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WAY 교육 – 당신은 특별 (안) 합니까?

지난 몇 달 전부터 시작한 북 클럽의 정기 모임이 지난주에 있었다. 30년도 더 전에 당시 유덥에서 박사 과정을 공부하던 각 분야의 대학원생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해진 주제를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좋았었다. 그 모임들에서, 같은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전공자들의 색다른 접근 방법들에 매료되었던 기억을 잊지 못해, 언젠가는 그와 같은 모임을 부활시켜 다양한 분들과 참다운 삶의 문제들을 다루어 보고 싶었었다. 고민 끝에, 많은 분들이 이미 하고 있는 북클럽이 학교 밖의 사람들에게는 맞는 모임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마음이 맞는 분들을 만나 책을 읽고 나름의 의견을 나누는 모임을 하게 된 거였다.

     이번에 읽은 책은 돈 미구엘 루이즈의 “네가지 약속”이라는 책이었다. 부제처럼, 개인이 자유를 얻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네가지 자신과의 약속을 조언하는 책인데, 아주 간단히 잠깐 소개하면, 삶 속에서 만나는 각종 관계 속에서, 1) 말로 실수하지 말고 (Be impeccable with your word), 2) 너무 자신의 잘못이 그 일을 초래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Don’t take anything personally), 3) 추측하지 말며 (Don’t make assumptions), 마지막으로4) 이런 일들을 행함에 최선을 다하라 (Always do your best) 는 조언이었다. 갖가지 관습, 교육과 법칙 등에서 오는 의무감이나 두려움에서 벗어 나기 위해서 해야할 네가지라고 한다.

     노래를 아주 잘하고 즐기는 아이가 있었다. 하루는 어머니가 회사 일로 피곤하고 마음이 상한 나머지, 집에서 노래하는 딸을 보고 “아니 좀 조용하지 못하니? 돼지 멱따는 소리로…” 이 일 후로, 이 딸은 노래와는 거리가 먼 아이가 되었다 한다. 말이 독이 되는 경우는 너무도 많다. 또한, 아내가 어떤 일로 마음이 상해 남편에게 격하게 표현한 말을 아내의 격한 감정에서 나온 말이지 자신과는 그리 큰 상관이 없다고 느끼며 서로를 받아 준다면, 세상은 참 살만한 곳일 터이다. 이 부부가 만일 아내가 나의 이런 잘못 때문에 화가 났겠지 추측하며, 왜 이런 것도 이해를 못하지라며 불만을 갖게 된다면, 이 부부 생활의 파탄은 그리 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때는 추측하지 말고 간단히 묻는 것이 온갖 잘못된 싸움을 벗어 나는 지름길이라는 말이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이런 약속에 충실하면 개인적인 자유에 이른다는 조언인데, 많은 경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삶의 태도 인것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임 가운데 나온 흥미 있는 질문은 “미국 부모들은 참 말을 조심하고 아이들에게 잘 하는 것 같아요. 아주 사소한 일에도 칭찬을 과도할 정도로 하고 조근 조근 설명하며 대화하는 것을 보면 참 부러울 때가 많아요.” 한국에서 오신 지 그리 오래지 않은 참석자의 지적이었다. 이어지는 맞장구와 칭찬, “그러게요. 그러니 아마 말로 실수하는 부분이 별로 없을 것 같아요.” 괜히 말중에 든 한국 문화에 대한 불만에 어깃장을 놓듯, 한마디를 했다. 그런데, “너 참 잘한다”는 말도 꼭 좋은 것만은 아니것 같아요”라고 걸고 넘어지며, 지나친 개인주의의 상찬에 재를 뿌리는 지난 경험을 이야기 했다. 몇 년전, 동부의 어느 사립 고읃ㅇ 학교 졸업식에서, 교장 선생님의 졸업사가 전국적인 울림을 준 적이 있어요. 그 분 말씀, “너희는 결코 특별하지 않단다.” 특별하단 이야기에 너무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ME Generation에 가한 일침이었다. 덛붙여 필자의 경험 한토막:

     “작년엔가, 출장을 갈 일이 있었다. 근래에 붐비기로 악명이 높은 시택 공항인지라 온라인으로 체크인을 미리하고도, 새벽부터 서둘러 조금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수속을 하기 위해 들어갈 입구를 찾는데, 세가지 다른 표식들이 저마다 삐죽 고개를 디밀고 선택을 기다린다. 무심코, 지난 출장길에서 받았던 TSA 프리첵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려다, 지키고 서있던 안내원에게 제지를 받았다. 아마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분이었던지 조금은 투박하고 퉁명스러운 액센트로 꾸중을 하신다. “아니 여기가 아니고, 저기 regular라고 써 있는 곳으로 가요.” ‘당신은 레귤라야’라고 핀잔을 하시는 것같아 괜히 머쓱해져서 보니, 세가지의 팻말은 ‘TSA pre check,’ ‘Premium,’ 그리고 ‘Regular’를 보여 준다. 아내가 가능한 저렴한 비용의 표를 샀을 터이니 뭔지는 모르겠으나 ‘프리미엄’은 아닐터이고, 운이 좋지 않아서인지 검색을 비교적 자유롭게 통과하도록 배려하는 ‘프리첵’이 얻어 걸린 것도 아니니 ‘보통’이라고 표시된 입구를 통과해야 하는데, 줄을 잘 못 선 것이었다.

안내원의 올바른 지적에 충분히 동의를 하면서도 괜스레 나는 레귤라가 아니라 특별한 사람이라는 유아적 아집이 갑자기 엄습한다. 요즘은 유치원에서나 교회에서나 모두 “당신은 특별한 사람이야 (You are special)”라고 들어와서 인지 공연히 부당한 대접을 받았다는 느낌으로 불편함 마음이 된다. ‘Regular’들을 위한 입구를 통해 검색대로 가려는 긴 줄에 끼어들어 기다리노라니, 가끔 때 아니게 발동하는 직업의식이 고개를 든다. 필자의 사무실을 찾아 상담을 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에게 필자가 자주했던 말이 가시처럼 목에 걸려 나도 몰래 무안할 때 습관처럼 나오는 기침을 내뱉는다. “되도록이면 대학 수준의 도전적인 과목인 AP나 IB, 또는 Honor 과목을 수강하세요. ‘Regular’ 과목은 A를 받아도 대학의 입학 사정관들이 크게 쳐주지 않거든요.” 사실 뭐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른 배려가 부족했었다는 깨달음에 긴소매의 가디건 아래에 돋은 소름이 느껴졌다. 내 말을 들은 분들이 얼마나 가슴이 상했을까? 공부를 잘해서 어려운 과목들을 척척 듣고 A를 받아내는 경우에야 어깨가 의쓱해져, “그럼요. 저희 아들은 주니어 말까지 9과목의 AP를 듣고 시험 성적도 좋아서 아마 National AP scholar award를 받을 거예요”라고 할터이다. 하지만, 심성은 착하고 몸은 건강하나 웬지 공부에는 마음이 안가 레귤라 과목을 들어도 B 받는 것이 고마운 다른 이의 아들 녀석은 또 그 부모님은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상하셨을까를 생각하다보니, 이런 깨달음을 준 안내원의 투박한 질책에 마음이 좀 상했던 것에서 벗어나 오히려 고맙게 여겨 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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