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의 관문 에버렛항, 그 앞에 숨겨진 제티 아일랜드

이미지: liveineverett.com

보잉의 관문 에버렛항, 산업과 바다가 만나는 특별한 풍경

여름을 맞아 멀리 여행을 떠나기는 부담스럽지만, 저녁 시간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시원한 바람을 쐬며 잠시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에버렛항(Port of Everett)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해가 서서히 지는 시간, 마리나를 따라 산책하며 바닷바람을 맞고 거대한 선박들이 드나드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도심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색다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워싱턴주에는 시애틀, 타코마, 벨링햄 등 여러 항만도시가 있지만, 에버렛항은 다른 항구와는 확연히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 일반적인 여객선이나 컨테이너 중심의 항만이라기보다 세계적인 항공산업과 대형 제조업을 뒷받침하는 산업항의 역할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기 조립공장인 보잉 에버렛 공장과 인접해 있어 거대한 항공기 동체와 날개 등 초대형 부품을 실은 화물선이 정기적으로 드나든다. 항만 곳곳에는 대형 크레인과 산업시설이 늘어서 있어 처음에는 다소 공장지대 같은 인상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풍경은 오히려 에버렛항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이다. 산업과 바다가 공존하는 모습은 다른 워싱턴주의 항만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렵다.

100넘게 이어온 항만의 역사

에버렛항의 역사는 19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노호미시강 하구를 중심으로 목재 산업이 성장하면서 항만 개발이 시작됐고,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군수산업과 조선업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1960년대 보잉이 에버렛에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기 조립공장을 건설하면서 에버렛항은 항공기 부품과 대형 화물을 처리하는 핵심 물류기지로 자리 잡았으며, 오늘날까지도 미국 항공산업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항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항이라는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준히 변신하고 있다. 마리나와 해안 산책로, 레스토랑, 상업시설이 들어서면서 단순한 산업시설이 아닌 복합 워터프런트로 탈바꿈했다.

에드먼즈처럼 잔잔한 해변과 아기자기한 항구의 분위기를 기대한다면 다소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거대한 화물선과 요트가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고, 멀리 올림픽산맥을 배경으로 붉게 물드는 노을을 바라보며 걷는 경험은 에버렛항만이 선사하는 또 다른 매력이다. 특히 여름 저녁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산책하기에는 워싱턴주에서도 손꼽히는 장소 가운데 하나다.

항구 바로 앞의 특별한 섬, 제티 아일랜드

에버렛항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는 바로 눈앞에 자리한 제티 아일랜드(Jetty Island) 때문이다. 항만에서 무료 또는 계절 운항하는 셔틀보트를 이용하면 약 5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이 섬은 전체 길이 약 2마일에 이르는 길고 좁은 모래섬이다.

제티 아일랜드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섬이 아니라, 1900년대 초 스노호미시강 항로를 준설하면서 나온 모래를 쌓아 만들어진 인공 모래섬이다.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자연 생태계가 자리 잡으며 현재는 다양한 철새와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중요한 생태 공간으로 변했다.

섬에는 자동차나 상업시설이 거의 없고, 넓은 백사장과 얕은 바다가 펼쳐져 있어 여름철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바닷물이 비교적 얕아 어린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좋은 장소로 알려져 있으며, 카약과 패들보드, 카이트보딩을 즐기는 사람들도 자주 찾는다.

특히 제티 아일랜드에서는 맞은편 에버렛 시내와 올림픽산맥, 캐스케이드산맥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으며, 날씨가 좋은 날에는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워싱턴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에버렛항 바로 앞에 위치한  제티 아일랜드(Jetty Island)는 여름철에만 운영되는 계절 페리를 이용해 방문할 수 있다. 섬까지는 약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자동차는 들어갈 수 없으며 보행객만 이용할 수 있어 섬 전체가 조용한 자연 휴식 공간으로 유지되고 있다.

올해는 9월 6일까지 페리를 이용할 수 있다. 수요일·목요일·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45분까지, 금요일과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45분까지 운항한다. 성수기에는 이용객이 많기 때문에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산업항의 숨은 이야기를 만나는 ‘Working Waterfront Harbor Tour’

매년 여름 에버렛항은 시민과 관광객을 위해 ‘Working Waterfront Harbor Tour’를 운영한다. 약 60명이 탑승할 수 있는 제티 아일랜드 페리를 이용해 진행되는 1시간짜리 가이드 투어로, 평소에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에버렛항의 산업 현장과 역사, 그리고 항만 운영 과정을 자세히 소개한다.

투어에서는 국제무역항으로서의 역할은 물론, 보잉 항공기 부품 운송, 대형 화물 처리 시설, 마리나 운영, 워터프런트 개발, 환경 보전 사업, 시민들을 위한 공공 공간 조성 등 에버렛항이 수행하는 다양한 기능을 전문 해설과 함께 둘러볼 수 있다. 단순한 유람선이 아니라 ‘일하는 항만(Working Waterfront)’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이해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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