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전도

주객전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병원에 환자 밀려들어”
얼마전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 제목이다. 기사 첫줄을 얼핏 보니 한국에서 일어나는 치과얘기이였다. 직업병이 발동해 끝까지 읽어 내려가 보니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메디컬투데이 문성호 기자] 최근 사랑니를 뽑아야 하는 환자들이 사랑니를 뽑기 위해서 길게는 2년씩 기다리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일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동네치과의원들이 사랑니가 아파서 방문하는 환자들의 치료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치과들은 환자가 사랑니가 아파서 왔다고 하면 더 듣지도 않고 진료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서울의 한 치과의원은 “병원 수입에 크게 도움되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탈나면 문제만 복잡해진다”고 하면서 염증 치료는 몰라도 사랑니 발치는 못한다고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 … 대다수의 치과의원들이 사랑니 발치 등의 치료를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랑니 발치는 중요한 신경이 지나는 부위를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 신경 손상과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있다는 데 있다…이와 더불어 의료수가는 상당히 저렴해 치과의사 입장에서 큰 이익을 볼 수 없어 사랑니 발치를 꺼린다는 것 이다…이에 대해 대한치과의사협의회 관계자는 “사랑니 발치 수술은 쉬운 수술이 아니다”며 이어 그는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사랑니 수술을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잘못하면 신경 손상도 올 수 있다”며 “치과 개원의들 중에도 사랑니 수술을 할 줄 모르는 의사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고수익 치료들에 치중되다보니 위험도에 비해 의료수가가 낮게 책정된 치료들을 병원들이 기피하는 현상은 건강보험으로 상당부분의 치과치료 혜택이 저렴하게 (미국에 비해) 주어지는 한국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위험이 따르는 발치와 같은 수술치료는 보험혜택으로 수 천원대에 이르지만 스케일링이나 실란트와 같은 정기 예방치료는 비보험 치료로 구분되어 환자 부담이 수 만원대에 이른다고한다. 모순적인 보험혜택 설정이 아닐수없다. 보다 튼실한 예방치료 혜택을 통해 평상시 건강관리를 위한 병원의 문턱을 낮춘다면 적지않은 수술치료를 예방할수 있을터이고 국민은 건강한 치아를, 국가적으로는 보험예산을 감소시키는 방안이 있지 않을까싶다. 국가가 관리하는 한국의 보험이 이러한데 영리를 우선으로하는 미국의 치과보험사들이라고 비논리적이고 모순적인 보험혜택 약관의 한계에서 예외가 될리가 없다.

중요한 사실은 한국, 미국을 떠나서 그리고 국립, 사립보험을 떠나 치과보험의 역할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올바른 치료를 위해선 무엇보다 의사의 전문견해와 환자의 이해를 기반으로 한 최적의 치료계획이 우선되어야하고 치료에 따르는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보조적인 역할이 치과보험의 전부여야한다.

그러나 현실은 주객전도되어 치과보험이 의사가 되고 보험혜택 범위내에서만 무조건 치료를 요구하는 환자들의 요구와 비상식적이고 비도덕적인 이유로 보험청구액 배상을 거부하는 보험회사들의 횡포가 빈번하다. 이런 새우등 터지는 고충은 모든 병원들이 갖고있는 말못하는 어려움이기도 하다.

보험회사가 주도하는 치료에서 벗어나려면 환자가 필요한, 환자를 위한 최적의 치료를 꾸밈없이 말해주는 의사가 더 많이 필요하다. 설령 대중의 오해와 거부감을 초래할지언정 그 과정마저도 용기와 사명감을 가진 의사들이 풀어야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