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WAY 교육 – 케네디 대통령의 하버드 대학 입학 에세이

지금으로부터 약 80여년 전. 그 때는 하버드 대학과 같은 미국의 명문 대학에 들어 가려면 어느 정도의 실력과 어떤 양질의 지원 에세이가 필요했을까? 그리고 지금과는 어떻게 달랐을까? 오늘은 이 질문들에 대한 어렴풋한 대답이나마 찾아 보기로 한다.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17살이던 1935년 4월 중순. 그가 하버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쓴 대입 지원 에세이 한 편이 케네디 대통령 도서관/박물관에 보관 되어 있다. 당시에는 펜으로 직접 써야했던 종이 원서에 주어진 공간이 얼마 없기도 하지만, “당신은 왜 하버드 대학에 입학하기를 원합니까?”라는 주제에 답한 케네디의 다섯 문장으로 된 에세이는 요즘 보통 사람 지원자들의 기준으로 볼 때 참 성의도 없고 그리 인상적이지도 않다. 필자의 번역으로 여기 원문과 함께 소개한다:

     “본인이 하버드에 입학하기를 원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입니다. 제 생각에는, 하버드가 다른 어느 대학보다 훌륭한 배경과 교양 교육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귀 대학이 어떤 그렇고 그런 대학이 아닌 특별한 어떤 점을 제공하는 대학이라고 생각하기에 항상 귀 대학에 입학하기를 원했습니다. 게다가, 저는 제 아버님이 다니신 대학에 가기를 원합니다. “하버드 맨”이 되는 것은 어느 누구라도 원하는 것이며, 저도 꼭 그렇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1935. 4. 23. 존 에프 케네디 (The reasons that I have for wishing to go to Harvard are several. I feel that Harvard can give me a better background and a better liberal education than any other university. I have always wanted to go there, as I have felt that it is not just another college, but is a university with something definite to offer. Then too, I would like to go to the same college as my father. To be a “Harvard man” is an enviable distinction, and one that I sincerely hope I shall attain. April 23, 1935
John F. Kennedy).”

     케네디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 에세이가 포함된 폴더에는 고교 성적을 포함하는 여러 다른 대학 원서와 런던 경제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하버드에 입학을 1년 연기해 달라는 편지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케네디의 고교 성적은 거의 대부분의 과목에서 100점 만점에 70점 정도로 공부면에서는 그리 대단한 학생은 아닌 것으로 보여 진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주식과 부동산으로 큰 부를 축적한 하버드 출신 부자였고 메사추세츠 지역의 아일랜드계 사회의 유지였을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주영 대사 등을 지낸 유명 정치가였기에, 그리고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명문 대학 입학의 광풍이 불지 않았기에, 이런 성적과 지원 에세이로도 합격이 가능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사실을 떠 올릴 때, 최근 발표된 하버드 대학의 입시 결과는 과연 케네디 가의 당시 명망이나 케네디 자신의 실력을 볼 때 아무리 레거시 (부모나 조부모가 해당 대학의 졸업생인 경우 입학 사정에서 가산점을 주는 제도) 점수를 준다 하더라도 아마 가능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질투가 섞인 가정을 하게 만든다. 작년 12월에 발표된 하버드 대학 조기 전형의 결과, 합격율은 13.4%였고, 올 해 3월 말에 발표된 정시 전형의 합격율을 합치면 100명의 지원자 중에서 5명 미만만이 합격을 했다는 통계이다. 이를 하버드 대학 신문이 밝힌 1937년 합격율인 82%와 비교하면, 80여년 전과 작금의 명문대 입시 상황과는 상전벽해 수준의 변화를 보여 줌에 틀림없다.

     반면에, 올 해의 통계에서 아시아계는 조기 전형에서 25.1%, 정시를 합쳐 25.6%가 합격했다. 즉 100명의 지원자 중에서 4명 정도만 합격하는 대학에, 아시아계 지원자는 4명 중에 한 명이 합격하는 기염을 토했는데, 요즘에는 명망가 자제보다는 아시아계가 더 하버드를 비롯한 명문 대학들에 합격하기 쉽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참고로 아시아계가 미국 총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단지 5.6%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떠 올리면, 이건 정말 기적에 가까운 숫자이지 않은가? 몇 년전 오바마 대통령이 현직일 때, 그의 첫째 딸 말리아가 하버드에 입학했는데, 적어도 현직 대통령의 딸이나 브라운에 합격한 엠마 왓슨과 같은 유명 배우가 아니면 아이비 리그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지극히 어려운 상황이니 말이다. 우스개 소리로, 오바마의 둘째 딸 사샤는 올 해 미시간 대학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것으로 보도가 되었는데, 그가 현직이 아니기 때문 아니냐는 농담이 돌 정도였다.

     이러한 기적과도 같은 아시아계 학생들의 명문대 합격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아시아계 지원자들은 그들이 대입 사정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며, 미국 대학들에서 인종을 고려하는 사정 방식이 아직 존재하는 것이 엄연한 사실임이 지난 10월 초에 발표된 ‘아시아계 학생에 대한 하버드 대학 입학처의 차별에 관한 소송’의 재판 심리 결과를 밝힌 130여쪽의 판결문이 보여 준다. 담당 판사인 알리슨 버로우의 판결문 마지막 부분은 아직도 이러한 인종을 고려한 사정 방식이 존재함을 확인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현재 이 시대의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하는 관점에서 합법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의 말: 이 건을 심리하면서, 적어도 확연히 드러나는 인종에 근거한 체계적인 아시아계 지원자에 대한 차별은 없었고, “이 소송건의 판결을 위해서, 적어도 지금은, 하버드가 따르고 있는 인종적 다양함을 견지하려는 노력이 옳다.”

아시아계 미국 시민의 한 사람으로 이 판결문을 읽으면서 복합된 감정이 일렁이는 것을 숨길 수 없다. 모두가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한 방책임을 애써 수긍하면서도, 인종 이기주의를 온전히 포기하는 것 역시도 쉽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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