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함을 이기고 부활하는 달

독자 여러분께서 이 신문을 받아 드실 주말이 지나면 곧 4월이 시작된다. 4월하면 떠 오르는 몇가지가 있다. ‘4월’이라는 말을 입가에 올려 보면, 자연스레 이어지는 어귀는 시인 엘리어트의 싯귀이다. T.S. 엘리어트가 1920년대 초에 그의 시집 황무지 1부에서 “4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불렀을 때, 그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겨울의 눈 덮인 잠 속에서는 모든 것이 한시적으로나마 잊혀지지만, 봄에 막 생명이 다시 살아 나려 꿈틀대는 그 움직임은 잔인할만큼 처절하다는 의미였을까? 독자들도 아시겠지만, 기억을 되살리시는데 도움이 될까 하여 그 시의 일부를 필자의 졸역으로 다시 읽어 보면: “사월은 더 없이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다시 살려 내고/ 옛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말라 터진 뿌리들을 봄비로 해갈시킨다.//겨울엔 차라리 편안했었지/눈 덮인 대지는 우리의 생각도 덮고/갸냘픈 생명의 끈은 마른 뿌리로 이어 주었었지.”

4월을 되뇌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다른 하나는 기독교에서 부활절로 기념하는 날이다. 물론, 항상 부활절이 4월에 있는 것은 아니다. 올 해는 4월 20일이지만, 작년에는 3월 31일에 부활절을 기념했었다. 왜냐하면, 부활절은 전통에 따라, 춘분이 지나고 첫 만월이 지난 후의 첫 일요일을 정해 기념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매해 날짜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Easter라고 불리는 이 명절은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가 세상 모든 사람들의 죄를 사하기 위해 십자가에 달려 돌아 가신 뒤, 사흘만에 죽음에서 다시 산 날을 기념한다. 그래서 이즈음에 많은 미디어들에서 “He is risen”이라고 하는 말들을 들어 보셨을 것이다. 즉, 예수가 죽음을 이기고 다시 일어 나셨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올 해의 4월은 많은 대학들에게 고난의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에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 교육부 공부원들의 거의 절반을 해고하고 대학들에 제공하는 보조금을 대폭 삭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두드러진 것은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이 작년에 벌어진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이스라엘 군인들의 학살 등에 대한 항의 데모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았기에 400 밀리언 달러의 지원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들 수 있다. 즉, 트럼프 행정부가 노골적으로 편을 드는 이스라엘을 반대하는 반 유대 행위에 너무 느슨하게 대응했다는 것이 이유이다. 그러자 명망 높은 교육 신문인 ‘고등 교육 연감’이 다룬 기사의 제목처럼, “컬럼비아 대학은 무릎을 꿇었다.” 대학의 리더들은 정부가 요구하는 것에 순응하여, 관계자들을 엄격히 처벌하고, 관계 학과를 재정비하며, 캠퍼스 경찰력을 확대해 시위에 엄격히 대처하는 등의 개선책을 발표했다. 많은 학생들과 교수들의 반대가 예상되고 많은 전문가들이 이러한 양보가 정부의 안하무인적인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돈을 이기는 장사가 별로 없음을 보면 이 대학의 반응이 딱하다. 하지만, 4월은 참고 견디며 이겨 부활의 기쁨을 기대하는 시기이니 지켜볼 일이다.

또 다른 4월 즈음에 생각나는 일들 중의 하나는 대입 합격자 발표이다. 이미 유덥과 캘리포니아 대학들이 합격자를 발표한 바 있다. 사립 대학들의 경우, 작년에는3월28일에 아이비 데이(Ivy Day, 아이비 리그 8개 대학들이 한 날을 정해 동시에 합격자를 발표하는 날)이 있었는데, 올 해는 하루 뒤인 3월27일에 있었다. 합격자들은 세상을 얻은 기분이겠지만, 꼭 자신이 특별하게 뛰어나 그리 되었다고 너무 티를 내지는 말자. 왜냐고? 스와스모어 대학과 버클리에서 사회 이론을 가르치는 배리 슈와츠 교수는 미국의 명문 대학에서 신입생을 가장 공정하게 선발하는 방식은 ‘제비 뽑기’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작년에 하버드, 예일과 컬럼비아 대학의 합격율이 약 3% 중후반이었고, 브라운과 다트머스가 5% 초반을 기록했으니, 한 자리에 20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리는 형국이다. 더구나 이 지원자들의 대부분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자격 요건을 갖춘 학생들이니 이들 중에서 누구를 뽑고 누구는 떨어트리는 것은 정상적인 절차를 따르기보다는 그저 상황과 시간이 맞아 떨어진, 한마디로 운이 좋은 지원자가 합격한다는 설득력 있는 이론을 주장한다.

합격한 학생에게는 축하를, 제1지망 학교에서 불합격을 통보 받은 지원자에게는 위로를 전한다. 위의 이론을 말함이 이들에게 어떤 위로가 될까만 한가지는 분명히 전하고 싶다. 만약에 슈와츠 교수의 주장이 합리적인 면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합격한 학생들은 어떤 의무감을 가져야 한다. 운이 좋아 다가오는 4년을 원하는 장소에서 공부하게 되었다면 이러한 행운이 주어진 것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쉬운 말로 하자면, 몇 년전 빌 게이츠와 멜린다 게이츠 부부가 스탠포드 대학의 졸업식에서 한 연설을 인용하는 것이 좋겠다. 멜린다 게이츠의 말: 빌은 단지 운이 좋았던 것이지요. 잘 나가는 변호사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났고, 당시엔 희귀했던 컴퓨터를 중학교 때 레이크 사이드 학교에서 경험할 수 있었고, 사업에서는 승승장구했고, …, 이 모든 것에 행운이 주어졌던 것이지요. 세상을 돌아 다니며, 힘들게 사는 이들을 만났을 때, 이런 생각이 났어요. “그래, 내가 바로 저 사람처럼 될 수도 있었던 거야, 운이 주어지지 않았더라면. 그러니 그들에게 무언가 (선한 일을) 해야 해.”

좀 과장하자면, 이것을 잊으면 이혼이라는 불운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예견한 것처럼 들린다. 꿈꾸던 학교에 불합격한 학생들이여, 힘을 내시라. 세상은 죽음의 고통을 이기고 열심을 다 한 자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는 것이니.

| 벨뷰 EWAY학원 원장 민명기 Tel.425-467-6895 ewaybellev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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