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속 ‘물길’을 막아 말려 죽인다…워싱턴 물푸레나무 비상

동부 왈라왈라 인근서 실제 나무 감염 첫 확인…10~12년 안에 90~100% 피해 가능성

워싱턴주 동부 왈라왈라 인근 콜리지플레이스에서 ‘에메랄드재보라벌레’가 여러 그루의 물푸레나무를 실제로 감염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단순히 곤충 한 마리가 발견된 수준을 넘어, 나무 안에서 유충이 자라고 피해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워싱턴주의 가로수와 공원, 하천 주변 숲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에메랄드재보라벌레는 성충이 약 1.3센티미터 크기의 금속성 초록색 딱정벌레지만, 진짜 피해는 나무껍질 안쪽에서 발생한다. 유충이 물푸레나무 껍질 아래로 파고들어 물과 영양분이 오가는 조직을 갉아 먹으면, 나무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서서히 수분을 공급받지 못해 말라 죽는다.

주 당국은 콜리지플레이스의 여러 물푸레나무에서 유충과 함께 이 벌레의 전형적인 흔적인 ‘D자 모양 구멍’을 발견했고, 연방 농무부가 이를 최종 확인했다. 지난 8월 밴쿠버에서 차량 유리창에 붙어 있던 개체가 워싱턴주 최초로 확인됐지만, 나무가 감염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벌레가 위험한 이유는 한번 퍼지면 사실상 없애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20여 년 전 처음 발견된 뒤 지금까지 1억 그루 이상의 물푸레나무를 죽였지만, 성공적으로 완전히 박멸한 사례는 없다. 워싱턴주 천연자원부(DNR)는 초기 발생 뒤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10~12년 안에 지역 물푸레나무의 90~100%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푸레나무는 공원과 주택가의 가로수뿐 아니라 하천 주변 생태계에도 중요한 수종이다. 나무가 한꺼번에 죽으면 여름철 그늘이 줄고, 산책로와 도로변의 안전 위험이 커지며, 지자체와 주택 소유자는 고사목 제거와 새 나무 식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왈라왈라시 공원 관리부는 공공 수목만 1천 그루 이상의 물푸레나무를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벌레는 장거리로 멀리 날아가는 것보다 장작, 통나무, 목재 팔레트 등에 숨어 이동하며 확산할 수 있다. 따라서 캠핑이나 이사 때 다른 지역의 장작을 가져오지 않고, 목적지에서 장작을 구매해 사용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확산 방지 방법이다. 주정부는 새 물푸레나무를 심는 것도 중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주민들은 물푸레나무에서 D자 모양의 탈출 구멍, 나무껍질 벗겨짐, 심한 딱따구리 흔적, 잎이 일찍 시들거나 가지가 죽는 현상을 발견하면 워싱턴 침입종위원회(WISC)나 ‘Washington Invasives’ 앱을 통해 신고할 수 있다. 의심되는 벌레는 사진을 찍고, 가능하면 밀봉해 냉동 보관한 뒤 발견 장소와 날짜를 함께 기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번 발견은 동부 워싱턴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레곤에서는 2022년,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는 2023년에 이미 확인됐으며, 워싱턴주 전역의 가로수와 도시숲 관리가 필요한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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