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도우미

치과의사로써 한국인이라 다행이다라고 생각한다.

환자와 첫 상담중 항상 물어보는 첫 질문은 아픈곳이 있냐는것이고 그 다음은 아프면 어떻게 아프냐는 질문이다. 아프면 어떻게 어떤식으로 아프냐는 의사의 질문에 환자들의 표현이 재미있다. 치아뿌리에 염증이 있을때 “쑤신다”라는 표현 앞에 붙는 욱씬욱씬,쑴먹쑴먹, 우리우리,아리아리,등의 온갖 수식어를 비롯해 잇몸질환이나 충치에 찬물이나 단음식이 닿았을때는 시큰,새큰,싸하다,쌔하다는 등의 표현도 많이 듣는다. 영어로 하면“Dull throbbing pain”이나 “sensitive teeth”정도의 표현인데 우리나라말은 너무나 다양하고 오밀조밀하다. 국어사전에 있는 단어인지 조차 의심되는 처음듣어보는 희안한 의태어, 의성어들은 같은 한국사람이라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가슴으로 느낄수있는 뭔가 특별한것이 우리나라말에는 있다. 미국에 온지 어언 30년이 다 되어가지만 한국어의 우수성을 매일매일 환자의 표현에서 새삼 느낀다. 서양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언어로는 부족한 2%를 몸으로 얘기하다 보니 한국사람들보다 유난히 대화중에 손짓과 얼굴표정에서 제스처를 많이 쓰지않나 혼자 추측도 해본다. 실제로 우리나라말 만큼이나 가슴속 가려운곳 깊숙히까지 ‘버~억벅’ 시원하게 긁어줄수있는 언어가 세상어디에 있겠는가?

환자에 대한 진단의 절반은 대면 첫 30분안에 만들진다는 한방과의사인 고교동창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환자의 혈색과 호흡소리, 눈동자 모습등 외모에서 풍기는 병력과 환자가 말하는 본인의 증상이 어느 전문의료 테스트보다 중요하며 모든 최종진단의 기본이된다는 진지한 설명이었다. 치과에서도 첫 상담에서 환자의 얼굴측면각도, 턱의 윤곽, 또는 발음등을 통해 환자가 의자에 누워 입을 벌리기 전부터 진단에 필요한 정보수집은 시작된다. 그 다음단계는 환자가 말하는 본인의 증세에 관한 정보수집고 마지막 단계가 되어서야 실제로 입안을 검진한다.

본인의 증상을 조리있고 정확하게 치과의사에게 전달해주는, 파트너같은 환자가 있는반면 당신이 의사니까 알아맞춰보라는듯 전혀 협조가 없는 환자들은 치과의사들을 처음부터 난감하게 만든다. 실제로 청문회에 끌려나와 검사라도 받듯 모든질문에 “잘모르겠어요”,”기억이 않나요”로 답을 일관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게 있다.

환자와 의사와의 정확한 의사소통은 모든 성공적인 치료에 필수이다. 특히 치과에서는 작은 공간속, 작은 치아속에 정밀한 치료를 요하기 때문에 엑스레이 형상만으로 감지가 불가능한 병력들이 다수이다 예를 들어 치아뿌리에 생길수있는 균열(root fracture)은 번개맞은 고목처럼 치아뿌리가 쩍 갈라져 있기전엔 균열의 각도와 위치에 따라 엑스레이 영상 판별이 어렵다. 이와같이 눈으로도 엑스레이로도 보이지 않는 문제의 원인을 찾는데에는 환자본인이 말하는 증상들을 토대로 치료의 첫 실마리를 찾는다. 듣기를 잘하는 의사가 훌륭한 임상의이기도 한 이유이다.

“3일전부터 오른쪽 위 뒷니가 가만히 있어도 우리~우리하게 쑴~먹쑴~먹
쑤셔요.”…
표현에 한계가 있는 어느 외국어보다 자유자재로 섬세하게 표현할수 있는 한국어를 말하고 듣는 한국인이라 다행이고 자랑스럽다.

환자의 협조 없이 의사의 재량만으로 치료하는 의사는 가축병원 수의사외에는 없다..

<기분좋은 치과 이성훈 치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