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으로 건강 지키기


금년 이른 봄은 전에 없던 추위가 몰려와 많은 사람이 고생을 했다. 한파가 계속되면 가장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 바로 농사인데 이번 봄에도 한파는 여지없이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야 말았다. 꽃은 피었으나 열매를 맺지 못한 까닭에 올 봄과 여름 과일값은 그 어느 해보다도 비싸질 것이라는 보도를 접하게 된 것도 그 무렵이다. 30년 전쯤일까? 가을에 냉해가 들어 벼가 알맹이를 만들지 못해 쭉정이로 남는 바람에 추수를 해보지도 못하고 논에 그대로 불을 질렀던 일이 있는데 유독 기억에 남는다.

인체의 대사 작용도 마찬가지이다. 음식을 섭취하면 대사(Metabolism)를 통해 음식을 분해하여 인체에 필요한 영양분으로 만들어놓는데 몸이 차면 아무리 좋은 것을 먹어도 몸이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다. 몸이 찬 사람들, 몸을 늘 차게 하는 사람들은 먹은 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되므로 공연히 먹느라고 고생만 하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봐도 알 수 있는데 체온이 0.1도씩 떨어질 때마다 대사율 또한 5·6%씩 저하된다고 한다. 더울 때는 몰라도 추운 겨울에는 소변 볼 때 내려가는 체온만 해도 0.3~0.4도 정도 된다. 그래서 추울 때 소변을 보면 빨리 체온을 원상 복귀시키기 위해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이다. 몸을 떤다는 것은 급격한 체온 상승이 요구될 때, 피를 빨리 보내달라는 신호를 몸이 보낼 때 나타나는 원초적인 행위인 것이다.

신진대사가 올바르게 되기 위해서는 체온이 필요하다. 또한 체온을 올리거나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몸을 떨게 되는데 몸을 떨면 체온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혈액순환도 좋아지게 되는 것이 몸의 생리이다. 그러니 이러한 것들을 근본적으로 게을리한다면 건강하게 사는 것이 근본적으로 힘들게 된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눈을 돌릴 때마다 온통 환자 투성이임을 알 수 있다. 땀을 흘려야 할 한여름에 냉난방 기기를 틀어놓는다. 밖은 분명 제 계절대로 돌아가고 있는데 집안으로 돌아가면 가을날씨도 그런 가을 날씨가 없다. 어디 집안뿐이겠는가. 자동차안도 마찬가지이다. 1년 365일이 청량한 가을 날씨인 것이다. 몸이 원래 지니고 있는 생리구조와 실제의 삶이 이렇게 다른데 그런 조건에서 건강하게 산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 될 터이다.

일 때문에 미국에 갈 일이 제법 생긴다. 그런데 미국에만 가면 가장 안타까운 것이 걷거나 뛸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2층도 엘리베이터를 타야 갈 수 있고 대부분의 길은 자동차길이라 인도는 거의 없다. 걷거나 뛰려면 공원이나 특별한 장소에 가야 하는데 그것도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일상에서 걷고 뛰는 행동이 체온을 올리고 피를 돌게 하는 방법인데 말이다.

요즘은 우리나라라고 다르지 않다.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는 2층도 엘리베이터를 타야만 올라갈 수 있게 설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고급 아파트일수록 실내 온도는 1년 365일 청량한 가을 날씨로 유지된ㄷ. 겉으로 보기에는 참 좋은 주거환경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러한 환경도 몇 년을 계속 살게 되면 절대 건강하게 지낼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올 여름도 어김없이 전력 대란이 올 것이라고 벌써부터 야단들인데 그 주범은 다름 아니라 지금까지 얘기해온 사람들의 습관이다. 주거환경을 청량한 가을 날씨처럼 유지하고 2층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습관 말이다. 절전을 하는 것도 좋지만 몸을 위해서라도 생활습관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좀 걸음으로써 체온을 유지하고 땀을 흘림으로써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몸은 몸대로 건강해질 것이고 국가는 국가대로 전력 수급 때문에 비상대책을 세우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렇게 쉬운 방법을 놔두고 모두들 걱정만 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정치하는 사람들이나 건강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이런 점에 착안해서 정책을 수립하고 국민을 계몽한다면 1석2조가 아닌 그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바퀴벌레도 잡을 수 있는 것이 사람일진대, 이보다 더 쉽고 효율적인 방법이 어디에 있는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