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르네상스 – 프랑드르 르네상스 화가와 작품2
이번호에서는 플랑드르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또다른 화가인 브뤼겔과 그의 작품에 대해 간략히 다루어 보자.
브뤼겔은 보쉬의 허무주의적이고 풍자적인 접근법에 많은 영향을 받은 화가이다. 그는 농부들의 일상을 주제로 많은 그림을 그렸는데 초라한 농부들이 일하고 파티를 벌리며 춤추는 그림속의 장면에서는 풍자적인 요소가 나타난다. 이와 같이 그는 일상의 장면들은 담아낸 풍속화를 미술의 한 장르로 승격시킨 화가이다. 특히나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그림인 <눈 속의 사냥꾼>은 계절별로 인간의 활동을 묘사한 연작이다. 흰눈과 대비되어 검은색의 윤곽만으로 표현된 힘들어 보이는 사냥꾼의 모습에서는 농부의 모습을 주로 담는 그의 작품 속에서와 마찬가지로 애정을 가지고 표현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에서 브뤼겔은 원근법을 이용하여 깊이감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풍경화 연작 ‘계절’ 중 하나이며 드넓게 펼쳐진 설경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으로 최초로 눈 온 풍경을 그린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풍경화는 회화의 한 분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브뤼겔의 연작은 풍경화로서 미술사에 한 획을 긋게 되었다. 브뤼겔은 이 연작을 통해 풍경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꾸어 놓았으며, 네덜란드를 비롯해 북유럽의 풍경화 전통에 기초가 되었을 만큼 연작은 위대한 작품이 되었다. ‘눈 속의 사냥꾼’은 ‘계절’ 연작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며1년을 표현한 연작 중 하나인 이 작품은 가장 추운 겨울을 나타낸 것이다. 더 이상 동화적이거나 환상적이지 않은 풍경은 자연에 대한 예리한 관찰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눈 덮힌 하얀 대지, 지평선 위로 보이는 은빛 하늘, 옥빛 빙판은 실제의 자연을 관찰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정경인 것이다. 이 작품은 또한 높은 곳에서 바라본 전경으로 검은 윤곽선으로 처리한 나무와 눈 속에 파묻혀 있는 건물 그리고 사람들은 하얀 눈과 대조를 이룬다. 이 작품에서 사냥꾼은 눈 속을 뚫고 나와 마을 입구에서 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전경의 짙은 나무와 유사한 검붉은 톤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뒷모습으로 그려진 사냥꾼들은 그 표정이 보이지는 않지만,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을 힘겹게 헤쳐나가는 모습에서 그들이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사냥꾼들의 뒤를 따르는 사냥개들의 모습도 힘겨워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대신 전경의 나무들은 자연의 위풍당당함을 과시하는 듯 우뚝 서있으며 사냥꾼이 있는 왼쪽에서 오른쪽 마을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유도한다.
브뤼겔 , 눈속의 사냥꾼 (미술사 박물관, 빈)
이렇듯이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화가와 작품일지라고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은 너무나도 많다. 모든 것을 다 알수는 없지만 중요한 몇 화가들만 알더라도 서양 미술사의 큰 흐름을 이해하는데 보다 더 쉬울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다음 호에는 독일 르네상스를 이끈 화가들을 알아보려 한다.
J ART ACADEMY
원장 이준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