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미학

기다림의 미학

어느 직업이나 직업병이 있다. 치과의사도 예외없이 눈부시게 밝은 조명밑에서 돋보기 렌즈를 끼고 입속의 자그만한 치아를 치료하다보면 시력저하가 쉽게 오는 직업병이 있다. 시위를 당기듯 한 쪽 눈으로만 촛점을 맞춰 긴 시간을 노려보다 보면 양쪽눈의 시력이 각기 달라져 시간이 흐르면 짝눈이 되어버리기가 예사이다. 평생 안경을 써본적이 없을 정도로 시력만큼은 자신있던 필자도 최근 몇년동안 하루일과가 끝나면 눈에 피로가 쉽게 쌓여 안경이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아직 미루고 있는중이다. 막상 안경을 맞추려니 귀찮기도 하고 안경을 사용하고 있는 주변사람들이 털어놓는 불편함에 ‘조금 더 버텨볼까?’하는 생각으로 맘을 잡지 못하다 보니 수개월을 미루고 있는 형편이다.

눈이 좋지 못한 사람이 시력교정을 미루는것이나 부실한 치아를 가진 사람이 치과치료를 미루는데에는 두 환자의 심리상태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일상생활속에 작은 불편함들은 있을지언정 큰 장애를 느끼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치료의 필요를 쉽게 느끼지 못한다. 그 뿐아니라 치료를 미루는 자신의 모습을 어떤 방식으로던 정당화시키려하는 경향도 있다. 인터넷 구석 구석을 뒤져 일반적이지 못한 치료후 사례를 캐어내기도 하고 “누가그러는데 아무개는 이랬는데 치료받고 저랬대더라 “ 는 식의 가끔은 일반상식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뜬소문을 과학적인 진실인냥 맹신하려든다.


시력이 좋다면 굳이 안경을 쓸 필요는 없다.

짐작컨대 안경을 하루종일 쓰면 콧등도 아프고 운동할때 거추장스러울것이다. 라면 먹을때도 뿌옇게 김이 설것이고 비오는 날엔 빗물 닦아대랴 바쁠것이다 그러나 눈이 진정 나쁜 사람이라면, 한치앞도 보기 힘들다면 작은 불편을 감소하더라도 시력교정이 반듯이 필요한것은 당연하다. 그 해결책이 안경 또는 렌즈 심지어, 라식수술일지언정 말이다.


내가 타고 태어난 자연치아만큼 좋은 치아는 없다.

틀니이던 보철치료이던 자연치아에 비해 씹는 맛도 다르고 예전보다 음식 찌꺼기는 치아사이에 더 많이 낄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치아 임플랜트가 모든 치과질환의 해결책이라도 되는듯 과대포장되는 흐름이 없지않아 있지만 최선의 선택이라는 임플랜트일지라도 자연치아보다 우세한 분야는 어느 한 구석에서도 찾아 볼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정상적인 치주에 둘러쌓인 건강한 자연치아와 비교할때만 성립될수있다. 만성치주염에 녹아내려진 치주골과 차오르는 고름투성이 잇몸속 위태한 치아까지도 자연치아를 끝까지 보존함이 최상책이라는 논리가 적용될수는 없다. “ 아프지 않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치 않다.” 라는 환자의 생각은 극히 자기합리화적인 의지일뿐 해결책은 될수없다.

참고 기다림이 능사는 아니다. 미간을 구기는 내 모습이 보기 싫다는 아내의 잔소리가 날마다 심해져가니 안경맞추러 갈 때가 되긴 됐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