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말레이시아 MM2H, 문턱이 너무 높네요

지난주 제1편에서는 연방 정부가 MM2H 조건을 대폭 강화하고 부동산 의무 구입까지 추가하는 잇단 정책 실패로 비자 매력이 급격히 떨어지자 사바와 사라왁이 이를 틈타 자체 프로그램으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내용을 말씀 드렸습니다.

연방 정부와 비교하면 문턱이 훨씬 낮은 별도의 프로그램, 사라왁 MM2H 와 사바 MM2H 를 시작했으니까요. 먼저 시동을 건 곳은 사라왁입니다. 연방 정부의 압력으로 2025년 부터는 기준이 높아지긴 했지만 연방 프로그램 문턱보다는 여전히 낮습니다. 소득 조건도 싱글 1만 링깃, 부부 1만 5천 링깃이면 되고 은행 예치금도 싱글인 경우 10만 링깃, 그리고 부부라면 20만 링깃 정도니까요.

부동산 구입 의무 조건도 연방과 비교하면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50세 미만이라면 구입 의무가 있지만 가격이 훨씬 낮습니다. 게다가 50세를 넘겼다면 이 조건은 면제가 됩니다. 부동산 구입 의무에 대한 부담은 훨씬 적다는 뜻이죠. 사바 프로그램은 사라왁보다는 늦게 시작되었습니다. 정식으로 프로그램이 발족된 건 2024년 여름이니까요. 그래서 연방 정부의 압력을 더 많이 받았고 그 결과 사바 MM2H 는 연방과 사라왁의 중간 쯤 수준의 형태로 확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바 프로그램에선 나이에 상관없이 최소 60만 링깃 짜리 부동산 구입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다만 해외 소득은 사라왁과 비슷한 수준, 즉 싱글은 1만 링깃, 부부는 1만 5천에다 예치금은 싱글이든 부부든 모두 15만 링깃으로 정해졌습니다.

이 두 주는 어떻게 연방 MM2H 와는 다른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걸까요. 그건 사라왁과 사바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입니다. 말레이 연방 수립 당시 보르네오 섬에 있는 사바와 사라왁을 연방에 포함시키기 위해서 이민 문제에 대해서 상당한 자치권을 부여했던 까닭이죠.

그런데 사바나 사라왁은 말레이시아에서도 촌 동네 취급을 받는 곳입니다. 쿠알라룸프와 비교하면 불편한게 많을 거란 뜻이죠. 직항 편만 봐도 그렇습니다. 사바 주의 주도 코타키나발루에는 저가 항공들이긴 하지만 한국 직항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라왁의 주도인 쿠칭엔 그런 저가 항공조차 드나들지 않습니다. 서울이나 방콕 같은데 가려면 꼭 쿠알라룸프를 거쳐야 한다는 뜻이죠.

그런데 최근 연방 MM2H 에 추가된 프로그램이 하나 더 있습니다. SEZ-MM2H 란 건데 내용을 살펴 보면 이건 완전히 특정한 일개 부동산 프로젝트를 살려 볼 속셈으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조호 바루라고 싱가폴을 마주하고 있는 도시가 있지요. 바로 이곳에 Forest City 라는 중국하고 합작한 부동산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분양이 잘 안됐던 모양입니다. 덕분에 고스트 시티란 달갑지 않은 별명까지 지니고 있지요.

​그래서 이 Forest City 프로젝트의 유닛을 분양 받는다면 10년 짜리 거주 비자를 주겠다는 건데 한 마디로 꼼수를 부린 거 아닙니까? 거주 비자를 미끼로 망해 버린 부동산 프로젝트를 띄워 보겠다는 속셈으로 보이니까요.

​월세를 내는 것 보다는 부동산을 사는게 낫지 않냐 그럴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물 설고 낯 선 땅에서 주변 형편이 어떤지 파악도 못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사야 한다고 강요 받는다면 어떨까요. 동남아 여행을 다녀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제법 규모가 있는 그쪽 도시들에선 콘도다 상가다 해서 건축 붐이 아주 거셉니다. 그런데 이런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현지인이 아니라 외국 투자자들, 특히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중국 경제가 요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겁니다. 자기들 국내 상황이 팍팍한 형편에 외국 부동산에 관심을 가질 여유는 얼마나 될까요? 아주 낮을게 틀림없고 따라서 동남아 부동산 수요는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건축 붐이 지속된다 그래도 문제입니다. 공급 물량은 계속 늘어 나는데 주요 고객층들이 발길을 끊고 있다면 부동산 가격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떨어질 가능성이 많을 거고 특히 구축 건물들이 타격을 많이 받을 겁니다. 헌 것보다는 새 것을 좋아하는게 사람들 심리니까요.

사실 이 부분이 말레이시아 은퇴를 부정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살고 싶다 면 부동산을 사라는 건데 투자 메리트도 없는 부동산을 사면서까지 그래야 하나 그런 의문도 들고 또 나쁘게 얘기하면 외국인을 호구로 보는거 아니냐 싶어서 불쾌한 생각도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덥석 MM2H 를 선택하는 건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말레이시아가 마음에 들어도 말입니다. 말레이시아 이주는 충분히 시간을 갖고 이모저모 살펴 본 다음 결정해야 후회가 없을 거란 생각입니다.

박현철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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