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 방문, 꼭 해야 하나?
애독자께서 이 칼럼이 담긴 신문을 장보러 오신 마켓에서 집어 드시는 시점에 한가지 마음에 소소한 안도감을 주는 것은 “오늘 밤은 1시간 더 자도 되겠구나”일 것이다. 일광절약 시간이 11월3일 주일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지난 주중에는 비가 오는 가운데도 아이들을 데리고 트릭 오어 트릿을 다녀오시느라 다른 주보다 조금 더 피곤한 주를 보내셨기에 더욱 그러하리라. 물론 이러한 장삿속의 명절을 반대하며, 이러한 시기에 지난 한 해동안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 한 번 되새기자고 교회에서 아이들을 위해 진행하는 하베스트 페스티벌에 자녀들을 보내신 분들도 계실 것이다.
아무튼 벌써 11월이 시작되었다. 이제 2주 후에는 유덥의 신입생 원서 마감이, 그 2주 후에는 버클리가 속한 캘리포니아 대학들이 (올해는 예년의 11월30일과 달리 12월2일), 그 2주 후에는 조기 전형 합격자 발표가, 그리고 다음 2주 후에는 정시 전형 원서 마감일과 2차 조기 전형 마감일이 물밀듯 다가 온다. 이제 시작인 듯 하지만, 이미 반환점을 돌았다고 해도 큰 과장은 아니다. 이미 앞 선 조기 전형 대학들의 원서를 제출할 때 공통되는 에세이나 다른 주요 사항들을 이미 써 놓았기에, 앞으로 다른 대학들에 지원할 때 할 일들이 훨씬 적다는 의미다.
한숨을 돌리며, 초점을 시니어들로부터 잠시 내년이나 후년을 준비하는 고교 저학년을 위한 배려로 전환하는 의미에서, 매년 이때 쯤에는 미국의 대학 입시를 둘러싼 이런 저런 신화들을 소개하고 진실을 알아 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눈치 빠른 독자들께서는 이미 글을 읽기도 전에 제목만 보고도 알아 채셨겠지만, ‘신화’란 아주 그럴듯 하지만 사실이 아닌 것들이다. 세상사의 모든 것에서 그렇듯이, 대학 입시에 관한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은 명문 대학에 입학한 옆 집 아이의 부모님께서 자랑 삼아 한 신화적 무용담이다. “아, 우리 아이는 밤 2시 이전에 자는 걸 못 봤어요. 이런 저런 과외 활동을 마치고 나면 늦게까지 있어야 숙제를 다 마칠 수 있었으니까요.” 아주 안스러운 얼굴로 전해 주시는 이야기에 우리네 보통 아이들의 부모는 12시도 안되어 잔다고 불을 끄는 게으른 자식을 떠올리며 가끔은 절망한다. “뭐, 우리 아이는 학교 공부는 학교에서 끝내고, 일찍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것 같아요. 충분한 수면이 학교 수업에서 선생님의 말씀을 잘 이해하는데 가장 좋았다고 하더라구요.”라는 또 다른 가끔은 상반되는 성공담에 우리 못난이의 부모들은 억장이 무너 진다. 하지만, 절망할 것도 억장이 무너질 것도 없는 것은 우리네 보통 부모 밑의 자녀들도 하나 하나가 다른데, 다른 집 아이의 성공 패턴이 우리 아이에게 그대로 통할 리가 없다는 사실이다.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식을 찾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임은 너무도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리즈에서 다룬 ‘신화’들의 해석에도 ‘우리 자녀에게 맞는 일일 수도 아닐 수도 있으니 가려서 해석하고 받아 들이자’라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수업에서 A를 받은 선생님에게 추천서를 받는 것이 틀리지도 맞지도 않는 것이고, 나의 상황에 맞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런 깨달음 속에서 오늘은 ‘입학 사정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는 대학 캠퍼스를 직접 방문해야 한다’를 소개하기로 한다.
물론 옛적에는 집안의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혼사도 있었지만, 요즘은 결혼 상대를 고르기 위해 직접 상대를 만나 연애를 하거나 선을 보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학생은 다음 4년간을 함께할 대학을 선택하고, 대학측은 다음 몇 년을 보살펴야할 학생을 선택하는 중차대한 일에 직접 만나 서로를 탐색하는 일은 아주 당연하고 중요하다. 이것은 당연히 학교를 직접 방문하는 것이 필수라는 것은 아니고 경제적, 시간적인 모든 조건들을 고려해 가능하다면 직접 보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중요성 이외에도, 학교측에서 본 캠퍼스 투어의 중요성은 또 다른 측면에서 강조된다. 독자께서 잘 아시는 것처럼, 미국의 입시 제도는 원하는 만큼의 대학에 지원을 허용하는 복수 지원제이다. 학생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으니 좋지만, 학교의 입장에서는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어떤 지원자를 합격시켜도 이 학생이 해당 학교에 등록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복수의 학교에 합격한 경우 재정 보조 등의 여러 가지 조건들을 검토하고 동 대학을 헌신짝처럼 저버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항존하는 위험으로 대학들은 입학 사정에서 우리네 보통 부모님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는 어구인 “표현된 관심 (Demonstrated interest)”을 입학 사정에서 고려한다. 통계에 의하면, 약 40%의 미국 대학들이 지원자가 동 대학에 보여 준 관심을 합격 여부의 잣대로 고려한다. 예를 들어 어떤 지원자가 동 대학의 캠퍼스를 방문했거나, 이메일로 동 대학의 입학 사정관들에게 자주 질문을 했다거나, 칼리지 페어에서 동 대학의 부스를 방문한 전력은 이 학생이 동 대학에 관심을 갖고, 그러니 합격이 되면 등록을 할 가능성이 많기에 합격을 가벼운 마음으로 허락한다는 식이다. 선을 보면 관심을 갖고 전화 번호를 받거나 연락을 해야 서로의 관계를 발전 시킬 수 있음과 같은 이치이다. 하지만 나머지 60%의 대학은 이를 시행하지 않으니 해당 대학의 정책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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