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시끄러워 !

00씨가 그의 남편에게 ‘여러사람이 식사할 것이라면 미리 식사준비 할 수 있게 얘길해주면 내가 덜 힘들 것 같다’라고 하자 그 남편은 두눈을 부릅뜨면서 미리 얘길해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하는 00씨에게 “하기싫으면 나가?” 하고는 당장이라도 사생결단이 날 것 같은 험상궂은 얼굴로 00씨를 바라본다.

이번만은 남편에게 할말을 해 보아야지! 라고 결심했던 00 씨는 서슬이 시퍼런 남편의 모습에 기가 푹죽어 또 슬그머니 뒷걸음치며 말꼬리를 내리며 “네 알았어요 준비할께요.” 대답을 하고는 얼른 밖으로 나왔다. 차를 운전하며 식품점으로 향하는 00씨의 눈에서는 눈물이 철철 흘러 넘친다.

‘나쁜놈! 정말 나쁜놈이야! 내가 얼마나 자기를 챙기려고 했는데 나를 이렇게 무시하는것 이야?’
남편은무엇이든지 물어보기만 하면 무식한것! 네가 알아서 뭐해! 라면서 면박을 주기가 일상 이
다. 그래! 나는 남편보다 배운것이 부족하다. 그래도 내가 자기의 체면깎이는일은 한적이 없는데 왜 저렇게 나에게 무섭게 대하는것일까?

남편도 나도 재혼한 가정이라 더 열심히 사랑 하며 위해주고 살고 싶었는데…….남편을 처음 만
났을때에 남편은 내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며 매일 만나기를 원했었고 나 역시 그런 남편이 좋아서 매일 전화통을 붙잡고 있었다.

요즈음에 들어서서 나는 아주 작은일에도 더 서운해진다. 15년이상을 살아온 남편이 별안간 달라질수도 없는데 남편의 무시하는행동이 왠지 더 서운하고 싫어진다.

얼마전에는 남편에게 평소의 불만을 조심스럽게 얘기를 하여보는데..

남편은 내 얘기를 듣기도전에 그래! 너 살고싶지않아? 그럼 나가라는 말을 마친남편은 아무렇
지도 않게 이층으로 올라가버린다.

이 날도 00씨는 남편과 대화를 해보고자 시도해보다가 남편의 거친말에 가슴이 뛰고 무서워 그 자리에 주저앉아 속울음을 울었다. 혹시라도 아이가 듣게 될까봐 얼굴을 무릎안에 파묻고 흐느끼며 하염없이 울었다.

한참을 울고 있는 00씨의 등을 툭툭 건드리는 것은 큰아이였다.

큰아이는 마침 물을 먹으러 이층에서 내려 왔다가 아빠의 큰소리가 들려서 옆방으로 가서 있다가 오늘도 엄마가 야단을 맞는 광경을 보게 된것이다.

아이는 00씨를 껴안으며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있는 00씨에게 “엄마, 우리때문에 살지 마세요. 엄마가 불행하게 사는것은 우리가 바라는것이 아니예요. 엄마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엄마! 나도 너무 속상해! 왜 아빠는 엄마와 우리에게 그렇게 거칠고 심하게 하는것일까?” 아이는 우는 엄마를 달래다가 자기도 함께울기 시작한다.

아이와 함께 흐느끼던 00씨는 아이를 먼저 올려보낸 후 소파에 누웠다. 그리고 잠을 청하려고 했으나 잠은 안오고 눈물만이 앞을 가린다.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하지? 왜 남편은 나와 자기 아
이에게 따뜻하게 못 해주는것이지!

한참을 울다가 잠이 들었나보다.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남편이 눈을 부라리며 00씨를 야단치
고 있다. 식탁에 차려진 음식은 남편이 쓸어버려서 온통 난리이다.00씨는 남편의 고함소리에 잠
이 깨었다.00씨의 온몸은 식은땀에 젖었다. 악몽을 꾼것이다.

남편에게서 칭찬을 들을수 있는일은 상상을 해볼수가 없다. 남편은 다른 이들에게는 참으로 친절하고 자상한 모습이다. 그러나 자기의 가족인00씨와 자녀들에게는 너무 냉정하고 무섭게 한다. 왜일까? 집안에서의 남편은 자기만의세계에서 사는듯하다. 하루종일 말한마디도 안할때가 많으며 어쩌다가 말을 붙이는00씨에게는 면박을 주기가 일상이다.집안에는 00씨가 웃지 않으면 웃을일이 없다. 00씨는 새롭게 시작한가정이라 최선을 다해서 살고 싶어서 남편의 거칠은 행동도 다 참아왔으나 왠지 요즈음은 눈물이 쏟아져서 너무 잘 울고 또한 슬프기까지 하여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않는다.

그리고 바보처럼 살고 있는 자기자신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그로서리에서 급하게 이것저것을 사가지고 온 00 씨는 급하게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급
하게 얼은 고기를 썰다가 손가락을 베여서 엄지손가락에서는 피가 철철 흘러 내린다. 피가 흘러내리는 손가락을 치료도 않은 채 한참을 바라보던 00씨는 결심을 한듯 앞치마를 벗어 던지며 집
을 나섰다.

그래! 이젠 그만할래!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하는데! 나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어.내가 왜 이런
대우를 받고 살다가 죽어야하지! 사무실 문을 나서는 나에게 전화가 왔다.

“레지나씨, 나 지금 거기로 가도 되나요?” 울면서 얘기하는 00씨를 무조건 오라고 했다.
몇 분후 사무실에 들어서는 00씨의 손가락에는피가 철철 흘러 넘치고 있었다. 우선 깨끗한 물로
상처를 씻어준 후 밴드로 손가락을 싸매주는 동안에도 00씨는 엉엉 울음을 그치지 못한다.

레지나씨 부탁이예요. 나더러 다시 살라고 하지마세요. 나더러 어떻게 살라고 하는거예요. 지
난번에 와서 고민하고 울부짖는 00씨에게 남편과의 대화를 시도해보라고 권유했던 나는 할말
이 없어졌다.

레지나씨 정말 부탁해요. 내가 산다고 해도 나를 말려주세요. 나 더이상 살면 차라리 죽는게 나
아요.울부짖으며 몸부림치는 00씨를 바라보며 나도 눈물을 흘린다.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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