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르네상스 – 르네상스의 새로운 개혁 그리고 유화의 발명?

지난 호 까지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져 있는 전성기 르네상스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거장들에 대해 알아 봤다면, 이번 호에서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북유럽 르네상스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 보기로 한다. 북유럽 르네상스는 네덜란드에서 시작 되었다. 이는 피렌체와 마찬가지로 새롭고 진보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에서 비롯 되었지만 그 의미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와는 사뭇 달랐다.

고전기 유물에서 영감을 얻었던 이탈리아인들과는 달리, 북유럽인들은 자연에서 그 영감을 얻었다. 당시 북유럽에는 이상적인 비례를 가르쳐 줄 고전 조각품이 귀했다. 그렇기 때문에 조각품에서 영감이 얻어진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했던 이탈리아인과 달리 북유럽인들은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사실적인 기법으로 세부묘사에 치중하며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려는 경향이 널리 퍼져 있었다. 이런 기법들은 특히 초상화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유화 기법에 의해 이런 정밀한 묘사가 가능했다.

유화는 템페라화보다 마르는 속도가 느렸기 때문에 색채를 혼합할 수 있었고 명암의 미묘한 변화를 통해 입체적으로 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었다. 그들은 또한 공기원근법으로 공간감과 거리감을 표현했다.

대표적인 화가로는 얀 반 아이크, 보쉬, 브뤼겔, 홀바인, 뒤러등이 있다.

특히나 조르지오 바사리의 저서 「미술가 열전」에서 얀 반 아이크의 ‘비밀의 기법’에 대해 알려진 이래 얀은 오랫동안 유화의 발명자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화를 발명한 사람은 얀이 아니라 로베르토 칸빈이라는 화가였다. 그 당시에 널리 사용 되었던 템페라화는 안료가루에 수용성인 투명한 계란을 혼합하여 사용한 것이었다. 이 템테라화는 풍부한 색을 표현하기도, 색조를 단계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에 반해 유화는 안료가루에 기름 성분을 사용했기 때문에 템페라의 그러한 단점들을 보완 했었다. 물론 중세의 미술가들도 유화물감을 사용했지만 그것은 한정된 부분이었다. 예를들면 돌의 표면에 물감을 바른다거나 금박에 착색을 하는 정도였다. 이렇게 유화는 발명된 것이 아니라 템페라를 사용했던 작가들이 표현법의 한계에 부딪히며 계란 대신 기름을 섞어 쓴 것에 지나지 않. 따라서 표현법의 개발, 발견이라는 말이 옳은 표현이며, 얀 반 아이크이러한 유화 기법 특징을 처음으로 잘 살려낸 작가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얀 반 아이크 이전에도 수많은 화가들이 기름을 사용하려고 했으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리고 템페라로 작업한 화가들 가운데 템페라에 기름을 섞어 사용한 예도 있. 미술 재료 역사의 흐름을 읽어 나가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 할 수 있다.

발멸가가 어떤 새로운 것을 발명하듯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롭고 신기한 물건을 발명한 것이 아니라, 이전의 것에서 좀더 좋은 쪽으로 개발하고 개선했다는 것이 맞다. 다음호 에서는 북유럽 르네상스를 대표했던 화가 들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J Art Academy

원장 이준규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 얀 반 아이크 (국립박물관, 런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