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를 지키려 평생 싸운 이름, 니스퀄리 습지에서 만나는 빌리 프랭크 주니어

워싱턴주 올림피아로 향하는 인터스테이트 5번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도시 가까이에 이처럼 넓은 자연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놀라운 장소를 만나게 된다. 빌리 프랭크 주니어 니스퀄리 내셔널 야생동물보호지역(Billy Frank Jr. Nisqually National Wildlife Refuge)이다.

이곳은 마운트 레이니어에서 시작한 니스퀄리강의 민물이 퓨젯사운드의 바닷물과 만나는 곳이다. 숲과 담수 습지, 염습지, 갯벌이 한데 이어지면서 새와 연어, 수달과 비버 등 다양한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환경을 만든다. 웅장한 폭포나 높은 산이 있는 곳은 아니다. 대신 나무 보드워크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갈대 사이에서 새가 날아오르고, 물이 빠진 갯벌 위로 왜가리가 먹이를 찾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조수에 따라 달라지는 보드워크와 야생동물

빌리 프랭크 주니어 니스퀄리 내셔널 야생동물보호지역에는 약 4마일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대부분 평탄한 나무 보드워크와 자갈길로 구성돼 어린이와 고령자도 비교적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시간이 많지 않은 방문객에게는 약 1마일 길이의 트윈 반스 루프 트레일(Twin Barns Loop Trail)이 적합하다. 숲과 담수 습지, 니스퀄리강 주변을 돌아보는 평탄한 순환형 코스로 약 1시간이 소요된다.

보호지역의 전체 생태환경을 둘러보려면 니스퀄리 에스추어리 보드워크(Nisqually Estuary Boardwalk)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이용할 수 있다. 방문자센터에서 출발해 보드워크 끝까지 다녀오는 전체 거리는 약 4마일이며 2∼3시간 정도 걸린다. 보드워크는 나무가 거의 없는 탁 트인 습지 위로 이어진다. 맑은 날에는 마운트 레이니어와 올림픽산맥이 보이며, 계절과 조수에 따라 물새와 바다오리, 물개 등이 나타난다.

이곳의 풍경은 조수의 높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썰물 때는 넓은 갯벌이 드러나 도요새와 왜가리가 먹이를 찾고, 밀물 때는 물이 보드워크 가까이까지 들어온다. 방문 전 조수표를 확인하면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습지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다.

니스퀄리강 하구에서는 공식적으로 최소 250종의 새가 관찰됐다. 북쪽과 남쪽을 오가는 철새에게는 먹이를 먹고 쉬어가는 중간 기착지이며, 일부 새에게는 겨울을 보내거나 새끼를 키우는 서식지다. 봄에는 노랫새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며, 여름에는 습지의 녹음이 짙어진다. 가을에는 남쪽으로 이동하는 철새가 머물고 겨울에는 오리와 기러기 무리가 습지를 채운다.

방문자센터에서는 최근 관찰된 야생동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전망대와 산책로 곳곳에는 주변 생태를 설명하는 안내판도 설치돼 있다. 쌍안경을 준비하면 조류를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으며, 큰왜가리와 독수리, 기러기 등은 맨눈으로도 발견할 수 있다.

빌리 프랭크 주니어의 역사와 습지 복원

이 보호지역의 이름은 니스퀄리 부족 출신 원주민 지도자 빌리 프랭크 주니어(Billy Frank Jr.)를 기리기 위해 붙여졌다. 빌리 프랭크 주니어는 14세 때 조상 대대로 이어온 장소에서 물고기를 잡다가 처음 체포됐다. 이후 원주민에게 조약으로 보장된 어업권을 지키는 활동에 참여하면서 50차례 넘게 체포됐다.

그와 여러 원주민 부족의 오랜 투쟁은 1974년 연방법원의 볼트 판결(Boldt Decision)로 이어졌다. 법원은 워싱턴주 원주민 부족들이 조약에 따라 어획량의 절반을 배분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판단했다.

빌리 프랭크 주니어는 어업권 보장을 넘어 연어가 돌아오는 강과 습지를 보호하는 일에도 평생을 바쳤다. 이곳은 원래 니스퀄리 내셔널 야생동물보호지역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됐으며, 그가 세상을 떠난 뒤인 2015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됐다.

보호지역 일부는 과거 제방을 쌓아 농경지로 사용하던 땅이다. 2009년 니스퀄리 부족과 연방기관, 환경단체는 약 100년 된 브라운 팜 제방을 철거했다. 이에 따라 762에이커의 땅에 바닷물이 다시 드나들면서 태평양 북서부 최대 규모의 하구 습지 복원사업 가운데 하나가 완성됐다.

현재의 에스추어리 보드워크는 과거 제방이 놓였던 방향을 따라 약 1마일 이어진다. 보드워크 한쪽에서는 민물 습지를, 다른 쪽에서는 조수가 드나드는 염습지를 볼 수 있다. 개발과 농경지로 바뀌었던 하구가 연어와 철새의 서식지로 복원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보호지역을 둘러본 뒤에는 차로 약 20분 거리의 올림피아 다운타운까지 여행을 이어갈 수 있다. 올림피아 파머스마켓(Olympia Farmers Market)은 4월부터 10월까지 목요일∼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된다. 지역 농산물과 베이커리, 해산물, 공예품 등을 판매한다. 오전에는 니스퀄리 습지의 보드워크와 야생동물을 살펴보고, 오후에는 올림피아 파머스마켓과 퍼시벌 랜딩을 방문하는 하루 일정으로 구성할 수 있다.

빌리 프랭크 주니어가 지키려 했던 것은 원주민의 어업권만이 아니었다. 연어가 돌아올 수 있는 강과 다음 세대에 물려줄 자연환경까지 포함됐다. 니스퀄리 습지의 보드워크는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산책로인 동시에 그의 삶과 지역의 환경복원 역사를 만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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