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회계사 – 미국 노후이민 괜찮을까?
[출처] 미국 노후이민 괜찮을까?|작성자 시원 톡톡
한국에서 은퇴를 한 후 미국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런 질문을 가끔 받습니다. 나쁜 생각은 아닙니다. 미국 생활이란게 아무래도 남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다 이게 아주 큰 장점 이니까요. 사회적 신분이나 체면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한다거나 그런 일은 거의 없고 또 생활비도 쌉니다. 취미 생활을 할 때도 많은 돈이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 은퇴를 하려면 우선 비자 문제부터 해결해야겠죠. 은퇴비자 같은게 있다면 그걸 받는게 제일 좋은데 미국엔 은퇴비자란 건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방법들을 이용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예컨대 비즈니스를 하면 체류비자를 주는 E-2 나 목돈을 투자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Eb-5 아니면 가족 초청인데 다 쉽진 않습니다. E-2 는 비교적 쉽고 빠르게 받을 수 있지만 은퇴 용으론 적합하지 않고 Eb-5 는 목돈이 잠긴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고 초청해 줄 가족이 없다면 그 방법도 이용할 수 없을 테니까요.
어쨌든 비자 문제를 해결하고 미국으로 왔다 그래도 문제는 많을 겁니다. 나이를 먹은 다음에 낯 설고 물 선 땅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는게 쉽지는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겁니다. 살다 보면 다 적응을 하기 마련 아닙니까? 그런데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풀기가 어려운 문제들이 있습니다. 의료비와 세금이 바로 그런 문제들입니다.
미국 의료비, 지구 상에서 제일 높다는 것 다들 잘 알고 계신 사실입니다. 건강보험이 없어서 메디칼 뱅크럽시를 한다 그런 얘기까지 나오는 나라니까 얼마나 큰 문제인지 짐작이 갑니다. 물론 미국에도 메디케어라고 하는 공공 의료보험 제도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미국으로 은퇴를 한 사람들에겐 그림의 떡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혹시 메디케어가 뭔지 모르실 분들도 계시겠죠. 그래서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미국 사람들이라면 65세가 되면 나라에서 제공하는 의료보험, 오리지널 메디케어에 가입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되었다고 자동적으로 가입이 되는 건 아니고 메디케어 세금을 최소 10년 낸 사람들 그리고 그 배우자들만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파트 A는 무료인데 파트 B는 보험료를 따로 내야 합니다. 파트 A는 뭐고 파트 B는 뭐냐? 파트 A는 병원 보험 그리고 파트 B는 의사 보험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10년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헸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럴 땐 파트 A와 B 보험료를 모두 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은퇴를 하고 이민을 왔다면 아마 이 10년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렇게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자동적으로 메디케어 혜택을 보는건 불가능하고 보험료를 내야만 가입이 되겠죠.
문제는 이 보험료가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2021년 기준으로 한달 보험료가 파트 A 는 471 달러 그리고 파트B 는 $148.50 이나 되니까요. 일인 당 $619.50, 부부 합해선 $1,239 를 부담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게다가 보험료도 해마다 인상되고 있으니까 그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렇게 돈을 내고 오리지널 메디케어에 가입했다 그러면 더 이상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까요? 유감스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메디케어는 의료비의 80% 까지만 카버해 줄 뿐이고 디덕터블과 코페이는 가입자가 부담을 해야 하니까요.
큰 의료사고가 났을 땐 병원비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뜻입니다. 그래서 오리지널 메디케어는 스위스 치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보험 혜택을 백프로 제공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구멍이 뻥뻥 뚤렸다고 말입니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게 메디케어 보충보험입니다. 메디케어에서 카버해 주지 않는 부분들을 메꿔 주겠다, 그래서 등장한 거죠. 물론 공짜로 들어주지는 않습니다. 보험료를 따로 내야 합니다. 얼마나 내야 할까요?
