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기업가로 키우기 1

     필자가 이 칼럼을 쓰는 시점은 미국에서 April Fool’s Day라고 부르는 만우절 아침이다. 아침을 먹으며 보는 텔레비전에서 기상 캐스터가 이 달부터는 70도가 넘는 날들이 꽤 있을 거라는 따뜻한 전망을 하며 만우절 거짓말이 아니라고 너스레를 떤다. 아직은 시애틀의 날씨가 겨우 50도를 넘나드니 무리도 아니다. 교육 분야에서 이 때는 거의 모든 미국의 명문 대학들이 막 합격자 발표를 마친 때이다. 지난 28일 목요일에 브라운, 컬럼비아, 코넬, 다트머스,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 유펜을 포함하는 여덟 군데의 아이비 리그 대학들이 합격자 통보를 마쳤는데, 합격하지 못한 지원자들은 불합격 통보가 만우절 농담이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4월은 잔인한 달이기도 하겠지만, 예수님의 죽음이 있어야 부활도 있는 것처럼 세상사는 궂은 일 다음에 활짝 갠 날들이 오는 것이 이치임을 상기하며 마음을 다독이기 바란다.  

     올 해 필자와 카운슬링 프로그램을 진행한 학생들 중에서 특기할 만한 사항들 중의 하나는 많은 수의 학생들이 장래에 기업가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하고 관련 학과에 지망한 아이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는 점이다. 정식으로 경영대나 문과대의 경제학과를 선택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컴퓨터 사이언스나 파이낸시얼 엔지니어링(financial engineering: 컴퓨터를 이용해 투자나 자금의 운용을 연구/분석하는 전공)을 공부하고 기업가가 되고 싶다는 학생들도 꽤 있었다. 물론 아직도 공부 꽤나 한다는 아이들이 필자와 만나 진로 관련해 묻는 질문이 “어떻게 하면 의대나 법대에 갈 수 있느냐”이기도 하지만, 요즘은 컴퓨터 사이언스와 경영대도 많다.

     즉, 이전에는 이러한 법대나 의대를 가기 위한 준비를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잘 알려진 화학이나 생물, 정치학을 비롯한 사회 계열 전공 희망자가 많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컴퓨터나 상경 계열 전공자들이 많아지는 추세이다. 이러 학생들 중에는 컴퓨터 자체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도 물론 있다. 하지만 많은 수의 아이들에게 컴퓨터 사이언스를 하고 싶어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적지 않은 경우 컴퓨터 사이언스 지식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의 회사를 창업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주 극단(?)으로 치닫는 아이들의 경우는 자신들도 대학엘 가기는 하지만, 가능한한 빨리 중퇴하고 자신의 회사를 차리고 싶다며 스스럼없이 자신감을 내비친다.

    뭐, 이 아이들이 이런 시건방진(?) 이야기를 큰 주저함이 없이 할 수 있는 근거는 충분히 많다. 실리콘 밸리에서 유행하는 농담 중에 “대학 졸업장을 이미 받았다면, 당신은 이미 (이 테크 업계에서는) 실패자”라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페이팰을 창업해 성공한 피터 틸은 ‘Thiel Fellowship’이라는 재단을 만들어 젊은 창업 희망자들에게 10만불을 제공하는데, 조건이 바로 재학 중인 대학을 그만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덥잖지만 뼈가 튼실한 농담과 떨떠름한 창업 자금 지원 자격에 확신을 부여하는 실예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잘 알려진 대기업 창업자들의 면면을 일부만 살펴 보자 (괄호 안은 중퇴한 모교). 마이크로 소프트를 창업한 빌게이츠 (하버드), 애플의 스티브 잡스 (오레곤의 리드 칼리지), 페이스 북의 마크 저커버그 (하버드), 스냅챗의 에반 스피겔 (스탠포드), 우버의 트레비스 칼라닉 (UCLA),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 (일리노이/시카고 대학),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텍사스 주립대 오스틴 캠퍼스), 왓츠앱의 잔 코움 (산호세 주립대), 드랍박스의 드루 휴스턴 (MIT), 냅스터의 션 파커 (버지니아 대학) 등이 있다.

     올드 타임머들 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그 신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신예 창업자들의 리스트만 살펴 봐도, 이 대학 중퇴생 성공적인 기업가들의 화려한 면면은 끊임 없이 이어질 기세다. 얼마전 해임과 재취임으로 각종 매스컴의 첫 줄을 장식했던 오픈 AI (Chat GPT를 내놓은 회사)의 샘 올트만 (스탠포드), 자율 주행차의 핵심 부품 중의 하나인 라이다를 개발해 25세에 가장 어린 나이로 억만장자의 반열에 오른 루미나의 오스틴 럿셀 (스탠포드), 요즘은 좀 부진하긴 하지만 대체 화폐의 양대 축인 이더리룸의 비탈릭 부테린 (캐나다의 워털루 대학), 피 한방울로 모든 병을 진단한다고 호기차게 시작했으나 결론적으로는 사기극을 펼친 것으로 드러난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스 (스탠포드) 등이 대표적이다. 근래에는 막 열거한 것처럼 스탠포드 출신의 젊은 창업자들이 모교를 일찍 떠나 기술 기업들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흥미롭다.

     학생들 뿐만 아니라, 요즘은 우리 한인 부모님들도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를 위에 열거한 창업자들과 동급의 반열에 서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다. 이러한 희망에 발맞추어 답변을 제공하는 서적들의 출판도 덩달아 줄을 잇는다. 지난 2016년에 백악관의 고위 관리를 역임한 마고 비스나우가 성공적인 기업가 70여명을 인터뷰한 기록을 바탕으로 “(우리 아이) 기업가로 키우기: 자녀가 위험을 기회로, 문제를 해결하며, 변화를 만들게 키우는 10가지 제언”은 기업가로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자녀들의 잠재력을 최고로 실현시키는 방법을 조언한다. 또한 작년 1월에 출판된 에릭 노프의 책에서는 “기업가로 양육하기: 당신의 자녀를 기업가로 키우기 위한 9가지 실질적 원리”를 논하고 있다. 이 저자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자신의 기업을 세운 기업가 출신으로 자신이 자란 경험과 아이 둘을 키우며 체득한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 관심 있으신 부모님들을 위해 다음주에 간단히 소개할 예정이다.

| 벨뷰 EWAY학원 원장 민명기 Tel.425-467-6895 ewaybellev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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