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ay 교육 – 사회적 거리 두기/마음 더 가깝게 두기
아침에 일어나 습관적으로 읽는 인터넷 신문을 펼치기가 두렵다. 평소에는 어제 밤 예상하지 않았던 기사가 느닷없이 머리를 후려치는 경우가 거의 없었지만, 요즘은 불확실성의 시대임을 절실히 느끼는 때이다. 오늘 날짜의 ‘고등 교육 연감’에서 눈에 띄는 기사는 동부의 명문 공과 대학인 MIT와 명문 여자 대학인 Smith College가 이번 봄학기를 수강하는 학생들의 학점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는 소식이다. 모든 과목을 성적에 따라 A/B/…F등으로 학점을 주는 대신에, 강제적으로 통과/불통 (Pass/Fail)으로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수업이 이뤄지지 않으니 정상적인 학점으로 차등을 줄 기준이 불명확하기에 이번 봄학기의 성적은 합/불합격으로 간단히 구분한다는 것이다. 대학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하시는 걱정에 대한 합리적인 답을 제공한 셈이다. 지인이 보내준 우리 워싱턴 주내 학교들의 수업 일수에 대한 소식도 많은 부모님들이 관심 있어 하시는 사항이다. 워싱턴 주 교육감 사무실이 낸 보도 자료에 의하면, 6월 19일 이전까지 이번 COVID-19 문제로 빠진 수업 시간을 기존의 휴일이나 다른 가용한 시간을 이용해 되도록 보충해야 하는데, 만일 이렇게 해서도 정해진 법정 수업 일수를 채우지 못 할 경우가 생기면 주 교육감실은 각 교육구에 비상시국으로 인한 수업 일수 면제를 허락해 졸업에 지장이 없도록 하며 재학생은 학년을 마치도록 허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https://www.k12.wa.us/sites/default/files/public/communications/COVID-19%20in%20Schools_Parent%20Guide.pdf)
이런 저런 뉴스들을 훑어 보노라니,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여러번에 걸쳐 듣고 읽으면서도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한 영어 단어나 구문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미쳐 여기 독자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하니 참조하시기 바란다:
먼저, “Quarantine”과 “Isolation”의 차이이다. 어찌보면, 두 말을 상호 교환해서 사용해도 별다른 잘못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료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큰 차이가 있다. 미국 질병 관리 및 예방 센터 (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이 정한 정의에 의하면, “Quarantine”은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아직은 어떤 증상도 보이지 않는 사람을 이 질병에 노출되지 않은 다른 사람들과 격리해서 있을지도 모르는 전염병의 감염 확산을 사전에 예방하는 조치를 말한다. 다른 기관의 명령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자발적으로 격리되는 것은 “Self-Quarantine이라고 부른다. 이와는 구별되어, “Isolation”은 감염이 확인된 환자를 다른 사람들로부터 격리함으로써 이 질병의 확산을 막도록 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 두 단어의 어원을 살펴 보는 것도 재미있다: Quarantine”은 이탈리아 말 ‘quaranta’에서 기원한 것으로 원래의 의미는 ‘40’이라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이 40이라는 말은 ‘40일’을 말하는데, 1300년 경 이탈리아의 베니스에서 다른 지역으로부터 전염병자를 싣고 온 것으로 의심되는 배를 40일간 하역하지 못한 것에서 연유한다고 한다. 요즘 이탈리아 사태를 보며 이 40일 규정을 지켰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우문이 생긴다. 한편, “Isolation”은 라틴어인 ‘insulatus’에서 유래한 것으로 원래 ‘섬으로 보내진’이라는 의미라고 하니, 우리 사극에서 나오는 유배와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된다.
다음은 “Epidemic”과 “Pandemic”의 차이이다. 지난 2000년대 초에 극성을 부렸던 사스를 떠올리면,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이 두 단어를 구별없이 혼용한 경우가 많았었는데, 이 두 단어는 같은 라틴어 어미(-demic, 어느 지역의 국민 또는 주민을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스케일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전자는 어느 지역에 창궐한 전염병을 말하는 반면에, 후자는 국제 건강 기구 (World Health Organization)의 정의에 따르면, 어떤 한 지역에 국한된 전염병이 아닌 여러 국가, 더 나아가 몇개의 대륙에 걸쳐 유행하는 세계적인 유행 전염병을 말하는 것으로 WHO는 지난 3월11일 COVID-19을 Pandemic으로 규정한 바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의미하는 “Social-distancing”도 흥미 있는 단어이다. 먼저 공중 위생(Public Health)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말하는 이것의 의미는 “많은 사람들 사이의 접촉을 줄이는’ 것이다. 질병 관리 센터는 이것을 “사람들이 모이는 환경(쇼핑 센터, 극장, 경기장 등)을 피하고, 다중의 모임을 피하며,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약 6피트 또는 2미터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한편 사회학(Sociology)에서는 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좀 다른 의미로 쓰인다. 즉, ‘(어떤 사회 경제적 또는 인종적 이유로) 어떤 개인이나 그룹이 서로간의 삶에 협력하고 동참하는 것으로부터 배제되거나 일부러 제외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회학적인 의미는 당연히 우리가 현재 직면해 사용하고 있는 이 단어의 의미가 아니다. 즉,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Social-distancing’은 사회학에서 사용하는 의미가 아니라 공공위생학자들이 사용하는 어휘이다. 이 전염병에 전염된 환자나 그 가족 또는 특정한 민족을 무시하고 혐오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우리가 COVID-19이 유행하며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사용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의미를 확실히 숙지하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사회적 거리 두기 (social-distancing)’는 물론 지키고 준수하되, ‘사회적 관계 늘리기 (social-connectedness)’ 운동을 벌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몸은 2미터 이상의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지만, 그와 동시에 마음은 예전보다 더 가깝게 서로 사랑하며 배려하며 상처와 아픔을 껴 안아 주는 그런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우리 주위의 힘든 분들, 이 전염병의 창궐로 직장을 잃고 가족이 이 병에 결려 신음하며 근심하는 이들을 위해 손을 내밀자, 전심으로 그 분들을 꼭 껴안아 주자! “Bodily-distancing, but wholeheartedly-hugging our brothers and si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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