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고르는 방법

“치과에서는 부르는게 값이죠?”
예전에 가족과 함께 들린 어느 갈비구이집에서 고기를 구워주던 사장님이 난데없이 불쑥 던진 질문이다. 아마도 근래에 치과치료를 받았던지 아니면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부담스런 병원비 때문에 내가 치과의사란 것을 눈치채고 나름 맘먹고 불만이라는 듯 던진 질문이었다. 사장님 말투가 썩 유쾌하진 않았던터라 나도 한마디 내뱉었다,“사장님, 갈비 일인분에 백불씩 받으실 수 있나요?” 내 대꾸에 사장님이 멋쩍은듯 일그러진 미소만 남기며 고기 썰던 가위를 슬그머니 내려놓더니 옆테이블로 옮겨가셨다.

사장님이 사라지지만 않았더라면 더 해주고 싶었던 얘기들은 대충이랬다.

내가 아는 갈비 일인분 값은 식당마다 다르다. 어디는 이십불 아래도 있고 어디는 삼십불 가까이되는 식당도 분명있다. 식당을 운영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라도 재료값, 렌트값, 종업원 임금값 등이 재각기이고 식당마다 맛이 다르니 완성된 상품에 매기는 가격이 각기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같은 갈비재료만해도 고기의 등급이 다를 수 있고 양념에 들어가는 재료의 숫자나 품질이 한국산이니 중국산이니 하며 다를것이고 “손맛”이 다르니 최종 상품의 가격이 가지각색이 아닌게 오히려 의심스러울 것이다.

각기 다른 두 식당에서 두 접시에 똑같은 무게로 담아져 나오는 갈비 일인분이 너무도 다를 수 있지만 메뉴판에 쓰인 가격은 정부에서 “얼마까지 받아라”하는 규정이 없으니 책정권만큼은 100% 주인장들의 권한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일인분에 백불짜리 갈비구이가 없는 이유는 상식이라는 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고생해서 개발한 갈비를 맛있게 만드는 비법에 대한 댓가를 손님들에게 과연 얼마나 요구할 수 있는지는 분명 상식이 용납하는 절충점이 있기 마련이다. 손님들의 입맛은 정확하고 시장경제논리는 냉혹하다. 비싸다고 해서 반드시 맛있으란 법이 없고 가격이 싸다고 좋은 value가 아니라는 것쯤은 현명한 소비자들은 잘 알고 있다.

가격만으로 맛집을 선택하기에 모순이 있듯이 치과도 그렇다. 물품을 도매상에서 떼어와 가격을 매겨 소비자에게 되돌려 파는 곳이 치과라면 일반인들의 치과병원 선택에 대한 고민은 없을 것이다. 같은 물건이라면 월마트에서 사던 노스트롬에서 사던 아무 상관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치과기구, 재료, 직원들의 친절함과 전문성이 모든 병원마다 다르고 무엇보다 주방장인 의사들의 “손맛”이 다르다.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여 머리와 마음으로 훈련한 지식을 손끝으로 표현할 줄 아는 치과의사가 진정 맛집 주방장이다. 치료비가 저렴하다하여 양심적인 병원도 아니며 비싸다고 훌륭한 병원이다라고 미리 판단할 수 없다. 미치의학협회(ADA)는 치과병원을 고를때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눈여겨 찾으라고 권고한다.

●예방치료를 우선시 하는 병원
● 진료기록을 세밀하고 정확히 하는 병원
● 정기검진 스케쥴을 명확히 하는 병원
● 시간에 쫓기지 않는 병원
● 치료 옵션과 계획을 명세히하며 치료의 장점과 단점을 설명하는 병원

ADA는 반면에 과대하게 현란한 광고를 앞세우는 병원은 주의하며 두통, 악관절, 허리통증 등을 전문으로 하는 치과병원 및 전체관적 치료를 한다는 치과 역시 조심하라고 권한다.

같은 치과의사로써 개인적으로는 의사가 얼마나 자신과 병원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의사면허를 유지하기 위해 법적으로 요구되는 최소보수교육 시간만 채우기 급급한 의사보다 보다 환자들을 위해 항상 자기개발에 게을리하지 않는 의사는 분명 믿어 볼만한 의사이다. “아는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모르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는것을 환자의 입안에서 치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병원시설의 청결함, 의사를 포함한 직원 모두의 위생관념과 친절함은 그 다음 중요한 요소들이다. ADA에서 지적한 요소들은 생각해보면 지극히 당연하고 상투적이기도 하지만 환자가 부담스런 치료비 예산에 몰려 코끼리를 냉장고속으로 집어넣듯 치과를 고르다보면 자주 뒷켠으로 밀려나는 아쉬운 요소들이기도 하다.

갈비집 사장님의 아주 간단한 질문에 타래를 풀다보니 불필요하게 길어져버린 내 대답이었다. 비싼 고기먹다 체하기 딱 좋은 대답이다.

<기분좋은 치과 이성훈 치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