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예술의 사이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Insanity의 정의를 내리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친짓이란 똑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매번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것이다.” “The definition of insanity is doing the same thing over and over again and expecting different results.”

잠시 생각하게 하는 명언이고 훌륭한 과학자다운 명언이라는 생각이다. 수학이나 과학으로 만물의 진리를 찾는 사람에게 일 더하기 일이라는 공식은 수 천번 수 만번 반복되더라도 그 답에 변함이 없어야하고 그 기본적인 법칙이 무너진다면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가 증명한 어느 논리와 원리에도 커다란 구멍이 생기지 않을수 없을것이다. “되풀이 되는 같은일의 결과는 변함없이 같다.”라는 뜻으로 재해석해보며 아인슈타인은 같은 결과를 원한다면 매번 같은 과정을 통해 재현할수있다고 믿었는지도 모른다고 추측도 해본다.

반면에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항상 같은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 무리의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치과의사들이다.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환자들을 봐와서 눈을 감고도 치료할수있을 정도로 경험이 출중한 의사라할지라도 매환자에게서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이유는 치료의 성패를 갈라놓는 크고 작은 변수(variable)가 곳곳에 항상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CSI와 같은 의료/수사드라마에도 번번히 등장하는 치과 엑스레이가 범인을 찾는데 중요한 단서가 되는 이유는 동일한 지문을 가진 두 사람이 없듯이 치아도 사람마다 독특하기 때문이다. 또한 치과질환의 주범인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이 치아를 부식시키고 잇몸과 치골에 병을 일으키는 범위와 심각성의 차이가 환자마다 제 각각이니 치료를 위해서 내원하는 환자가 백 이면 백 모두 독특한 사례의 주인공이 아닐수없다. 설령 동일한 환자의 같은 치아를 다른 시간대에 걸쳐 치료를 한다해도 환자와 의사의 심리상태마저도 치료결과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변수이기에 환자가 제시하는 치료환경은 매번 새롭기만하다.

이와같이 매번 다른 치료여건임에도 불구하고 의사의 주관적 틀에 짜인 동일한 치료 결과물만을 고집하는 치과의사보다는 환자 고유의 신체병력과 과거의 치과치료 내력, 통증을 느끼는 역치(pain threshold)를 초기에 파악하고 , 흡연과 음주를 비롯한 식생활 습관등을 바탕으로 환자가 긍정할수있는 맞춤형 치료계획을 설계하고 최대한 변수를 사전에 미리 제거하며 예기치 못한 변수에 직면하였을때는 당황하지 않고 슬기롭게 대처할수있는 치과의사만이 환자의 신뢰를 받을 자격이 있는 의사일것이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과학자들은 과학의 정의를 두고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반복적으로 일치된 결과를 입증할수있어야 과학이다”라고 말한다. 문득, 나의 치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시절, 올망똘망한 햇병아리 치대생들을 모아놓고 “ 치의학은 과학도 아니요, 예술도 아니요, 그 중간의 것 ”라고 말하던 어느 나이지긋한 교수의 심오한 권면사가 20년이 지나서야 가슴에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