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녀에게 가르쳐야 할 것: 의와 인과 신

지난주에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매년 연로하신 어머님을 뵙고 안부를 묻고, 어머님과 며칠을 지내는 것이 멀리 떨어져 사는 아들이 할 수 있는 최상의 효도라는 마음으로 무리를 해 매년 구정 때 쯤 고국을 방문한다. 올 해의 방문 길에도 어김없이 오고 가는 비행기에서 영화 감상으로 무료한 시간을 때웠다.

이번 여행길에서는 1970년대 초에 나온 영화인, “지붕 위의 바이올린”을 봤다. 원 제목인 “Fiddler on the Roof”와는 좀 다른 우리말 번역이 좀 거슬리기는 했지만, 이 영화가 말하는 주된 메세지인 ‘전통’과 ‘변화’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유대인들의 이야기는 시간 때우기 영화 이상의 소득을 주었다. 어려운 일을 겪을 때마다 정말 지지리도 운도 돈도 없는, 그러나 사람 좋은 이 주인공이 하나님께 “좀 봐주시면 안돼요? 이렇게 힘들게 하시는 건 좀 너무 하시는 것 아니예요?”라고 독백하는 장면들은 우리네 현대를 사는 크리스찬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기에 우리네 삶을 돌아 보게 하는 클래식이라고 부를만한 자격이 있는 영화였다.

무대는 1905년 경의 러시아 제국의 한 시골로 이곳에 모여 살고 있던 유대인들의 생활속에서 결혼에 관한 유대적 전통이 하나 하나 무너져 가는 과정을 한 우유 배달부 가정을 중심으로 말해 준다. 이것은 영화로 만들어지기 몇 년 전에 이미 브로드 웨이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이라 이 영화 자체도 사운드 오브 뮤직처럼 우리들의 귀에 익숙한 노래들로 점점이 박힌 영화이다.

이 영화의 무대인 아나테브카 시골은 소수의 유대인들과 다수의 토박이 러시안 기독교도들이 함께 사는 동네이니 항시 기독교도들의 박해가 예상될 수 있는 환경이다. 도입부에서 한 유대인 바이얼린 연주자가 아기를 연주하기에는 위험한 지붕 꼭대기로부터 떨어져 목이 부러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 바이얼린을 연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이얼린을 연주하는 피들러의 음악과 이것이 ‘Tradition (전통)’이라고 설명하는 주인공인 테비 가족 아버지의 나레이션은 전체 영화가 보여줄 내용의 전개를 알리는 상징의 역할을 하고 있다. 즉, 두려움과 위험이 상존하는 타향살이 속에서도 자신들이 의심없이 지키며 살아 온 전통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나는 태어나 3살 때 히브루 학교에 갔고, 부모님이 중매장이의 소개를 통해 정해 주신 아내와 잘 살고 있지요. 이것이 전통이며, 이러한 전통이 없이는 우리의 삶이 흔들리겠지요.”

이러한 흔들리는 삶의 모습과 전통이 무너져 가는 과정을 이 가난한 부부의 다섯딸들의 성장을 통해 그리고 있다. 첫째 딸은 중매장이 아주머니가 물어다 준 부자인 노년의 푸줏간 주인에게 시집 보내 가난에서 딸이 벗어나 주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희망을 저버리고 사랑하는 가난한 재봉틀쟁이를 선택한다. 첫째딸의 노래 한토막: “아빠를 위해선 랍비와 같은 지식인과, 어머니를 위해서는 돈 많은 부자와 결혼해야 하겠지만, 나는…” 둘째 역시 아버지의 희망과는 달리 외지 출신의 공산주의자와, 그리고 셋째는 동네의 기독교도 젊은이와 눈이 맞아 부모곁을 떠나고.

많은 정통 유대인들의 전통, 예를 들어 자신이 연애를 통해 결혼 상대를 결정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중매장이를 통해서 하는 결혼이 전통에 따르는 훌륭한 일이요, 부모의 허락이 있는 결혼이 정상이며, 종교가 다른 타민족과의 결혼은 허용되지 않는 것과 같은 전통이 자신의 자녀들 속에서 무너져가는 것을 보며 이 부모가 겪는 극심한 혼란과 슬픔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실망과 혼란을 부모의 사랑으로 극복하며 결국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 주는 가족들의 사랑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자녀 교육이 직업인 필자로서 당연히 나 자신에게 한 다짐은 “우리 코리언 어메리컨 자녀들에게 우리 부모들의 나라인 대한민국에 고유한 귀중한 전통들 (효도, 예의, 근면 등등)을 이 시대의 흐름에 상관없이 잘 보존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였다. 물론 동시에 우리 부모들도 우리 자녀들의 삶의 무대인 이 나라에 고유한 소중한 전통들을 이해하고 받아 들여 주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됨은 물론일 것이다. 마침 오늘 새벽에 묵상한 한 성경 구절이 떠오른다. 모든 율법 (유대인도 그리스도인도 지키려 애쓰는)이 지키라고 하는 핵심은 , “의(Justice)와 인(Mercy) 과 신(Faithfulness)”이라고 한다. 우리의 삶속에서 자녀들이 정의를 지키며, 다른 사람들을 돌보는 마음을 갖고, 믿음을 갖도록 돕는 것이 우리 부모들의 일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