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vs 산부인과

치과 vs 산부인과

“치과는 산부인과 보다도 가기 싫어요.” 실제로 치료를 받으러 첫 방문한 환자들에게서 종종 듣는 말이다. 처음 이말을 치과의사 햇병아리시절에 들었을땐 “설마..” 하며 믿기지가 않았지만 귀에 굳은살이 배긴 이제는 치과의사들의 이상과 현실과는 분명 큰 차이가 있음을 상기 시켜주는 좋은 교훈으로 여긴다.
“가고 싶지 않지만 피할수도 없는 치과”, 모든사람이 조금 더 아프지 않게, 신속하게 그리고 정밀한 치료를 받을수있도록 가능케하는 첨단 치과장비중 몇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레이저 치아 우식기(Diagnodent)

불소가 충치예방에 도움이 된다는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가 매일 쓰는 치약만 보더라도 불소가 함유되어있지 않은 제품을 찾아보기가 어려울정도로 현대인들은 알게 모르게 불소와 접촉이 많다. 불소는 음료수와 가공식품에서 방부제로 쓰이며 과일과 채소 재배에 있어서는 살충제로도 쓰인다. 일반 충치는 치과에서 쓰는 뾰족한 바늘과 같은 도구로 눌러봤을때 끈적끈적하고 물렁한 촉감의 특성이 있다. 하지만 불소에 노출된 현대의 충치는 치아의 신경쪽으로 깊게 썩어 들어가기전까진 건강한 치아표면과 같이 끈적거림이 없는 단단한 촉감을 가지고 있기에 초기 진단이 어려운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모든충치의 색깔이 검다고 알고있지만 연한갈색 또는 흰색을 띄기도 하기에 막상 치아를 삭제하기
전에는 확실한 충치인지 아니면 커피와 같은 색소가 짙은 음식물에서 생긴 얼룩인지 정확한 확인이 육안만으로는 판명이 어렵다. 레이저 우식 진단기는 레이저를 이용하여 충치와 건강한 치아표면을 간단하게 구분할뿐만 아니라 충치의 진행정도를 측정할수있기에 꼭 치료가 필요한 충치들만 치아를 깍기전에 탐지하여 조기치료를 가능케 한다.

구강내시경(Intra-oral Camera)

치과에서 1mm는 상당한 오차일수 있다. 입안의 조그만 치아를 치료하는데 있어 1mm를 우습게 생각할수 없을뿐더러 1mm란 오차는 박테리아와 같은 병균들에겐 8차선 고속도로 보다도 큰 공간일수 있기때문이다. 구강내시경은 조그만 카메라로 입안 구석구석의 사진을 찍어 육안으로 놓치기 쉬운 숨어있는 작은 문제를 모니터 화면으로 수십배 확대해 환자와 함께 볼수있어 보다 정밀한 진단을 가능케한다. 치과의사로써 문제의 심각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환자를 접하다보면 “내가 보고있는것을 환자도 볼수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며 안타까워 할때가 많다. 치과의사가 강요해서 치료받아야하는 구시대적인 치료가 아니라 설명없이도 환자본인이 직접 자신의 문제를 눈으로 확인하여 치료의 필요성을 절실히
자각한다면 환자와 의사는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에 동참할수있을것이다.

Electric Handpiece

흔히 우리가 말하는 치과용 드릴이다. “드릴”이란 단어를 쓰지 않고 핸드피스라고 포장해서 얘기하지만 일종의 드릴임을 부정할수없다. 치과하면 연상하는 “휭~~”하며 돌아가는 드릴의 소름끼치는 소리는 공기를 이용해 모터를 돌리는 기존의 터바인(turbine) 핸드피스들이다. 수십년동안 모든치과에서 사용하던 터바인 모터를 대체하는 전기 핸드피스는 고음의 휭~소리가 없으며 회전력(Torque)이 터바인에 비해 월등히 우세하기 때문에 치료시간을 줄일수 있을뿐만아니라 치아 삭제시에 생기는 과열로 인한 치아 신경손상을 줄일수있다.

그 외에도 치과의사들 조차도 혀를 내두르는 최첨단장비는 매년 개발되고 도입되고있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점은 시대에 뒤쳐지는 장비와 시설을 갖춘 병원을 환자가 선택하는데에 분명 문제가 있지만 기계장비만을 맹신하며 병원을 선택함 역시 현명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모든치료에 있어 성공의 열쇠를 쥔 듯 장비와 시설만을 강조하는 병원은 환자가 실망하기 쉽다. 우리나라 여자양궁선수들의 화살이 다른나라 선수의것들보다 곧아서 과녕에 명중시키는건 아니기 때문과 같은 이치이다. 치과의사로써의 작은 소망은 “가장가기 싫은 병원”이란 부끄러운 오명에서 벗어나기위해 어느 의료과보다 치과병원들은 환자의 편의와 치료를 위해 노력하며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반인들이 조금이나마 알아주기를 바란다는것이다. 최소한 산부인과와 비교하지 않는 그 날까지만이라도 말이다.

<기분좋은 치과 이성훈 치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