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생각

출근길의 생각

벌써 11월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지 않을수가 없다. 작년 여름의 월드컵 난리가 엊그제 같은데 일년이 훌쩍지나갔음을 미처 모르고 있었던것이다. 얼마전까지의 뜨겁던 날씨가 갑작스런 추위로 돌변을 하고나서야 겨울하고도 한창 겨울이구나라고 느끼고 있다. 겨울에 대한 한마디 예고도 없이 가을은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지나갔나 보다. 덥다가 추워지고 그러다 다시 더워지면 한 해가 지나갔음을 알아버리는게 켈리포니아의 날씨라지만 훌쩍훌쩍 지나가는 시간앞에 일주일전의 일들도 기억이 가물가물 할때마다 내게 주워진 시간을 낭비만 하고 있는것 같아 불안하기마저 하다.

얼마전 친한 친구 두명이 털어놓는 서로의 아버지의 자동차에 관한 얘기가 기억난다. 두 아버지 모두 소위 말하는 고급 승용차를 가지고 있는데, 두 자동차가 거의 10년이 다 된 구형모델이지만 주인을 잘만나 3-4년 된 자동차 마일리지에다가 쇼룸을 막 열고 나온듯 어디한곳 흠이라곤 찾아봐야 찾아볼수없이 깨끗한 차들이라고 한다. 정말로 닦고 바르고 광내는것이 생활화된 , 파리가 앉다가 미끄러진다는 수준의 바디에 차속은 신발을 벗고 탔는지 아니면 운전용 실내화가 따로 있는지 왠만한 가정집 카페트 보다도 깨끗하게 사용한 그런 자동차들이란다. 자신이 소유한 사물을 깨끗하게 아끼며 관리를 잘하는 습관은 누구나 잘 보고 배워야할 좋은 습성이지만 이 두 아들들의 입장은 그들의 아버지들과 사뭇 달랐다. 애지중지 아끼는 마음이 지나쳐 우상 숭배 수준에 가까운 두 아버지의 자동차에 대한 집착을 두 아들들은 안타까워했다. 매일 편하게 사용하며 즐기지 않는다면 국보급 문화재처럼 모셔지는 그 자동차들의 존재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것이 이들의 호소이었다. 한때 새차였을적에는 보는 다른이들 모두의 부러움의 대상이였지만 차고에서 온갖 세월을 다 보내고 구형이 된 이제 아무리 새차 뺨을치는 콘디션이라도 한 물 지난 구형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게 사실이다. 멋진 신형 자동차라도 불과 몇년안에 구형으로 전락하게 마련이고 다음 모델의 더욱 폼나는 모습에 비교되면 초라해질수밖에 없다.

가끔씩은 나 또한, 어느 한가지 일에 지나친 집착을 가져 그 일에 노예처럼 얽매이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하는 일에 끌려다니다 요즘처럼 어두컴컴한 아침에 집을 나와 별이 빛나는 밤길에 집에 들어가곤 하다보면 몇일동안 딸아이들의 자고 있는 모습밖엔 볼수없는 경우가 많다. 하루에 한번 안아주며 사랑한다는 말을 해줄 시간도 어려울때가 있다. 그뿐인가 ? 살기 좋다는 베이지역에 살면서 남들은 일부러 비행기 타고 관광도 오는 세계적인 아름다운 도시의 코 앞에 살고 있으면서도 매일 오고다니는 같은 길밖에 모르는것이 우리 대부분의 현실이다. 미래를 위해 지금 열심히 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나친 노후걱정에 오늘을 어렵게 자초해서 사는건 아닌지, 열심히 일하는 목적조차 오래전에 잃어버린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솝우화의 개미와 여치의 얘기가 요즘 젊은이들에겐 개미보단 여치가 더 현명하단 인정을 받는 모습을 통해 인생을 즐기며 살고 싶어하는 요즘의 세태를 옅볼수있다. 그 들의 아버지 세대가 역사적, 경제적인 이유로 그렇지 못하고 살아온 모습을 누구보다 가깝게 보며 자랐기에 더욱 그럴것이다.

우리는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공부도 공부를 할수있는 때가 잠깐이라는 말을 하면서도 인생을 즐길수 있는 때도 잠깐이라는 사실을 자주 잊고 산다. 마음이 부자라야 진정한 부자라는데 찌그러진 고물 픽업트럭에 보트를 달고 프리웨이를 달리는 어느 한 백인의 뒷모습을 보며 부러움을 감추지 못한채 이러한 생각들을 해본다.

<기분좋은 치과 이성훈 치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