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한인 임산부 피살 사건 유족, 킹카운티 노숙자 지원기관 상대 손해배상 소송

총격범 정신질환 관리 소홀 주장…노숙자·정신건강 시스템 책임 공방으로 확대

2023년 시애틀 벨타운에서 발생한 한인 식당 업주 고(故) 권이나씨와 태아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유족이 킹카운티 지역 노숙자 지원기관(KCRHA)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건의 책임 범위가 총격범 개인을 넘어 공공기관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권 씨는 지난 2023년 6월 13일 시애틀 벨타운 4번가와 레노라 스트리트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중 아무런 이유 없이 총격을 당했다. 당시 임신 8개월이었던 권 씨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지만 권 씨와 태어난 딸 모두 끝내 숨졌으며, 함께 차량에 타고 있던 남편 권성현 씨도 총상을 입었다.

총격범 코델 구스비는 이후 1급 살인과 1급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으며, 올해 3월 법원은 변호인과 검찰 측 정신감정 전문가 모두가 범행 당시 심신상실 상태였다는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심신상실에 의한 무죄(Not Guilty by Reason of Insanity)’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구스비는 형사처벌 대신 주립 정신병원에 수용돼 치료를 받게 됐다.

유족 측이 제기한 민사소송은 총격범 개인의 형사책임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유족은 소장에서 구스비가 사건 이전부터 심각한 정신질환과 망상 증세를 보여왔으며, 주거 및 정신건강 지원 시스템과 지속적으로 접촉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관련 기관들이 그의 정신 상태와 위험성을 인지했거나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적절한 치료나 위기 개입, 관리 조치를 하지 않아 결국 무고한 시민이 희생되는 비극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 측은 특히 킹카운티 지역 노숙자 지원기관(KCRHA)이 정신질환을 동반한 노숙인 지원 과정에서 적절한 관리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기관의 과실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단순히 총격 사건의 책임을 묻는 것을 넘어 노숙인 지원 정책과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의 책임 범위를 법적으로 판단하는 사건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한편 최근 KCRHA는 별도의 재정감사에서 수백만 달러 규모의 예산 집행과 회계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받았으며, 이를 계기로 시애틀시와 킹카운티는 기관의 예산과 역할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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