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번 거절당하고, 37번째 만난 남성과 결혼
이성을 만나는 고민이 큰 사람들이 많다. 다양한 인연과 만남이 있는데, 가장 좋은 것은 대학시절에 만나 오래 교제한 캠퍼스 커플(CC)이다.
이런 커플들은 동지 같은 관계가 형성돼 결혼생활을 잘 해나간다. 남자가 도박, 부도, 외도 등 실망을 주고,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 없으면 결혼생활 어려워도 잘 이겨낸다.
어린 나이의 만남은 서로 잘 아는 사이라서 상대를 잘 파악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위험이 적은 편이다. 반면 사회에서의 만남은 간단하지 않다. 일찍 만났다가 오랜 공백 끝에 사회에서 다시 만났다면 아마 두 사람은 잘 안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생활에서 아는 게 많아지다 보니 바라는 것도 많아진다.
몇 가지 조건이 맞으면 만나보면 좋은데, 대부분 조건을 다 채우려고 한다. 그래서 만남은 어렵고, 결혼은 더더욱 어렵다.
37번 만났는데, 35번을 상대로부터 거절당한 여성이 있다. 그러니까 서로 호감을 갖고 발전한 경우가 37건 중 2건 밖에 안된다는 얘기다.
부모님을 만났을 때 그 인품에 기대하는 바도 컸다. 결혼성사가 잘 되면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여성은 30대 후반, 평범한 직업이었다. 실제 만남 과정은 어려웠다. 보통 5-6명을 소개하는데, 그 5배가 넘어가도록 결과를 내지 못한 상태로 3년이 흘렀다. 그 사이에 여성을 담당했던 커플매니저는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퇴사하고 말았다.
결국 내가 나섰고, 37번째 만난 남성과 결혼했다. 그리고 기대했던 대로 부모님의 사례를 기다렸다. 오랜 시간에 걸쳐 어렵게 결혼을 시켰고, 부모님으로서도 큰 고민이었던 딸이 결혼을 했으니 당연히 큰 보상을 해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연락이 없었다.
우리가 너무 고생을 했기에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고, 아버지한테 얘기를 했더니 아버지는 “뭘 한 게 있다고 사례비냐?”라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우리의 노력을 폄하하는 아버지의 말에 화가 났다. 사례비의 차원이 아니라 자존심의 문제로 확대됐다.
열심히 설명을 했더니 아버지는 “대표한테는 못주겠다. 매니저한테 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성한 결혼을 상업화하느냐?”고까지 했다.
이 여성의 만남과 결혼은 몇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배우자 만남은 어려워진다는 것, 하지만 사람은 짝이 있으므로 기다리고 노력하면 만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사례하지 않는 부모에게 서운함이 있지만, 그래도 그 여성이 결혼한 것으로 그런 감정을 털어버렸다는 것이다. 37명이나 만났는데, 결혼하지 못했다면 안타까움이 컸을 것이고, 그 뒷모습을 어떻게 보겠는가. 여성의 결혼을 축복하면서 많은 감정을 가슴에 묻었다.
|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cou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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