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덕이라구요?

속상하다.

정말속상하다.

어쩌면 저렇게 배려하는 마음이 없을까?

00씨는 가방안에 있는 짐들을 열고 그래도 엄마에게 주려고 가지고 온 선물들을 가방안에서 꺼내어 놓는데 속이끓어오른다. 뱃속에서는 꼬르락소리가 요란하다.

아침을 먹지못하고 지금까지 시간이 지나갔다. 아침에 가려고했던 병원을 갔다오고나서 시간이 없어서 식사를 못했었다.

한국나올때 가지고 나온 커다란 가방 두개를 질질 끌고 여기 저기 모임에 다니는것이 쉽지않아서 일단은 엄마집에다 짐을 풀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엄마집으로 전화를 돌렸다.

마침 공휴일이어서인지 결혼안한 막내동생이 전화를 받았다.

막내동생은 자다가 일어난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며 00씨가 말하는 정류장에서 기다릴것을 약속을하고 전화를 끊었었다.

00씨가 택시를 타고 집 가까이에 있는 정류장에서 얼마간 기다리자,

슬리퍼 차림에 자다만 얼굴을 한 부시시한 모습의 동생이 마중을 나왔다.

엄마가 사시는 아파트는 이곳 정류장에서 한블락정도의 거리를 걸어 내려가야하는 언덕 아래인데 차가 진입할수있는 거리가 아니어서 이곳에 차를 대어야 했다.

가방안에서 미국에서 사온, 동생이 부탁했던 ( 사실은 엄마가 부탁하는 것 들이지만) 들을 하나씩 꺼내어 놓기 시작하자 엄마는 마치 관심없다는 얼굴을 지으면서도 옆에서 앉아서 지켜보고 계셨다.

이번에 미국에서 올때에 이곳 친구들을 주려고 호두 피칸등을 많이 사왔다.

00씨는 각종 넛들을 꺼내어서 구석으로 놓으려고 하는데 엄마는 여전히 퉁명스런 목소리에 여긴 그런것 없냐, 그런 쓸데 없는 것들은 뭐하러 사오냐?라면서 투덜거리신다.

00씨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작은분노가 있지만 말을 듣지않은 것 처럼 아무 말없이 가방안에서 넛종류등을 꺼내어 놓으며 옆에 앉아있는 엄마에게 가장 부드러운 목소리를 만들어 얘기를 해본다.

“저, 배 고파서 그러는대 혹시 밥 좀 있으세요?”

무뚝뚝한 엄마는지금 밥이 어딨냐?” 라면서 라면 끓여먹으라며 라면 두개를00 옆으로 밀어 내논다.

00씨는 눈물이 나왔다.

그래도 눈물을 꾹참고 아무대답도 하지않고는 지금 시각이 1 인데 점심시간인데 어떻게 밥한술도 없으세요?”

라고 혼자 중얼거리듯이 말을하니 엄마는! 우리도 라면 먹었다. 너는 왜 라면을 못먹냐?”고 반문을 한다.

그래서 00씨는 조용히 중얼거려본다 .내가 며칠전부터 오늘 올것이라고 미리 알려드렸는데도 밥한끼도 준비를 안했놓는 엄마는 도대체 어떤 마음일까?

00씨는 가슴이 답답하다.

그래서 긴한숨을 쉬고는 아예 엄마의 말을 들은채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아하!

이집에다 짐을 맡기고 며칠동안이라도 있으려면은 지금 돈을 주는것이 좋겠다며 미국에서 테리야끼식당을 해서 아끼고 아껴서 번돈중에서 현금 $1000.00 세어서 ! 여기 이돈 쓰세요!” 라고 돈을 엄마에게 건네자 엄마는누가 빼앗아갈세라 얼른 돈을 집어넣는다.

00씨는그냥 서운하다.

그리고 답답하다.

내가 이집의 친딸은 맞는가?”

생각을 해보기도한다.

그래!

분명히 이집의 친딸이다.

여섯 형제가 모두 엄마를 많이 닮았다.

그리고 엄마는 00씨에게만 그렇게 쌀쌀 맞은것은아니다.

그냥 말투가 그렇다. 말투가 퉁명스럽다. 행동도 거칠고 욕심이 많다.

밖으로 나와서 밥집을 찾아 다녔다.

여러가지 반찬을 먹고싶은00씨는 백반이라고 써있는 집을 발견하고는 문을 열고 들어가서 백반 일인분을 시켜먹으면서도 음식의 맛을 잘 모르겠다.

배고프지만 음식이 그다지 맛이 있지 않다.

00씨는 반찬 한가지라도 엄마가 만들어준 따뜻한 밥 한그릇을 먹고싶었던것인데, 역시이번에도 엄마는 자기딸이 이억만리 미국에서 오는줄을 알면서도 밥한끼 해먹일 생각을 안하는것이다.

엄마를 이해해보려구 해보지만 지금은 머리가 너무 복잡하니까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

밥을 꾸역꾸역 먹으면서 머릿속은 생각이 복잡해진다.

“내가 여기에 왜 또 왔을까?”

“그래 선생님이 시간을 두고 생각을하면서 기다려보라구 할때에 기다렸어야 했어…”

그런데 00씨가 다니는교회 소속의 성경공부반에서 부활절이오기까지 모여서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에 대해서 성경공부를 하던중 사람들을 무한히 용서해야 한다는 성경말씀에 마음이 걸렸었다.

그래서 금년에는 시간을 내어서 엄마를 방문해서 엄마하고 화해의 시간을 가져야지! 라고 생각이들며 그결심이 흩어지기전에 먼저 비행기표를 샀다. 그리고는 서울로 오기 며칠전 나의 사무실에 찾아왔었다.

