인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증상을 치경부 마모증 (Cervical Abrasion)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치아와 잇몸 경계 부위가 패이면 치아의 가장 단단한 부위인 법랑질이 파괴되면서 상아질이 노출되게 되는데, 이 상아질에는 치아의 신경세관이 분포해 있기 때문에 신경관으로 감각이 전달될 때 자극을 주게 된다. 이로 인해 찬물이나 뜨거운 물을 마실 때 온도 차이에 민감해져 이가 시리게 되는 것이다.

또한, 치경부 마모증이 생기면 치아가 패인 부분에 플라그(Plaque)가 쌓이기 쉽다. 이때 많은 환자분들께서는 구강 청결을 고려해 양치질을 더 열심히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다 보면 치아건강에 적신호가 켜 질 수 있다. 무턱대고 하는 양치질로 인해 치아 마모가 더 빨리 일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잘못된 방법으로 지나치게 열심히 했던 양치질로 잇몸과 치아 사이가 패이게 되고, 여기에 쌓이는 이물질들을 제거하기 위해서 또다시 지나치게 양치질을 함으로써 점점 상태가 나빠지는 악순환의 질환이 바로 ‘치경부 마모증’이다.

1. 치경부 마모증의 원인

치경부 마모증의 원인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가장 흔한 이유는 지나친 칫솔질이다. 현대인들은 뭐든 ‘빨리빨리’하는 습관에 익숙해져서 칫솔질도 누군가에게 쫓기듯 급히 한다. 칫솔질을 빨리 끝내려고 강도는 세게, 박박 문질러 닦게 되는 것이다. 특히 횡마법(수평으로 닦는 것)으로 이를 닦을 경우 마찰이 심한 송곳니와 첫번째 작은 어금니에 치경부 마모증이 쉽게 나타난다.

두번째는 딱딱한 음식을 씹거나, 이를 악물 때 생기는 교합압이 치경부로 전달돼 치아가 부분적으로 떨어져 나가는 경우다. 우리가 하루에도 수백번씩 입을 다물 때, 그 힘이 치아에 반복적으로 작용하게되면 우리의 치아는 아주 미세한 저도로 휘었다 펴졌다를 반복하다가 치아 목부위에 있는 치아 법랑질이 조금씩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세번째는 치주염의 발생으로 인해 잇몸이 점점 주저앉아 치경부 아래로 잇몸이 내려가 치근(잇몸에 치아를 고정시켜 주는 부분)이 노출됐었을 때 급속한 마모가 일어날 수 있다. 한국인은 김치 채소 등 섬유질로 이루어진 식단이 많은데 질긴 음식물을 씹게 되면 옆으로 갈면서 씹게 돼 치경부 마모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경우도 있다.

2. 초기 치료가 가장 중요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가 시리거나, 치아 아랫부분이 파여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한다. 그러나 일단 마모가 되면 양치질할 때마다 그 부위에 칫솔모가 끼어 더 많이 패이게 되고 이 부위에 음식물이나 치태가 잘 끼어 이차적으로 충치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또 이를 의식하고 양치질을 더 열심히 하면 마모가 더 빨리 일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치경부 마모증은 초기에 치료하면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단순히 일시적 증상으로 여겨 방치하면 증상이 악화돼 신경 치료까지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치료는 그 패인 정도가 미미하면 레진이라는 치아색 나는 재료로 패인부분을 채워넣어 치료하며, 이가 시린 증상은 진료 후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치료시기를 놓쳐 마모가 심해지고 신경까지 노출되면 심한 통증과 함께 신경에 염증이 생기게 되므로, 신경치료와 크라운(금니)이 필요할 수도 있다. 잇몸 아래까지 마모가 심하게 내려간 경우에는 잇몸 성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가 시리거나, 잇몸과 치아 사이가 패이기 시작하는 경우에는 초기에 검진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상을 살다보면 때로는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경우가 있다. ‘치경부 마모증’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열심히 치아를 닦는답시고 무조건 박박 세게 치아를 닦는 것이 오히려 병을 키울 수도 있다.

열심히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평소의 칫솔질은 무엇보다도 올바른 방법과 적당한 강도로 닦는 것이 치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 적당히, 무리하지 않는 것… 그 또한 인생을 잘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