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식 선수, 개(犬)


개는 병에 걸리면 마루 밑에 들어가서 병이 나을 때까지 나오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먹이를 주며 달래도 결코 나오지 않으며 또 먹지도 않는다. 가히 인간보다 낫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즈음, 단식이나 절식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그 이로움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과연 굶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이로움을 가져다주는 걸까?

단식을 하면 첫째, 5장 6부에 휴식을 줄 수 있다. 둘째, 피가 맑아지는 효과가 있고 셋째, 면역력이 증가되는 효과가 있다. 굶으면 몸은 스스로 비상사태라고 느끼게 되는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면역력이 증가되는 것이다.

농경문화 시절에는 하루 종일 몸을 움직여 일을 하므로 해가 넘어가면 무조건 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다음날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먹을 것이 풍부하지 않았으므로 과식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영양부족으로 인해 기운이 없고 면역력이 떨어져 결핵 같은 세균성 질환으로 고생하는, 이른바 법정 전염병 시대를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서 먹는 문제로 피를 오염시켜 그에 따르는 갖가지 질병으로 고통 받는 세상이 되었다.

사람의 장부라는 것도 조류(鳥類)와 비슷한지 닭이 회에 올라가는 시간인 밤이 되면 피가 간으로 들어가 쉬고 아침에 동이 트는 것과 동시에 피가 도는 것이라고 소문에 적혀 있다(血夜臥卽 血歸肝 晝運行血). 또한 동양의학에서는 저녁을 가볍게 먹도록 이르고 있다. 조반석죽(朝飯夕粥), 즉 아침은 잘 먹고 저녁은 가볍게 먹는 것이 전통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서양 식문화가 들어오면서부터 아침은 금식을 깬다는 의미의 Break fast, 점심은 조금 잘 먹는다고 Lunch, 저녁은 아주 잘 차려 먹는다고 Dinner의 개념으로 먹을거리 문화 자체가 바뀌어 버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피가 간에 들어가 쉬어야 할 시간에 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혹사당하게 되었다. 더욱이 밤과 낮이 바뀌어버린 삶의 패러다임은 야식 문화마저 번성하게 만들었다.

다들 느끼고 있는 사실이지만 저녁 식사를 너무 많이 하게 되면 밤에 깊은 잠을 자기도 어렵고 또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더욱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몸이 붓는 결과를 가져 온다. 거기다가 야식으로 먹는 음식들이 대부분 즉석식품이나 육류이고 술까지 곁들이는 경우가 다반사이니 그 모든 것이 합쳐진다면 어떤 결과가 오겠는가? 피가 쉬어야 할 시간에 5장6부를 혹사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피의 원료인 음식마저 그렇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피는 누가 오염시키는가? 물론 본인이다. 본인이 본인의 피를 더럽게 만들어 놓고 그 책임을 안 지려고 자신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의사나 한의사더러 고쳐달라고들 한다. 본인의 입을 통해 들어온 원료를 가지고 스스로 만들어 낸 피를 타인이 어떻게 고칠 수 있단 말인가?

생명은 피로 시작해서 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더러운 피를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깨끗하게 만드는 방법이 바로 금식인 것이다. 개는 마루 밑에 들어가서 굶다가 병이 나으면 밖으로 나오고 못 고쳐지면 그대로 죽음을 맞았다. 물론 가축병원이 없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러나 병에 걸리면 금식하는 것이야말로 짐승이 가진, 생명의 본태적 생존 본능의 발로임을 알아야 한다.

캐나다에서 심장수술을 다섯 번 받고 여섯 번째 수술날짜를 잡은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상담을 통해 21일 간 금식하고 그 후에는 생식을 하도록 했는데 다행히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다. 여섯 번째 수술을 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금식이라고 하면 덜컥 겁부터 먹는 사람도 있다. 죽을 정도로 금식을 하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금식의 기준에 시력에 지장이 오지 않을 정도를 말한다. 그 정도는 누구라도 충분히 굶을 수 있음은 여러 경로로 증명된 사실인데도 한 끼만 굶어도 큰 일이 나는 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밥으로 대표되는 음식을 먹지 않고 따뜻한 물만 마시면서 약 3주 정도만 견디면 피가 맑아지고 동시에 오장육부에 충분한 휴식을 줄 수 있다. 면역력이 증가하여 질병을 이겨내는 힘이 강화되는 효과까지도 얻을 수 있다. 저혈당 위험이 있는 당뇨인을 제외하고 피가 나빠서 질병을 앓는 사람들은 금식 선수 개의 지혜를 한번쯤 빌려 봄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