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치료를 해야하나요?

언제까지 치료를 해야하나요?

“선생님, 제게 시간이 얼마나 있나요?” 드라마속 불치병 환자가 의사에게 물어보는 대사가 아니다. 치과검진후에 환자가 치과의사에게 물어보는 질문이다.

요즘엔 위내시경과 같이 구강내시경을 통해 충치나 깨진 치아들을 의사가 보는 그대로 환자가 모니터를 통해 함께 들여다 볼 수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의 눈에도 명백한 치과질환이 모니터 화면을 가득 채워도 환자는 묻는다, “ 급한거에요? 언제까지 치료하면 되요?” 치료를 미루고 싶은 환자의 마음은 경제적인 부담과 치료통증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크다는 점을 치과의사들은 잘 안다. 그러나 ‘언제까지’ 치과질환을 방치해도 무방할것인가에 대한 환자의 질문에 의사는 난처하다. 대부분의치과질병은 사람의 생명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니 환자가 위독하기 전까지를 말하는 것은 아닐것이고 통증이 생기기 전까지 얼만큼의 시간이 있냐는 질문인지 치아를 뽑게 되기 전까지 얼만큼의 시간이 있느냐는 질문인지 그 핵심마저 때론 혼란스럽다. 같은 환자를 두고 의사마다 치료계획이 조금씩 다른 이유도 이와 같은 동일한 질문에 대한 의사의 주관적인 해석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사랑니를 제외한 정상적인 치아가 스물여덟대나 있다. 그에 반해 우리몸 중요 장기(臟器)들은 대부분 하나이다. 콩팥이나 폐처럼 많아야 몸속 좌우로 2개, 그러나 그 이상의 갯수를 자랑하는 장기는 없다. 한개이상, 여분의 갯수가 있는 장기는 부득이한 경우에 한쪽을 잃어도 현대의학의 발달로 생명을 연장할수있는 방법이 있지만 거기에는 항상 위험요소가 따르기 마련이다. 두 개의 눈과귀가 필요한 이유, 그리고 두 개의 팔, 다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신체가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갯수이듯 28대씩이나 사람의 입속에 치아가 가득한 이유는 그 수 만큼의 치아가 정상적인 기능을 다 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이상적인 숫자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말하길 세상에서 가장 참기 힘든 통증이 치통이라고 하지만 모든 치과질환이 애시당초부터 그런 어마어마한 통증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치과의사가 충치를 발견하고 치료를 권하는 대다수의 경우는 통증이 없는 단계이다. 통증이 있는 상태라면 의사가 아니라 이미 환자가 치료를 요구하고 나서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가 치료를 권하는 목적은 통증을 없앤다는데에 있기보다 통증이 생기기전에 문제를 발견하고 그 뿌리를 일찌감치 제거하는데 있다. 치과에서 가장 흔한
충치를 보더라도 건강한 치아조직이 썩고있는 초기 과정에서 한시라도 빨리 손을 쓴다면 최소한의 치아를 긁어내어 최소량의 치료물로 치아를 때울수있다. 이는 곧 치료물의 수명을 늘릴뿐만 아니라 자연치아의 견고함을 유지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극단적으로 만약, 치아가 아니라 발가락이 썩어 들어 가고 있다고 가정해보면 발가락을 절단할것인지 아니면 기다리다 발목을 절단할것인지를 의사에게 물어보는 환자는 없을것이다. 그나마 다른 한 쪽 다리가 있어 안심하며 병을 키우는 환자도 있을수 없다. 28대나 되는 치아들이라 해서 예외가 아니다. 가장 바람직한 치료시기는 질환을 발견한 바로 그 순간이며 치료예후를 담보로 시간과 경비를 저울 질하는 의사가 과연 모든 환자의 신뢰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는 환자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