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판!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서려는데 무척이나 가슴이 떨린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집 롱-페이스(개의 얼굴이 하도 길어서 내가 붙인 닉네임) 문앞에서 꼬리를 치면서 반갑다고 내 몸을 향해 점프하고 이리뛰고 저리뛰고 난리이다. 워낙에 등치가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다보니 우리집3파운드 치와와 스카우트는 아예 내 근처로 오지도 못하고 저만치서 꼬리만 흔들고 있다. 아마도 얼굴엔 긁힌자국이 있는걸보니 두놈이 한바탕 했나보다. 한마리씩 따로 놓아두고 나갔어야하는데 아침에 워낙일찍 출근을 하니 그럴 경향이 없었다.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올때는 온신경이 예민해져 있다. 지난번엔 안심하고 집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우리집 롱페이스가 문이 열린 틈새로 줄행랑을 치는바람에… 오밤중에 온동네를 뛰어다니며, 개잡으러 다니느라 이리뛰고 저리뛰었었다. 결국 내가 지쳐서 집 앞마당에 주저앉아 한참을 있자니 롱페이스가 집앞으로 어슬렁 어슬렁 나타났다. 롱페이스는 자기도 지쳤는지 내 앞으로 와서 이렇게 밖에 있지만 말고 집으로 들어가자며 문앞에 서서는 꼬리를 살랑살랑흔든다.

집안으로 들어서니오마이! 마이!!” 온집안에 왕골부스러기들이 산산조각이 되어서 마치 여기가 왕골밭인지 우리집 거실인지 모를 정도이다. 아니! 이번엔 어디에서 이것을 가져다가… 이리저리 두리번거려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아하! 신발장 뒤에 있었구나! 신발장은 말이 신발장이지 신발은 다들 피신중이시다. 오늘 이른저녁에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엄마가 해준 비지찌게 가지고 가는데요, 집안이 난리가 났어요. 온집안에딸아이는 깔끔한성격이다. 흐트러진 집안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 엊저녁 내가 불린 콩을 갈고 신김치를 씻어낸다음 멸치 국물과 야채 몇가지 섞어 만든 육수에 바글바글 비지찌게를 만들었는데 정말로 맛있었다. 식성상 짜지 않게 야채와 해물로 육수를 콩비지찌게를 집근처에 사는 큰딸아이에게 먹이고 싶어서 퇴근후에 가져가라고 했더니 딸아이가 집에들렀다가 우리집 롱페이스의 왕성한 작품활동을 직접 보게된 모양이다.

엄마! 집안이 말도 할수없어. 엄마 내가 치워보려고 했는데 너무 많아서 치울수가 없어요. 집안에 들어가도 놀라지 마세요. 어디 한두번 이래야지 놀래지!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집안에 들어서는 순간 오늘은 편안히 쉬겠다는 생각은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 빗자루를 들고 왕골부스러기를 쓸어보려다가, 아니야! 그만두자 어차피 롱페이스가 판을 벌려놓았으니 그냥 놀게 놔두자 라고 생각하며 아직 형태가 남은 왕골 마저도 우리집 롱페이스 앞으로 갖다 주었다. 마치 시녁사 바치는 모습으로 공손히 갖다 주었다. 그래! 어차피 판은 벌렸으니 실컷놀아라! 그리고 아래층에서 2층으로 올라왔다. 한참을 2층방에 있는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젼을 키고 꼼짝을 하지않고 멍하게 있었다. 티비의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집안에 할일은 태산같은데 우선 집안으로 들어선순간 모든것이 하기가 싫어졌다. 집안에서 강아지들을 키우다보니 아침저녁으로 베큠하고 물걸레질로 바닥을 딲는것이 내 일과인데 오늘은 누가 옆에서 때려 죽인다고해도 못하겠다. 아니! 몸도 마음도 지쳐버린것이다.

나의꿈은 이제 아이들도 다 성장해서 자기의 삶으로 자리잡고 이사갔으니 앞마당엔 예쁜 꽃들을 키우고 뒷뜰에는 여러종류의 야채를 기르며 내가 좋아하는 브라암스의 곡들을 들으며 시간이 모자라 못읽던 책들을 읽으며 지내야지 라고 생각을 해왔었다. 그건 꿈이였다. 뒷뜰의 라벤다 그루들도 뒷뜰의 벗꽃나무도 주노의 널뛰기에 여기저기 부상중이다. 그런데 나의 야무진꿈을 펼쳐보기도전에 대학원 가기전에 친구들하고 함께 살아보는것도 괜찮다면서 친구셋이서 집을 얻어서 산다고 이사갔던 아들 아이가 집을 구해서 이사를 나간지4개월되는 어느날 집으로 찿아왔다. 엄마! 자기가 지난번 텍사스 홍수때에 집을 잃어버린 강아지 한마리를 입양하는데 지금 수속중인지만 텍사스에서 이곳 시애틀까지 데리고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