가장 혜택이 좋다는 플랜 G 를 사려면 200달러 쯤 줘야 할 겁니다. 그럼 이걸로 다 끝난 걸까요? 아닙니다. 파트 D라는 처방약 보험에도 가입해야 합니다. 그래서 일인 당 4-50달러 정도 보험료가 들 겁니다. 물론 어떤 플랜이냐 그리고 회사가 어디냐에 따라 보험료엔 약간 차이가 있겠죠.
어쨌든 의료보험을 제대로 들어놓겠다면 한달 보험료로 부부 합해서 1700달러 정도는 잡아야 한다 그런 얘기입니다. 경제적으로 아무리 여유가 있다 해도 부담이 될 것 같군요.
물론 민간 보험에서 관리하는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파트C 플랜에 가입하면 돈을 절약하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부부 합해서 아마 한달에 500 달러 정도는 세이브가 가능할 겁니다. 근데 싼게 비지떡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싼 맛에 덜컥 파트 C 플랜에 들었다간 낭패를 당할 지 모릅니다.
여러가지 제약 조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입원을 하거나 전문의를 보려면 보험회사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거나 살고 있는 카운티 내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바로 그런 제약들입니다. 그래서 파트 C 를 선택하기 전에 본인 상황과 형편에 맞는지 꼼꼼이 따져봐야 합니다.
그 다음 생각해 봐야 할 건 세금 문제입니다. 미국으로 이민 왔다는 건 세법 상으로 미국 거주인이 되었단 뜻이죠. 그래서 미국에서 번 소득은 물론 해외 소득들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야 합니다. 미국은 worldwide income에 대해서 소득세를 부과하는 나라니까요.
그런데 미국으로 은퇴이민을 왔다 그런 분들이라면 한국에 남겨 놓은 재산이 아마 있을 겁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은 절대 없다 그렇게 확신하고 전 재산을 처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그래서 살던 아파트를 팔지 않고 전세를 줬을 수도 있고 은행 예금이나 주식 계좌 이런 것들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한국을 떠날 때는 재산이 없었는데 이민 온 뒤에 유산을 상속 받았다 그럴 수도 있겠죠.
어쨌든 그렇게 한국에 재산이 있다면 그 재산들을 통해 얻은 소득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임대 소득이나 이자 수입 또는 배당 소득 아니면 양도소득 뭐 그런 것들이겠죠. 그렇게 한국 소득이 있다 그런 경우라면 미국 세금신고를 할 때 잊지말고 모두 포함시켜 보고해야 합니다. 빼먹었다간 졸지에 탈세범 취급을 받을 테니까요.
그런데 소득세 말고도 신경 써야 할 세금 문제가 또 있습니다. 증여세나 유산세가 바로 그런 세금들입니다. 영주권을 갖고 있다면 소득세 상으론 미국 시민들과 똑같은 취급을 받지만 유산세나 증여세 문제에 있어선 얘기가 다릅니다.
미국 시민은 재산을 배우자에게 이전하는 건 아무 제한이 없습니다. 금액에 상관없이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세상을 떠났을 때도 세금 걱정없이 그대로 상속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우자가 영주권자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배우자 공제혜택도 받을 수 없고 증여한 금액이 일년에 15만9천달러를 넘는다면 증여세 신고도 해야 하고 세금까지 내야 합니다. 영주권자는 언제라도 고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아마 그렇게 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 은행이나 증권 계좌들을 갖고 있다면 FBAR 신고 의무도 소홀히 넘겨선 안됩니다. 만에 하나 빼 먹었다간 엄청난 불이익을 받기 때문입니다. 미니멈 벌금은 1만달러지만 케이스에 따라 계좌 잔고의50%까지 내야 할 지도 모릅니다.
더군다나 요즘 IRS의 단속이 부쩍 심해졌다고 하죠. 그 바람에 엄청난 액수의 페널티를 냈다는 한인들 사례가 계속 보도되고 있습니다. 가볍게 생각했다간 낭패를 당할 지 모른다 그렇게 접근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노후를 미국에서 보낸다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짚어봐야 할 문제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건강보험 문제는 어떻게 대처할 건지 또 한국에 있는 재산들이 미국 세금 문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지 미국 이민을 확정 짓기 전에 충분히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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