난00씨하고 오랜시간 만남을 해왔기에 00씨가 나에게 묻는것에 대해 동조를 할수가 없었다.

그리고 좀더 기다려보면 어떻겠느냐? 면서 좀더 어머니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전화를 자주하면서 서로에게 캐어링하는 언어표현을 하는것부터 연습할 시간을 좀 더 갖어보는것은 어떠냐고 말을 해주었었다.

이년 전에도 00씨는엄마를 보고오겠다고 한국엘 나갔다가 큰 상처가 되어서 돌와왔던 것이다.

그리고서는 돌아오기전 엄마에게 화를내고 온것때문에 마음아파하고 힘들어하면서 어떤때는 기독교정신에 어긋난다며 어떤 죄의식마저도 느끼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00씨가 한국엘 나간다고 했을때 생각 깊이하시고 가세요.라고 권했었다.

우선 00씨는 무척이나 여린성격이라 상처를 쉽게 받는편인데다 00씨의 어머님은 어릴때 계모한테서 너무나 학대를 받고 살아와서인지 자녀들을 따뜻하게 양육하는 사랑의 방법이 많이 부족했던 것이다.

00씨의 말을 빌려쓰면 어릴때 00씨가 기성회비가 밀려서 기성회비를 달라고하면 엄마는” 이 육시랄년아, 내가 무슨돈이 있어서 돈을 달라고 그래?”라면서 00씨의 머리채를 흔들어대며 때리고 발길질로 차고 했다는 것이다.

엄마는 자기가 화가나면 00씨뿐만아니라 다른자녀들에게도 화를 버럭같이 내고 어떤때는 연탄을 갈다가도 그 뜨거운 불찌깽이로 형제들을 마구 때리곤 하였다는 것이었다.

00씨는 상상의 엄마를 만들어냈다. 따뜻하고 다정한 엄마를 만들어서 그엄마를 마음속에 품고 살았기에 그나마 지금까지라도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00씨가 한국엘 간다고 할때에 나는 반대를 했었지만 마침, 이번에 나도 한국을 방문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니 00씨는 “선생님, 기회가되면 나하고 엄마하고 한번만 만나셔서 식사라도 한번 하시면서 저와 엄마하고의 사이에 중재역활을 한번 해주실래요?” 라고 부탁을 해왔다.

,00씨에게 그것은 아니되옵니다. 이번에 휴가를 가고 싶은 것입니다. 매일 매일 만나고있는 분들의 어려움을 소화해낼수있는 소화기관을 튼튼히 하고자 나가서쉬고 오려구 하는겁니다.”

라며 정중히 거절을 했었다. 그렇다.나는 위가 많이 약해서 아주조심스럽다. 아니, 이야기들을 소화해야하는 마음의 위도 아주약하다.

그래서 일을 떠나서 쉬고싶어서, 엄마랑 언니랑 만나서 얘기꽃도 피우고 만난것도 먹으러가고 함께 찜질방에가 허리도 뜨끈하게 지지며??? 놀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내 중학교 친구가 교수로 있는 대학에서 상담학 강의를하기로 했기에 다른일에는 신경을 쓰고 싶지않았었는데 00씨의 간절한 눈빛에 내마음이 흔들려서그래요! 그럼 어머님을 한번 만나뵙지요!” 라며 약속을 했는데 이번에도 00씨는상처를 받고서는 힘이들어 하는것이었다.

그래서 00씨에게 얘기를 했다. “일단 엄마에게 $1000.00 쓰시라고 주셨으니 이번에는 어머님을 모시구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가셔서 한번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어 보세요.” 라고 권면을 했다.

00씨는 어머님을 초청한 날, 나를 불러냈다.

마침 이날 특별한 스케쥴이 없어서 미국에서는 쉽게 볼수없는 연극을 보러가려구 시간을 내어기다리는중 이었었다.

00씨는 나에게 레지나선생님, 오늘 제발 시간좀 내 주세요.엄마를 모시구 함께 좋은 야외 레스토랑으로 가서 눈물로 엄마의 사랑을 호소해보구 싶어서요…”

난 정말 이모임에 가고싶지 않았다. 그날 보기로 한 연극은 내가 너무나 보고자 했던 것 이었기에….

난 고등학교때에 연극을 했었다.

그때 난 연극을 통해 남의 인생을 살어보면서 연극이 얼마나 재미있고 가슴을 뜨겁게 했던지…..

아마도 한국에 계속있었다면 나는 연극배우로 활동을 하고 있었을 것 같다.

이날 00씨와 나는 잘 차려입은00씨의 어머님을 모시구 서울서 벗어난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숯불불고기를 한참이나 먹으며 얘기의 실마리를 풀어가려는데

식사를 대충 마치신 00씨의 어머님이 별안간 화를 내시면서 00에게, 나를 못살게 할려구 이런 먼 곳까지 데리고왔냐?”면서 식당의 사람들의 시선에도 관계없이 소리소리를 지르시는 것 이었다.

급기야는 나의 부드러운 설명에도 화를 내시면서아이구,남편 복없는 년이 자식복이 있겠냐?”면서 펑펑우시면서 자기는 다 잘하는데 인덕이 없다는것이었다.

숨 죽이며 울고있는00씨를 바라보면서 너무나도 강한 00씨의 어머님께 이렇게 말하고 싶어졌다. “인덕은 요? 저절로 생기는것이 아닙니다요. 인덕은 내가 쌓은 만큼 생기는 것 입니다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