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소녀의 틀니

16세 소녀의 틀니

어느 한 미국환자와 상담중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얘기를 들었다. 70대 중반, 멋쟁이 할머니가 16살적이었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털어놓은 꼬깃꼬깃 접어둔 그녀의 사연은 이러했다. 어느 한 치과의사의 그녀의 치아들은 너무 “soft” 하기 때문에 치아를 뽑는게 낫겠다라는 말에 그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해에 그녀의 부모는 그 치과의사의 말을 따랐고 부모로부터 고등학교졸업 선물로 받은것은 다름아닌 틀니 였다고 했다. 반세기도 지난 일을 회상하며 얘기하는 동안 그녀의 목소리는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듣고 있던 사람의 말문이 한동안 막혔다. 이 충격적인 얘기를 듣는 순간 문득 18년전 의료선교로 찾아갔던 브라질이 생각났다. 아마존지역 주민 20대 이상의 어른들 반이상이 이미 틀니를 쓰고 있었고 나머지는 틀니가 필요하게될 날만 무작정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들.. 아무리 옛날얘기라지만 이 할머니의 실화가 먼나라 얘기도 아니고 내가 살고 있는 미국이란 나라에서 벌어진 일이라니 듣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믿기 어려웠다. 아니, 치과의사로써 믿고 싶지가 않았다.

치과의사들처럼 치아에 애착을 갖는 사람들은 없다.

치아가 치과의사에겐 밥줄이라 애착을 갖는다는 얘기가 아니라 치아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치과의사라는 직업에 처음부터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치대생 햇병아리 시절부터 오랜시간 교육과 트레이닝속에 “치아는 살려야 한다”라는 미션은 모든 치과의사의 DNA에 깊이 새겨져 있다. 치아가 없어 고생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그리고 가장 가까이서 목격하기 때문에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하다는 옛말처럼 치과의사에게 모든 사람들의 치아는 자신의 치아만큼 귀하고 귀하다. 그러나 그렇게 치아를 사랑하는 치과의사들도 때로는 환자가 원하지 않는 발치를 권할때가 있다. 희망이 없는 치아가 지금 당장 증상은 없지만 훗날 그 치아로 인해 주변 치아의 수명이 위험하고 또 현재 잇몸뼈가 속수무책으로 녹아들고 있는 상황이라면, 한 치아를 희생하여 훗날 더 큰 문제를 예방할수 있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치의학은 잇몸뼈(치주골)이식치료와 치아임플래트가 가능하지 않았던 지난날 치아중심 치과에서 잇몸과 잇몸뼈 위주의 입안 전체건강을 중심으로 하는 페라다임의 변화가 진행중이다. 마지막까지 잇몸수술과 신경치료로 희망이 없어보이는 치아의 끝자락까지 잡아보느냐 아니면 치료성과를 예측하기 용이한 발치와 임플랜트로 대처하느냐의 주관적인 의사 개인의 진단은 치과의사들 사이에서도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기에 환자들에게도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운 결정일수 밖에 없을것이다.

그러나 환자와의 대립을 피해 병든 치아를 대책없이 무조건 내버려두자는 식의 의사가 “양심적인 의사” 일수는 없다. 이런 직무유기 의사들과 반대로 치아임플랜트가 모든 문제의 해결방안인듯 자연치아의 중요성을 가볍게 여기며 과도한 입속 대공사를 펼치는 의사역시 자신의 적성에 맞게 엔지니어나 건축계로 일찌감치 진로를 선택하지 못한 정상적인 치과의사가 아니다. 치아를 살리는 의사, 뽑는 의사의 두갈래 흑백논리가 좋은의사, 나쁜의사의 척도가 될수는 없다. 치아하나 충치하나의 작은 치료라도 전체적인 구강건강과 환자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함이 모든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임을 인식하는 의사만이 그 어느 심판에도 당당할수있을것이다. 너무나도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이념이기에 가지각색의 치과병원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공존하지만 16세 어린 아이에게 틀니를 만들어 주었다는 그녀의 치과의사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용서가 되질 않는다.

<기분좋은 치과 이성훈 원장>
Shaun s. Lee, DDS.
Edmonds Implant & General Dentistry
www.edmondsimplan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