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짜 킹카인가?

사별한지 5년 된 60대 남성이 있었다. 명문대 공대를 졸업한 엔지니어로 전자 제품 회사 중견 간부로 퇴직했다. 자기 명의의 집이 있기는 하지만, 퇴직금은 두 아들의 유학과 결혼 자금으로 거의 다 썼고, 남은 돈으로 그럭저럭 생활하고 있었다.

A씨는 무엇보다도 두 아들을 잘 키웠다는 것, 그리고 자기 학벌에 대한 프라이드가 대단했다. 그는 나이 차이 많고, 인상 좋은 여성을 만나고 싶어했다. 점잖게 생기고 학벌이 좋으니 만남을 원하는 여성들이 있기는 대부분 4살~8살 터울의 평범한 여성들로 본인의 이성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실제로 내가 소개한 여성도 일찍 사별하고, 식당 운영으로 자식들을 키운 50대 후반의 후덕한 인상을 가졌다. 자기 인생을 잘 살아온 분이라 소개했는데, 남성쪽에서는 난리가 났다. 이후 연락이 없다.

비슷한 시기에 내게 소개를 부탁한 60대 남성이 둘 더 있었다. 각기 다른 조건을 가진 60대 남성 3명을 연달아 만나면서 이 연령대의 이성상은 젊은 세대와 어떻게 다른지, 나이가 들면 어떤 남성이 킹카일지를 생각해보았다.

60대 중반의 남성B씨는 공기업 임원 출신이다. 최고 학벌은 아니지만, 라이센스가 있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고, 자기 명의의 집도 있다.
자녀들도 성장해서 신경쓸 일 없고, 외모도 아직은 봐줄만 하고, 여자들이 싫어할 스타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듯했다.

그 역시도 나이차 많은 여성을 원했다. 하지만 여성 입장에서 보면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는지 불확실하고, 은퇴 후의 삶도 불확실하다. 현재의 생활수준이 계속 이어질지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에 만남에는 변수가 있다.

C는 60대 중반으로 외적인 조건은 다른 두 남성에 비해 열악하다. 여성들이 기피하는 대머리, 키도 165cm가 될까 말까다. 나이보다 노안이 고, 모공이 커서인지 피부도 안좋다. 거기다가 학벌이 고졸이었다.

젊은 시절에는 외모와 학벌 때문에 피해를 많이 봤다고 한다. 본인은 생활력이 강하고, 성실해서 열심히 사는데, 여자들이 몰라줬다고 했다. 결혼도 어찌어찌 만난 여자와 했고, 몇 년 만에 아이 둘을 떠안은 이혼남이 되었다.

그런데…여기서부터 반전이다. 손재주가 좋고, 머리가 좋은 그는 부품을 만드는 제조업을 했는데, 특허를 받게 되어서 회사가 급성장을 했다. 몇 년 마다 규모가 2배로 커져서 지금은 직원이 수백명이나 되는 중견 기업이 되었다.

C 역시도 나이차 나는 만남을 원하면서도 자신을 좋아해줄 여성이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보니 그를 만나겠다는 여성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젊은 시절에는 그렇게도 만남이 어렵더니 이제는 여성들이 선호하는 준비된 남성이 되었고, 선택하는 입장이 되었다.

20대에는 학벌이 중요했고, 30대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업의 중요성이 커진다. 하지만 60대가 되면 현재의 성취가 중요하다.

C는 이성으로서의 매력은 떨어지지만, 성공한 남성의 품격이 있었다. 그건 꼭 그가 돈 많이 버는 기업체 사장이라서가 아니었다. 오늘을 열심히 사는 사람이 갖는 그런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이렇듯 만남이 이뤄지는 데는 상대를 알기 전이므로 학력, 직업, 경제력 등 외적인 조건이 주로 작용한다. 일단 만나게 되면 인격과 매너, 정서적 조화 등을 통해 호감도를 키워가는 것이다. 그 과정은 조건보다는 개개인의 품성과 성숙도,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 등에 의해서 결정된다.

젊은 세대에게는 많은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가진 게 없더라도 성취할 시간이 많다. 하지만 50대 이후에는 현재를 잘 관리해야 한다.
왕년에 어땠다는 생각은 현재의 결핍상황에 대 한 변명일 뿐이다.

|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cou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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