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이

치과를 수 년만에 내원한 환자들에게 오랫동안 치과에 오지 않은 이유를 물어보면 많이 듣는 대답중에 하나가 ‘그 동안 아픈데가 없어서..’이다. 아프지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내원하는 습관만이 대형 치과질환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모든 치과의사들은 부르짖지만 아파도 가기 싫은곳이 치과병원인데 비정상적인 ‘증상’이 나타나기도 전에 미리 치과에 가라는 예방개념이 아직도 대중에게는 낯설기만하다.

반면에 아픈곳이 없는 환자라도 찬것, 신것, 단것 등을 먹거나 칫솔질을 할 때, 치아가 시린증상은 대부분 가지고 있다. ‘ 시린이’ 증상자체는 단지 생활속에서의 불편함이지만 , 그 증상의 발생원인은 심각한 치과질환의 초기를 알리는 치아와 잇몸의 건강상태에 대한 이상 신호이다. 건강한 치아와 잇몸은 온도변화와 칫솔질에 민감하지 않기 때문에 ‘시린’증상을 가진 치아를 전문적으로는 ‘지각과민성 치아’란 이름으로 정상치아와 차별을 둔다. 건강한 치아는 잇몸과 치아의 단단한 법랑질(enamel)이 치아 안쪽 상아질(dentin)을 보호하지만 치아가 손상되거나 잇몸이 내려 앉으면 외부의 자극이 치아 내부의 신경에 직접 전달되어 시린 증상을 느끼게 된다.

치아가 시릴 때는 법랑질이 마모되어 민감한 상아질이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단단한 칫솔로 과하게 치아를 닦다보면 잇몸과 치아가 맞닫는 부분의 잇몸이 찢겨나가고 치아가 파이는 ‘치경부마모증’으로 발전하여 시린 증상이 올 수있다. 치경부마모증이 심하면 치아신경이 외부에 직접 노출되어 통증이 생기고 신경치료가 불가피한 상황이 올수있다.
과격한 치솔질외에 법랑질이 비이상적으로 마모되는 경우중에는 수면중 치아를 가는 습관과 윗턱과 아랫턱의 교합이 비정상적일 경우에도 볼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시린이 증상을 찾아볼수있다.

보철물이 훼손되었거나 교체시기가 지나면 치아와 보철물간 틈이 생기고 충치가 유발되어 시린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깨지고 떨어져나감이 본인 육안으로 식별 되지 않아도 교체시기가 지난 보철물은 정기검진을 통해 교체해주고 꾸준한 점검이 바람직하다. 특히 아말감 충전치료재는 재료의 특성상 오래된 아말감일수록 치아와의 틈이 커져 충치의 위험이 커지며 치아 탈색과 붕괴를 유발하기 쉽기 때문에 주의하여야 한다.

치아는 건강하지만 치주질환이 있어 잇몸과 치주인대에 염증이 있을시에도 시린증상은 찾아온다. 건강한 잇몸은 단열능력이 없는 치아뿌리(cementum)를 단단히 감싸고 보호하여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격리시키지만 잇몸에 염증으로 인해 치아뿌리가 외부에 노출이 되어버리면 온도변화의 자극은 치아신경에 거침없이 전달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치주질환은 환자가 느끼기에 시린증상외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잇몸이 붇고 피가나며 통증을 호소할 정도의 심각한 단계까지 방치되기 쉽고 뒤늦게 치과를 찾았을때에는 치아를 살릴 묘책이 없다. 치주질환이란 잇몸병의 특성상 한 대의 치아에 국한된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통증을 느낄정도의 심각한 말기에 이르러서는 여러대의 치아를 한꺼번에 잃어버릴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치주질환 또는 풍치라 불리는 질환은 30세가 넘으면 주의해야할 성인병이며 주요원인인 치석과 치태를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정기적인 치과 내원은 필수이다.

시리다는 증상도 통증의 하나이다. 간과하지말고 조기에 그 원인을 찾아 더 큰 고통이 되기 전에 사전예방이 강조되는 증상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